오늘 하루, 삐딱하게

이유 없는 심술의 기록

by Serenitas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별일도 없는데 괜히 세상이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날.

아침에 눈을 떴을 뿐인데 마음이 기울어 있다.

커피 맛은 그대로인데 이상하게 쓰기만 하고,

거울 속 얼굴이 낯설고 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모든 게 귀찮고,

괜히 세상과 엇나가고 싶다.


이유를 찾아보려 하지만 찾을 수가 없다.

잠이 부족했나, 어제 대화 속 무심한 한마디가 마음에 남았나.

하지만 결국엔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그런 날이다.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심술을 부리는 날.

괜찮아지려 애쓰는 것도 귀찮다.

그냥 이런 날은 하루쯤 삐딱하게 지내는 거다.

괜히 삐뚤어진 기분으로 세상을 살짝 비껴 걷는 거다.


이런 날엔 사람들의 말이 유난히 거슬리고,

세상의 리듬이 나만 빼놓고 맞춰지는 것 같다.

다들 각자의 하루를 버티느라 바쁜 걸 나도 알지만,

그래도 마음은 이해보다 불만에 더 가깝다.

괜히 혼자 고집스럽게 느리게 걷고 싶다.

음악을 들어도, 영화를 봐도, 감정이 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것만 같다.


그럴 땐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제일 낫다.

억지로 기분을 고치려 하면 더 꼬인다.

마음의 매듭을 풀려고 손을 대는 순간,

더 엉켜버리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이런 날은 그냥 버티는 게 아니라 ‘그냥 두는 날’이어야 한다는 걸.

내 마음이 혼자 시무룩해지게,

세상과 살짝 거리를 두게.


하루쯤은 삐딱해도 괜찮다.

세상에 정직하게 맞춰 살기만 하면 금세 닳아버리니까.

오히려 삐딱한 하루가 있어야 다시 균형이 맞는다.

그렇게 마음이 다 부딪혀보고, 조금은 망가져봐야 또 제자리로 돌아올 힘이 생긴다.


밤이 되면 이상하게도 그 심술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창밖의 불빛이 예쁘게 보이기도 하고,

내일은 그래도 오늘보단 덜 삐딱할 거라는 희망이 살짝 고개를 든다.

그렇게 하루를 흘려보내고 나면,

별일 아닌 하루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결국 이런 날들도 나의 일부다.

이유 없는 심술, 갑작스러운 무기력, 그리고 그 속에서도 흘러가는 시간.

다 나라는 사람의 모양 안에 있는 조각들이다.

그러니 괜찮다. 오늘은 그냥 삐딱하게 지내도.

내일은 또 다른 마음으로 시작할 테니까.

작가의 이전글초록이 머무는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