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했지만 망한 날의 사용설명서

인생아, 우리 사이 좀 맞춰 보자!

by Serenitas

며칠 전, 기말고사를 끝낸 한 학생이 나를 찾아왔다.

얼굴은 축 처져 있었고,

목소리는 거의 비명과 한숨의 중간쯤 되는 톤이었다.
“선생님… 세상은 너무 불공평해요.”
그 한마디에 이미 사연의 절반은 들은 셈이었다.

열심히 했는데 점수가 잘 안 나왔다는, 그 씁쓸하고도 눈물 나는 이야기.

학생은 말했다. “진짜 열심히 했어요. 문제집이랑 연애하듯이 붙어 있었어요.

근데 성적은… 저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나는 순간 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웃으면 안 되니까.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작은 공감의 신호가 일었다.
아… 나도 이런 적 많았지.


열심히 매달렸는데 결과가 나를 밀어내던 순간들.

사실 그 학생의 말이 꼭 공부 얘기만은 아니었다.
우리 삶에서도 그렇다.

노력 버튼을 힘껏 눌렀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이 있다.

버튼이 고장 난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세게 눌렀는지,

혹은 내가 누른 건 버튼이 아니라 장식용 스티커였는지… 헷갈릴 때도 있다.


일을 하다 보면 최선을 다했는데 성과가 조용히 사라져 버리기도 하고,

밤새며 준비한 발표가 생각보다 반응이 시큰둥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마음 한구석에서 이런 생각이 튀어나온다.
나는 대체 왜 이럴까?
그리고 자존감은 잠깐 외출을 나가 버린다.

돌아올 의지가 없어 보이는 날도 종종 있다.

더욱 난감한 건, 주변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말이다.

“열심히 했으면 결과가 있어야지.”
그 말을 들으면 나는 속으로 말한다.
“아, 세상 참 쉽게 사시는군요…”
우울해지면서 씁쓸해지기 딱 좋은 순간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는 말도 조금은 맞다.
물론 결과가 좋으면 행복하고, 나쁘면 아프다.

그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정 속에서 우리가 견뎌 온 시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 학생도, 나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우리는 각자 나름의 전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안 될 때는 가끔 욕 한 번 하고 넘어가는 게

인간에게 허용된 심리적 산소 같다.
“아… 진짜 억울하네. 이런 XX”
이 한마디가 이상하게도 마음을 가볍게 한다.
욕도 적당히 하면 삶의 맛을 조절하는 조미료 같은 것 아니겠나.


그날 학생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불공평할 때도 있어. 근데 네가 한 노력은 어디도 안 사라져. 그리고 이게 끝도 아니고.”
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웃음을 지었는데, 그 웃음이 참 짠했다.


인생은 가끔 정말 불공평하다.
하지만 불공평하다고 멈출 순 없다.
결과가 내 마음처럼 나오지 않아도, 우리는 다시 해볼 사람들이다.
아프지만 계속 가고, 씁쓸하지만 다시 버티고, 슬프지만 또 도전한다.

아마 그래서 우리가 살아내는 모든 하루가 조금씩 단단해지는 게 아닐까.
결국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다시 시작해 보려는 작은 용기.
그리고 그 마음을 가진 사람은… 생각보다 꽤 괜찮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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