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이라더니, 나는 아직 로딩 중이다

오십 대 중반, 하늘의 뜻은커녕 오늘 컨디션도 모르겠다

by Serenitas

오십이 되면 지천명,
하늘의 뜻을 안다 했다.
그래서 나는 슬슬 모든 게 명확해질 줄 알았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내려놓아도 되는지,
그리고 적어도 내 마음 정도는 확실히 알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하늘의 뜻은커녕, 오늘의 내 마음도 로그인 오류다.

어떤 날은
“그래, 잘 가고 있어. 지금까지 꽤 괜찮았어.”
하다가도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나면
“근데 이게 맞아…?”라는 팝업창이 뜬다.
확인도 취소도 못 누른 채 멍하니 바라보다 하루가 간다.


좀 쉬고 싶다.
진심으로.
아무 생각 없이 늦잠 자고, 낮에 산책하고,
“요즘 뭐 해?”라는 질문에
“그냥 쉬어”라고 말해보고 싶다.

그런데 쉬려고 마음먹는 순간
불안이 먼저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다.
‘쉬면 다시는 못 돌아오는 거 아냐?’
‘이 나이에 멈추면 끝 아닌가?’
몸은 쉬자고 하는데,
마음은 출근 준비를 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일을 하면서 쉬고,
쉬면서도 일을 걱정하는
고급 기술을 연마 중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50대쯤 되면 자동으로 습득되는 스킬 같다.


하루의 감정은 롤러코스터다.
아침엔 희망,
점심엔 의심,
저녁엔 반성,
잠들기 전엔 뜬금없는 자신감.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처음부터.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혹시 지천명이라는 게
‘하늘의 뜻을 안다’는 말이 아니라
‘하늘도 뜻이 자주 바뀐다는 걸 안다’는 뜻 아닐까.
그래서 인생이 이렇게 오락가락해도
“아, 이게 정상이지” 하고 넘기는 경지.


아직 나는 그 경지엔 못 왔다.
다만 알게 된 건 하나 있다.
모르겠다는 걸 아는 상태로도
하루는 충분히 살아진다는 것.

오늘도 잘 가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고는 있다.
잠깐 쉬고 싶은 마음과
멈추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을
둘 다 데리고.


지천명은 아직 모르겠고,

나는 오늘도

내 방식대로 롤러코스터에 올랐다.

안전바는 여전히 불안이 쥐고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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