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나 사용 설명서’ 작성 중
새해가 되면 나는 어김없이 ‘올해의 나 사용 설명서’를 만든다.
올해는 좀 부지런히 살아볼 것, 괜히 미루지 말 것, 운동은 최소 주 3회…
적고 나면 왠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이 설명서는 매년 2월쯤이면 참고 자료가 되고,
3월이 되면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확실히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
계획의 키워드가 더 이상 ‘성공’, ‘성취’, ‘도전’이 아니라
‘무사히’, ‘아프지 않게’, ‘병원 갈 일 없이’로 바뀌었다는 것.
이 나이가 되니 야망보다 혈압이, 꿈보다 관절이 먼저 말을 건다.
예전에 책에서 읽은 문장이 문득 떠오른다.
사람은 건강할 때 만 가지 걱정을 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단 한 가지만 걱정한다고.
그 한 가지는 아주 단순하다. “다시 괜찮아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다.
잘 될까 말까 고민하던 일도,
괜히 비교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던 생각도
몸이 아프면 한순간에 의미를 잃는다.
그때의 소원은 늘 같다.
“아무 일 없던 어제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
그래서 올해는 조금 솔직해지기로 했다.
욕심은 적당히, 일정은 여유 있게.
몸이 피곤하면
“이 정도면 충분히 잘 살고 있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기로 했다.
하루쯤 계획이 어긋나도 인생이 망한 건 아니니까.
새해의 다짐이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프지 않고, 웃을 수 있고,
오늘을 무사히 건너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꽤 성공한 하루다.
올해도 나는 조용히 다짐해 본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가끔은 대충 살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용서하면서.
이 정도면, 어른의 새해 다짐으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