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에서, 나에게
한 해를 돌아보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열어보지 않아도 될 기억들까지 함께 따라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말이 되면 나는 어김없이 그 시간을 꺼내 든다.
잘한 일보다 후회가 먼저 떠오르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순간 앞에서.
올해는 특히 그랬다.
버거운 날들이 많았고, 마음이 몸보다 먼저 지쳐버린 순간도 잦았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쉽게 떠올라 스스로에게 놀랐던 날도 있었다.
돌아보면 같은 실수를 반복했고,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왜 또 그랬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한동안 제자리에 멈춰 서 있던 날들도 있었다.
사람에 대한 감정은 더 복잡했다.
누군가를 원망했고,
이해하려다 끝내 화가 나버린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던 날들이 있었다.
그 감정들을 말끔히 정리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아직 내려놓지 못한 감정들이 마음 한편에 남아 있고,
잊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솔직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해의 끝에 서면 이상하게도 아주 작은 희망 하나쯤은 다시 품게 된다.
내년에는 완전히 달라지겠다는 다짐은 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조금 덜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 정도면 충분하다.
모든 선택이 옳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선택한 나 자신을 지나치게 미워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실수했을 때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보다,
여기까지 버텨온 시간을 먼저 인정해주고 싶다.
올해의 나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한 해는 완전히 실패한 시간은 아닐 것이다.
새해에는 큰 변화보다 작은 방향 전환을 선택하고 싶다.
조금 더 숨 쉬기 편한 쪽으로,
조금 더 나를 아끼는 쪽으로.
후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
그 사이에 희망이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걸로 또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
올해의 끝에서, 나는 조용히 말해본다.
잘 버텼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더 괜찮아져도 된다고.
2025년 한 해를 잘 버틴 우리 모두를
'애썼다' 칭찬해 주자!
2026년은 모두 무탈한 한 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