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은 생각보다 노동이다.
사람을 미워하는 건 생각보다 힘이 든다.
미움은 감정인데, 노동에 가깝다.
마음을 쓰고, 시간을 쓰고, 무엇보다 나를 쓴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사람을 미워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피곤하니까.
그런데도 어쩔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부당하게 상처를 받았을 때,
말 한마디 없이 억울함을 삼켜야 했을 때,
그럴 땐 아무리 괜찮은 사람인 척해도
마음 어딘가에서 검은 것이 올라온다.
‘아, 나 지금 저 사람 너무 미워하고 있구나.’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미운 마음이 상대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고스란히 나를 갉아먹는다는 것.
밥을 먹다가도 생각나고, 잠들기 직전에도 얼굴이 떠오른다.
하루의 중심에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앉아 있는 기분.
이건 분명 공정하지 않다.
예전에 그런 나를 보던 엄마가 말했다.
“그럼 그냥 미워해. 애매하게 참지 말고, 제대로 미워해.”
그땐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미워하지 말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미워하라는 말은 처음이었으니까.
엄마는 덧붙였다.
“더없이 미워하다 보면,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지 네가 먼저 알게 될 거야.
그러면 그 사람도 한심해지고, 가엾어져. 그땐 잊혀.”
신기하게도 정말 그랬다.
잊으려고 애쓸 땐 더 생각났는데,
차라리 속으로 욕을 하고, 마음껏 미워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은 어디 가고, 미움만 남았지?’
그 질문이 떠오른 뒤로, 그 사람은 조금씩 흐려졌다.
대신 남은 건 묘한 거리감이었다.
아, 저런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이구나.
그 생각이 들자 더 이상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그리고 그제야 마음이 놓아졌다.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은 결국 나를 해친다.
그래서 미움을 억지로 지우기보다,
끝까지 가 보낸 뒤 자연스럽게 잊히게 하는 편이
어쩌면 가장 나를 위한 선택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누군가가 너무 미워서 힘들다면,
잠시 미움을 허락해도 괜찮다.
마음껏 미워해도 괜찮다.
다만, 그 미움의 끝에는 꼭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