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아낙의 산골살이
귀농하고 좋은 점 중 하나는 내가 먹고 싶은 먹거리를 맘만 먹으면 심어 먹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귀농하고 여러 차례 부추를 심었었습니다.
물론 재래 부추지요.
그런데 집 바로 윗 밭에 심었는데 실수로 초보농사꾼 트렉터에 갈리고, 밭 정리한다고 포크레인 공사 때 기사분이 날려 보내는 등 수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초보농사꾼이 두메부추를 사왔습니다.
작년 울진 두메 산골에 두메부추가 심겨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맛을 보진 못했습니다.
왜냐 하면 집에서 더 해발이 높은 먼 곳에 심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심을 때는 원기탱천하였으나 농사 일이 점점 정점에 달하게 되면 바빠서 잊게 됩니다.
집 가까운 텃밭에 심으면 오며가며 그의 존재여부를 확인하니까 풀도 매주고, 그의 생사를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지금 심은 위치처럼 큰 맘먹고 가봐야 볼 수 있는 곳이면 풀과 부추가 섞어 놀기 때문에 부추가 자라지도 죽지도 못하지요.
그런 상황이라 올해는 반드시 집 가까운 밭에 옮겨 심으리라 작정하였습니다.
그런데 허리가 부실해서 일단 살아 남은 녀석의 양을 보고 결정하기로 하였지요.
초보농사꾼이 일을 못하게 하니 초보농사꾼 없는 틈에 양이 얼마 안되기에 뽑아왔습니다.
허리를 잡고 뽑으니 쑥쑥 잘 뽑힙니다.
작년에 풀 속에서 목숨부지하느라 몸은 크지 못했습니다.
골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워낙 적은 양이라서 애기삽으로 골을 만들었어요.
워낙 짭은 골이라 귀엽기까지 합니다.
엉덩이 의자도 대령해놓고 심기에 들어갑니다.
애들 장난같습니다.
귀농하면 이렇게 혼자서도 재밌게 놀 수 있답니다. ^^
두메부추는 얼핏 보면 파처럼 생겼습니다.
그 정도로 잎이 넓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일반 부추가 진한 초록색이라면 두메부추는 그보다 조금 연한 색이다.
언듯보면 어린 파처럼 생겼습니다.
두메부추의 효능은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글을 인용하였습니다.
두메부추의 잎은 부드럽고 육질이 많아 건강식품으로 이용된다.
비늘줄기는 전통, 거담효과가 있어 천식, 소화불량, 협심증 등의 약재로 쓰인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꽃삽으로 심을 땅을 조금 파고 두메부추를 놓은 다음 흙이불을 덮어주면 끝!!!
양이 워낙 적어 금방 심었어요.
아주 적은 양이지만 몇 천평 야콘을 심은 것보다 진지하게 심었네요.
흙을 만지며 하는 일은 모든 것이 신기하고 엄숙한 것 같아요.
비닐을 깔지 않아 풀이 어마어마하게 날 것이 예상되어 톱밥을 가져다가 두둑 위에 뿌려주었어요.
이렇게 되면 풀이 아주 안나진 않겠지만 훨씬 덜 날 것 같습니다.
이제 톱밥까지 덮어주었으니 잘 자라서 내년에는 좀 뜯어다 초보농사꾼 부추부침이 부쳐줄 수 있겠지요.
막걸리 안주하라고...
다 심고 집으로 내려오면서 다시 고개돌려 두메부추를 봅니다.
쌀 몇 섬 묻어 놓은 것처럼 든든합니다.
귀농의 삶이란 이처럼 작은 것에 든든한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