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미션 인증을 합니다.
나는 매일 5곳에 미션을 인증한다. 필사, 글쓰기, 그림 그리기, 독서 등
시작은 코로나로 오프라인 활동이 모두 멈추었을 때였다.
대면 수업은 기약 없이 미루어지다 결국 취소되었고, 나는 기나긴 집콕 생활에 코로나 블루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러다 줌을 사용한 비대면 수업들이 늘어나면서 하나 두 개 신청하다 보니 일주일 중 5일 동안 비대면 수업을 듣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학생도 아닌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생각하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집에만 갇혀있는 내가 도태되는 것 같은 불안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힘들었지만 줌으로 드는 수업들이 모두 끝나고 나니, 매일 수업 듣는 시간에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때까지 인증에 참여하는 것은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힐링 음악 듣기와 내가 개인적으로 신청한 십 분 그림 그리기였다.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아도 되고 성취감도 느끼니 너무 좋았다. 그러다 참가하는 인증 모임을 하나씩 하나씩 늘리다 보니 한 창 많을 때는 하루에 8개까지 인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양한 인증 모임의 세계
온라인 상에는 다양한 인증 모임이 있다. 프로젝트 참여, 함께 OO 하기 등으로 불리는 인증 모임들이다.
아이와 함께 책 읽기, 매일 영어 그림책 읽기, 독서하기, 만보 걷기, 아침 운동하기, 미라클 모닝, 매일 글쓰기, 필사하기 등등... 최근 인증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을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밴드에서 하는 미션 인증 모임 전용 이벤트를 보고 알았다.
우리는 왜 인증에 빠지게 된 걸까? 이러한 인증 모임들의 장점은 첫째,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생각에 서로 의지가 되어 목표지점까지 함께 완주할 수 있다. 둘째, 참가비가 부담 없는 데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중간에 낙오할 확률이 낮다. 셋째, 한 가지 미션을 수행하는데 할애하는 시간이 크지 않다. 넷째, 매일 한 가지 일을 하다 보면 저절로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된다. 다섯째, 모임 완료 후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도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인증 모임을 해야 즐겁게 할 수 있지 정도가 지나치면 숙제가 되어 어느 순간 미션에 치어 사는 일상이 되어버린다.
인증 중독 끊을 수 있을까?
나는 인증 모임이 꾸준히 생겨나는 이유가 인간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본능과 성취감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습관을 잡기 위해 최소 21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인증 모임은 보통 한 달 정도 진행이 된다. 혼자서는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것들을 인증 모임을 통해 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습관이 잡혀 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계속 인증 모임을 놓지 못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다른 모임을 찾아 기웃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이 독서 습관을 잡아주려고 아이와 책 읽기 모임을 하다 내가 그림책에 빠졌고, 그림책 서평도 잘 쓰고 싶고 치유 글쓰기를 통해 나를 되찾고 싶어 글쓰기 모임을 하다 브런치 작가도 되었다. 똥 손이라고 부끄러워하며 못 그리던 그림을 매일 십 분씩 따라 그렸더니 이젠 제법 잘 그린다는 칭찬도 받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고 했던가? 그저 무료함을 달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자고 시작했던 인증들이 어느덧 차곡차곡 싸여 한 단계 나를 성장시켜줬다.
나에게 미션 인증은 당근과 채찍이다.
내가 어떤 것을 하고 싶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매일 아침 일어나 책상에 앉아 하루 일과를 스케쥴러에 정리한다. 오늘 내가 수행해야 할 미션 들과 오늘 할 일을 정리하고 하나씩 표시해가니 예전보다 놓치는 것도 적고 다양한 미션들도 빠짐없이 해낼 수 있었다. 이제는 예전처럼 무턱대고 많이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정말 내 일상에 필요한 한 두 가지는 꾸준히 할 것 같다.
이제는 참가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모임의 리더로 새로운 시작을 했다. 한 달 동안 함께 블로그에 매일 글쓰기 모임을 모집했고 오늘이 첫 시작이다. 그분들이 들려주실 다양한 삶의 이야기도 궁금하고, 나도 그분들과 함께 써 나갈 한 달간 나의 글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