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원영은 자기 일을 갖고 싶었다. 집을 갖고 싶다거나 아이를 갖고 싶다는 여느 사람처럼 그랬다.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초파리 돌보기, 임솔아> p.11
초파리 돌보기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읽기가 망설여졌다. 초파리를 싫어하다 보니 단어에서 오는 불편함을 읽으며 견딜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펼쳐보니 한 주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를 키우며 다양한 일을 쉼 없이 했지만 "오십 대 무경력 주부"로 취급되어 채용의 문턱에서 번번이 실패하는 원영의 이야기다. 아르바이트와 부업을 했지만 아이 학원비 보탤정도의 벌이로 주변에서 "학원비 몇 푼 버느니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편이 낫지 않냐"는 식의 말을 들으면서도 그녀가 일을 했던 건 "자기 일을 갖고 싶"어서였다는 문장을 읽으며 와닿았다.
나도 당장이라도 일을 시작해야 하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했다.
아이들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건 정말 오롯이 핑계라는 사실을 안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 것은 아니지만 그 여유시간이 멀지 않았음을 안다. 그럼에도 서두르지 않고 머뭇거리고 있는 이유.
나도 직업,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내 일을 갖고 싶었다. 단순히 아르바이트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집안에 나만의 책상을 두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세상에도 나의 존재를 명확히 알리고 싶은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뭘까?라는 고민으로 약 2년 가까이를 보냈다. 중간중간 바뀌는 꿈을 보며 이게 맞는 길인가 고민하기도 했다. 강사의 길도 고민하다 내가 누굴 가르치기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호기롭게 펼쳤던 마음을 접기도 했다. 꾸준히 나를 성장하게 하고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되어 세상에 다시 나가고 싶어 졌는데 쉽지가 않다.
어릴 적 어른들이 돈을 좇는 삶을 살지 말라하셨는데, 꿈을 좇자니 생활이 어렵고, 돈을 좇자니 영혼이 메마른 기분이다.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춰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쩌면 지금의 삶에 너무 안주한 나머지 겁이난 다거나 부족하다는 이유로 포기하고 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라고 하지만 어떻게 비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2년 전에 비해면 많은 성장을 이루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해 보인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오늘도 책을 펼치고, 위로를 받고, 용기를 내어본다.
덧, 낮에 이 글을 쓰고... 저녁 쯤 펼쳐든 책에서 위로와 용기를 받았다.
"어렵지만 작게라도 첫 획을 그어야 만남이 일어나요. 일단 부딪히고 나면 예측할 수 없는 경우의 수, 사람들과의 인연이 스스로 작용하며 예기치 않은 결과를 만들고요. 이리저리 부딪치면서 만남을 만들어내세요. 빈 종이에 첫 획을 긋는 정도의 작은 용기만 있어도 돼요."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p.28 권윤덕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