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사람들과 함께라서 좋아
J 씨에게 선물 전달식을 마치고,
비행과 관련한 수다만 거의 4시간을 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손님 탑승 전 사전 업무로 땀을 한 바가지 흘리는
J 씨를 위해, 한 사무장님이 얼음컵에 커피를
준비해주셨다고 한다.
막상 본인은 카페인에 민감해
디카페인 커피만 마시는 사무장님이셨다.
J 씨는 '디카페인에는 진짜 카페인이 안 들어있을까?'
라는 사무장님의 말을 기억했다.
그리고 다음 비행 때 요즘 사람들이 잘 가는 카페별로
디카페인 커피의 카페인 함량을 적은 쪽지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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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선배님의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다.
이따금 레이오버 (현지 체류)를 가면 선배님,
혹은 후배님과 함께 호텔방을 써야할 때가 있다.
그 순간 수많은 배려가 있다.
씻는 순서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불을 켜고 끄는 순간도 함께 정하곤 한다.
룸메이트가 곤히 자고 있는 밤에는, 자다 깨서
화장실에 가는 것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너무 좋은 동료라 더, 깨우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최근 방을 함께 쓴 선배님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공기놀이 공기를 가지고 오셔서는 말했다.
"OO씨, 최근에 지구오락실을 봤는데
공기놀이하는게 너무 재미있어보여서 사봤거든요.
이걸로 게임해서 지는 사람이 먼저 씻는 걸로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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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를 도와주며, 함께 돈을 세어주며,
데모 키트를 편히 정리하라고 테이블을 펼쳐주며
'워킹 투게더'라고 말해주는 사무장님.
꼬인 앞치마 끈과 다 풀린 스카프를
뒤에서 조용히 묶어주는 사무장님.
비행 중, 내가 있는 앞갤리에 올 때마다
'도와드릴 것 있습니까?' 라고 물어봐주는 선배님.
처음 가본 취항지의 마트 구경을 시켜주고,
추천했던 물건을 선물이라고 툭 건네는 선배님.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잘하고 있다고 해주시는 선배님.
다 적지 못했어도 꼭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
저마다의 상냥함을 하나씩 모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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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론 나는 맨날 마냥 행복하지 않다.
똑같이 이불에서 나가기 싫고,
비행 중에 대왕 뾰루지가
실시간으로 튀어나올 만큼 피곤하기도 하다.
그래도, 그래도.
야금야금 모아온 신기하고 고마운 비행 이야기는
꼭 전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