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면접 임원 4명이 고개를 끄덕인, 승무원 지원동기
2019년부터 2025년까지, 나는 항공사
객실승무원 채용에 총 40번 서류지원을 했다.
그중 같은 항공사의 면접장에는 네 번이나 다녀왔다.
세 번은 탈락이었고, 네 번째가 마지막 도전이었다.
이전 면접 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 같은 인재를 몰라본다면 회사가 바보야!”
하지만 마지막 면접에 갔을 때는 달랐다.
“정말 더 이상 열심히 할 수 없을 만큼 나는 준비했어.
그런데도 탈락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지금 나는, 약 11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내 항공사의 객실승무원이 되었다.
실무 면접 때,
나를 연속으로 네 번 본 면접관이 물었다.
(같은 면접관을 네 번 만났다는 사실에 놀라는 동료들이 많다.)
“아무래도 여러 번 만나서 그런지 낯이 익네요.
이전 면접과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요?”
몇 번이고 생각했던, 준비된 질문이었다.
나는 매일매일 떠올렸던 대답을 꺼냈다.
“네, 면접관님. 저는 면접관님을 네 번째 뵙는데,
사실 꿈에서도 뵌 기분입니다. 그만큼 반갑고,
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먼저,
중국어와 체력이 달라졌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지난 세 번의 면접을 겪으며, 느낀 점이 있습니다.
함께 면접을 본
다른 지원자들의 강점이자 장점이 ‘중국어’였기 때문에
기초부터 시작해 HSK 4급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체력의 경우,
‘OO야, 너 올림픽 나가는 거 아니지?’라는
말을 들을 만큼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저희 집이 21층인데,
계단을 매일 오르며 생각했습니다.
‘한 층만 더 올라가면, 조금 더 버티면
OO면접관님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OO항공에서 외국어와 체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제가 이번 면접을 기다리며 쌓아온 강점을 바탕으로
꼭 필요한 승무원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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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면접 합격 후 몇 주 뒤, 최종 면접에 갔다.
대표님은 옆 지원자들에게
‘AI 기술을 항공업계에 접목시킬 방법’, ‘경쟁사’ 등
제법 어려운 질문들을 던졌다.
그리고 나를 보며 물었다.
“뻔하고 천편일률적인 이유 말고,
OO 씨가 정말로 승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가 뭐예요?
어떤 가치 때문인가요?”
항상 빠르게 대답하기 급했던 나는,
오늘만큼은 진짜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말했다.
“제가 처음 승무원을 꿈꾸게 된 계기는
도서관에서 만난 책 한 권 덕분이었습니다.
그 책 속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한 승객이 비행기 탑승 시간에 늦을 뻔해
헐레벌떡 뛰어 비행기에 탔습니다.
그때 승무원이 다가와 물 한 잔을 건네며 말했습니다.
‘손님, 서둘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원하게 물 드세요. 감사합니다.’
승객은 너무 빨리 뛰어 두근거렸던 심장도 가라앉고,
늦어서 민망했던 마음도 진정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때 승무원이
‘말로 마법을 부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것이 한정된 기내에서, 이런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채우고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렇게, 말로 마법을 부리는 승무원이
정-말 되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구연동화처럼 책 속 이야기를 말할 때
노트북만 보고 있던 네 명의 면접관이
한 명 두 명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되고 싶다고 말할 때는 양손을 가슴에 올리고
눈을 꼭 감으며 외쳤다.
정---------------------말, 되고 싶다는 마음을
온몸으로 전하니 면접장 안이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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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승무원이 되어 비행을 하는 덕분에
어제는 한국, 오늘은 치앙마이에서 지낸다.
비행 생활에 좀 적응이 되어, 글을 쓸 기력이 생겼다.
오늘 글을 쓰며 면접을 준비했던 마음가짐을 돌아봤다.
지독하게 힘들었고,
더 이상 열심일 수 없었던 승준생 시절,
그리고 비행하며 느끼는 소소한 행복, 힘든 부분들을
브런치로 전해보려 한다.
앞으로 써 내려갈 다음 이야기...
[39번의 탈락창을 본 후 객실 승무원이 된 사람]
[승무원 꿈을 꾸게 해 준 작가가, 승무원을 권했다]
[1차 면접 다음 날 겪은 부모님의 이혼, 언니의 암수술]
[면접 전 한 달, 매일 21층 계단을 오르며 한 생각]
[모든 것이 파탄난 취준생의 곁을 지켜준 예비 신랑]
투비 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