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에 끝..이 있을까?

미국에서 10년 살았어도 영어보다 한국어가 더 편해요ㅠㅠ

by Sophie

미국에서 10년 정도 살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이제 내 영어는 완벽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이제 영어가 한국어보다 편하지 않냐는 질문도 많이 들었다.


물론 맨 처음 미국에 교환학생 갔을 때를 생각하면 내 영어.. 진짜 많이 늘었다. 처음 미국에 교환학생을 갔을 때는 그야말로 귀머거리에 벙어리 체험이었다...ㅎㅎㅎ 그 안 되는 영어로 어떻게 그 많은 동아리 활동들과 수업들을 다 참가했었는지 생각하면,, 어렸을 때의 나는 참 용감했다ㅋㅋ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회사를 다니고 매일매일 일상을 영어로 보내다 보니,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영어가 확실히 많이 편해져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영어가 완전히 이제 모국어 같은 그런 느낌은 절대 아니다. 나는 아직도 한국어가 훨씬 더 편하다. 같은 책이어도 한국어로 읽을 때, 영어로 읽을 때보다 최소 5배 이상 더 빨리 읽는 것 같다.ㅋㅋ


미국에 산다고 해도 영어공부를 따로 하지 않으면 영어는 사실 많이 늘지 않는다. 언어를 배울 때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단어들은 계속 듣고, 보고, 사용하며 비교적 금방 습득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의 수준에 다다르면 실력이 더 이상 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정체기가 찾아오게 된다. 이때 바로 언어 공부의 롱테일(long tail)에 다다른 것이다!


롱테일은 말 그대로 긴 꼬리를 말한다. 어떤 분포의 그래프에서 자주 쓰이지 않지만 수가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꼬리처럼 길게 끝도 없이 이어져 있는 그런 형태 말이다. 언어를 배울 때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단어 이후에 남아있는, 자주 쓰이지 않는 수많은 단어들이 바로 이 롱테일에 속한다. 그래서 어떤 언어든 거의 필연적으로 계속해서! 끝없이! 새로운 단어들을 직면하게 된다.


_ZTNAYVK4mjcvXDC-QEQeDF6JcJoO565b2dwAi90L5E.jpg?width=640&crop=smart&auto=webp&s=d11683e5833b2d9305d659eb52cef1dd6dde6cbc 언어 공부의 롱테일 (노랑 부분) - 자주 사용되지 않는 끝없이 무수히 많은 단어들


미국에 산지 10년이 돼도 거의 하루에 몇 번꼴로 이런 새로운 단어들을 마주치곤 했고, 아직도 모르는 단어들이 계속 계속 나온다.ㅋㅋ 미국에 살 때는 생활 속에서 대화하다가 처음 듣는 표현이나 단어가 있으면 열심히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찾아보고 기록해놓곤 했다. 이런 경험이 나 혼자만의 경험은 아니어서, 미국에 살고 있는 다른 친구들 중에서도 이렇게 틈틈이 생활 속에서 만난 새로운 표현들과 단어들을 기록해 놓는 친구와 그 리스트를 같이 공유해서 보기도 했다.


재미있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내 영어가 가장 많이 늘었다고 개인적으로 느낀 건, 미국인 남자친구가 생긴 뒤였다. 이때는 이미 미국에 산지 8년 정도 되었을 때였고 미국 회사에서 제법 짬밥도 쌓여가고 있었어서 나름대로 영어에 자신감이 있었는데, 친구들보다도 시간을 훨씬 더 많이 보내며 영어로 별 얘기를 다하다 보니 '아직도 내가 모르는 표현들이 이렇게 많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더 재미있었던 것은, 내가 말을 할 때 영어 문법이나 표현이 잘못된 부분들을 남자친구가 종종 지적해 주기 시작했는데, 내가 무의식 중에 완전히 굳어진 습관처럼 항상 잘못쓰는 부분들은 정말 계속해서 나도 모르게 잘못쓰고 있다는 거였다. 친구들이나 혹은 회사사람들은 굳이 내가 잘못 쓰는 영어를 지적해주지 않는다. 무례하게 여겨질 수도 있고, 내가 주눅들 수도 있으니깐, 그게 예의인 거고 배려해 주는 거다.


남자친구도 처음에 내가 잘못 사용하는 영어를 지적해주고 나서는 나에게 물어봤다. 지적해 주는 게 좋은지 아니면 그냥 넘어가는 게 좋은지. 나는 내가 영어를 잘못 사용하면 항상 지적해 달라고 부탁했다. (싸울 때는 빼고.ㅋㅋ) 그리고 이렇게 내가 평소에 쓰고 있던 표현들 중에서 잘못된 부분들을 조금씩 고쳐나가기 시작하면서 미국 생활하면서 뭔가 정체기에 다다랐던 내 영어 실력이 다시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이렇게 옆에서 내가 쓰는 영어를 지속적으로 교정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이런 비슷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까? 나 조차도 남자친구의 도움 없이 더 효과적으로 이런 피드백을 통해 내 영어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게 됐다.


그래서 매일 이메일로 자동으로 영어 질문을 보내고, 거기에 영어로 답장을 하면, 그 답장에 대한 교정을 해서 보내주는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다. 나는 이메일 뉴스레터 덕후여서 (뉴닉, 머니레터,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등등 모든 뉴스와 정보를 뉴스레터로 받아보고 있다. 아침에 커피 한잔 하며 뉴스레터 읽는 행복이란 ❣️) 매일 오는 이메일에 답장하는 시스템이 가장 자연스럽게 하루일과 습관으로 녹여내기에 적합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하루에 5분이라도 꾸준히 의식적으로 영어를 사용하고, 내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잘못된 표현들을 고쳐나가면 좋을지 도와주는, 그리고, 내가 사용한 표현보다 더 좋은 표현은 어떤 게 있을지 알려주는 그런 시스템. 이런 시스템이라면 하루에 몇 분이라도 조금씩 하다 보면 이 긴 언어공부 롱테일에서 조금씩 향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된 데일리 토끼를 처음 만든 게 그리스 아네테에서 한달살기를 하던 작년 12월이니, 이 프로젝트를 해온 지 벌써 10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꾸준히 사용하며 내가 정말 주구장창 항상 잘못 쓰고 있었던 표현들을 고쳐나가고 있고, 하루에 몇 개라도 몰랐던 표현들을 배워나가며 영어 실력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영어공부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과 다른 학습자들도 하나둘씩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어 공부를 하는 남자친구를 위해서 만든 데일리 토끼의 한국어 공부 버전은 정말 많은 한국어 공부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 요즘 정말 한국 컨텐츠와 문화의 인기에 새삼 놀라게 되는 멋진 날들이다.


영어공부의 끝..은 없겠지만, 그래도 매일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음 단계에 도달해서 뒤돌아보며 놀라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금씩 꾸준히 - 그래서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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