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취득기 04
[도로주행]
마지막 관문은 도로주행이다. 2종 보통은 노란색 승용차를 타고 1,2,3,4 코스 중 기기에서 랜덤으로 나오는 코스를 돌면서 70점 이상의 점수로 통과하면 된다.
(말이 쉽지,) 나는 명백한 길치다. 20년 넘게 살아온 일산 근처에서 시험을 치르라고 해도 덜덜 떨었을것이다. 평소에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우리 여기 와봤잖아.' 라고 해도 '우리가..?' 가 먼저 나온다. 장소, 위치, 공간을 모두 어려워하는 내가 시험 볼 이 곳은 서울 한복판, 신도림이다. 이곳에 온 건 지하철 타고 열손가락 넉넉히 꼽을 정도이니, 여기 지리를 잘 아냐는 강사님의 첫 질문에 최대한 아니요 아니요, 고개를 저었다.
첫번째 강사님은 굉장히 친절했다. 하지만 강사님 없이 해보라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연이어 할 수 없는 일정 때문에 두 번의 수업이후 다른 강사님을 만났다. 두번째 강사님은 조금 무서웠지만 구간마다 시험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셨다. 4개 코스를 돌고나니, 그 주의해야 할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머릿속에서 사라져있었다. 그래도 1) 오른쪽에 너무 붙어서 간다 2) 앞 차와 간격이 너무 좁다 3) 저속주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은 기억에 남아 다행이었다.
그 다음 날, 도로주행 시험을 쳤다.
과장스럽게 주위를 살폈으나, 사이드브레이크를 풀지 않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나가는 길에 20초 이상 걸렸고, 학원 밖으로 나가는 내리막에서는 벽에 박을 뻔해서 감독관님이 브레이크를 콱 밟아주셨다. (핰)
아 이미 나는 글렀구나. 좌회전 신호를 기다려야하는데 빨간불에 무슨 생각인지 정지선을 넘었다. 또 콱. 이 브레이크는 내가 밟긴했지만 정말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힝) 터널 안으로 들어가기 전, 우측 깜박이를 켜고 왼쪽으로 들어갔다. 감독관님이 비상등을 켜서 미안하다고 신호를 보냈다. (미(깜)안(박)해)
기적적인 일은 내가 가장 어려워했던 코스였는데 길을 잃지 않고 절반 이상을 돌아온 것이다. 물론 떨어졌다. 아까 들어간 터널에서 나올 때, 앞의 트럭을 따라가다가 주황색 불을 보고 또 급히 멈춘것이다. 그 자리에서 내리라고 하시며 슬쩍 태블릿을 보니 이미 53점 정도였다. 세상 부끄러움을 안고, 도로 한복판에서 내려 뒷 좌석에 탔다.
학원으로 돌아와 연수를 신청했다. 추가 연수와 재시험으로 20만원 정도 냈다. 비싼 값이었지만 더 배우지 않으면 사회악으로 남을 것 같아, 연수와 시험을 함께 신청했다.
연수를 받으면서 지난 시험에서 실격한 곳은 가지 않고 나머지 코스를 돌기로 했다. 조금 덜 긴장했더니 점차 나아지는 것 같았다. 어떤 자동차는 속도가 숫자로 보여지고, 어떤 자동차는 속도를 보려면 계기판의 바늘을 봐야한다. 계기판을 보면서 앞을 살피고 주변을 살피고, 어느 길로 가야할지 이걸 동시에 어떻게 다 해내는건지, 모든 운전하는 사람들 대단하다.
두어시간을 기다려 두번째 도로주행 시험을 보았다. 가장 영상을 많이 본 코스에 걸렸다! 이번에는 사이드브레이크도 잘 풀고, 내리막에서도 잘 내려갔다. 하지만 유턴하는 타이밍을 놓쳐서 감점, 차선 자주 바꾼다고 감점, (아 학원을 나설 때도 20초 넘었다고 한다) 등등 여러 감점을 받았지만 73점의 아슬아슬한 점수로 합격했다. 감독관님이 운전하려거든 꼭 몇번은 연수 더 받고 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나는 꼭 꼭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아직 운전대를 잡지 못했다.
여차저차 운전면허를 땄지만, 나에게는 태어나서 가장 어려운 시험이었다.
연수받고, 연습해서 친정부터 시댁까지 한번 왕복은 해봤으면 좋겠다. 넘넘 초보여서 넘넘 죄송하다는 예의바른 초보 스티커를 붙이고 연수 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