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Y Sep 30. 2016

30살의 나

일상, 사랑 그리고 미래


  우린 교회 안에서 술을 안 마셔요.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점심을 먹고... 잠이 쏟아져서 그냥 잤다. 이윽고 빗줄기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점심을 먹고 바로 잔 탓에 속이 더부룩했고 소화도 시키고 할겸 밖으로 나갔다. 코크시티 시내 골목이란 골목은 다 돌아볼 계획이 있는 지라 안 가본 길로 또 걸었다.


  뚜둥!


  스쿨로 가는 지름길을 발견했다. 이제껏 빙 둘러갔단 말인가?

  '난 매번 왜 이렇냐?'

  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니 뭐, 상관은 없지만... 난 너무 모로 잘 다닌다.


  그렇게 걷다가 오래되어 보이는 성당을 발견하고 그 성당 첨탑만 보면서 걸었다. 성당이 건물에 둘러싸여 어느 길로 가야할 지 몰라 헤매다 또 친절한 아이리쉬 아주머니를 만나 길을 묻고나서야 성당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저녁에 간 탓에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니콜라스 교회

  '다음에 다시 오지 뭐...'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그 지름길로 가다가 자그마한 성당을 발견했다. 안에선 붉고 노란 조명이 비치고 있었고 그 조명 아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연주가 끝난 후 무대

  '뭐지?'

  성당에서 하는 공짜 공연인가 싶어 안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 바이올린 연주를 잠깐 듣다가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관계자로 보였다) 여기서 앉아서 연주 들어도 되냐고 물으니 15분 전에 본 공연은 다 끝났다며 옆에서 와인이랑 핑거푸드를 먹을 수 있다며 날 데리고 가줬다.


  금발의 단발머리 여자가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병째 놓고 사람들에게 와인을 따라주고 있었다. 그녀가 반갑게 내게 인사를 했고 어떤 와인을 마시고 싶으냐고 물었다.

  '화이트와인 주세요.'

  그녀가 화이트와인을 따라줬고 내가 맛을 보고 너무 맛있다고 하자 스페인와인이라 맛있을 거라고 했다.

  그녀는 그러면서 지금 이 행사는 회사의 스폰을 받기위해 여는 거라고 했다.

여기와서 처음 마시는 와인이다

  나는 교회행사에 공짜로 얻어먹다 가고싶진 않아 교회를 위해 작게나마 헌금을 하고 싶다고하니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말하길 너무 착하다며 하지만 회사의 기부만 받으니 괜찮다고 했다.

  '아... 헌금은 지금 할 수 없는 건가?'

  그러다 나는 교회에서 와인을 마시는 이 상황이 이질적이라 말했다.

  '한국에도 교회가 있는데 우린 교회 안에서 술을 안 마셔요.'

   그러니 그 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말하길

  '교회였는데 이제 예술센터로 바꼈어요.'


  '아!!!'


  그녀가 여기에 많은 프로그램이 있다며 날 위해 팜플렛을 가져다줬다. 일요일에 우디알렌의 영화를 상영할 건데 4시 전에 오면 8유로에서 6유로만 내면 된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고 그녀는 일요일에 오면 볼 수 있을 거라 했다.

그녀가 준 팜플렛

  가방에 팜플렛을 집어넣고 지퍼를 잠그는데 어떤 뽀글머리 금발에 교정기를 낀 남자가 다가오더니 악수를 건네며 중국말로 뭔가를 말했다. 중국인친구에게서 자기소개를 할 때 하는 말을 배운 게 있어서 그가 지금 자기 소개를 하고있는 걸 알았지만 나는 한국인이라고 했다. 그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우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는 중국인 아내가 있는데, 자긴 아시아문화에 관심이 많고 아시아영화가 많이 상영되길 원한다며, 아시아와 아일랜드가 거리는 멀지만 예술로서 하나가 되어 서로 같이 아이처럼 놀았으면 좋겠다고 자기의 이상을 신나게 이야기했다. 나도 그런 마음이 있는지라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여러가지 얘기를 나누다 그는 내 미래를 위한 말들을 해줬고 곧 자리를 떠났다.


  혼자 돌아다니면서 이런 상황들을 우연히 마주하는 데에 재미가 들려버렸다. 혼자 하는 걸 또 너무 좋아하면 안 될텐데... 그래도 내 안의 두려움 많던 작은 꼬마가 참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예술센터 뒷문

  벌써 금요일이다. (많은 이들에겐 '드디어' 금요일이겠지만....)

  다들 불금 보내시길!

작가의 이전글 30살의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