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피쌤의 책장 Oct 13. 2023

개명이 필요한 친구가 있어요..

원서, 그 이름 뒤에 억울한 사연

개명이 필요한 친구가 있어요.


정말 멋지고 재미있는 친구인데,

이름 때문에 다들 그 친구를 어려워하고 멀리하네요.


네.. 그 친구 이름은 '원서'입니다.


원서를 전혀 안 읽는 친구랑 통화를 했어요.


나: 야, 너는 '원서 읽기'하면 어떤 생각이 떠올라?

M: 어려워! 피곤해!! 또 공부해야 하잖아!!!

나: 그렇지..? '영어책 읽기'하면 마음의 벽이 높지?

M: 영어책? 그러니까 좀 더 쉽게 들린다. '원서'라는 말은 왠지 더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거 같아.

나: 그래? '원서'랑 '영어책'이랑 또 다르게 들리니?

M: 응! '영어책'하면 그냥 한번 읽어볼 만한 느낌?


친구랑 전화를 끊고 한참 생각에 잠겼어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과 '원서 읽기' 주제로

대화하면서 받았던 피드백은 십중 십 똑같았어요.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반응과 함께

그동안의 영어 '한'을 떠올리는 듯 멀어지는 시선들.


'원서'를 개명해서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 졌습니다.


뭐라고 개명해야 할까요?

철학관에 가면 알 수 있을까요?


등산이 단순히 운동이 아니듯

원서 읽기도 그냥 공부가 아닌데..


정상에서 맑은 공기 마시며 힐링하고 멋진 풍경을 즐기는 재미에 산에 오르듯 영어책 읽기 찐 희열을 알려주고 싶어요.


허접한 글 실력이 발목을 잡지만, 간절하게 구하면 찾을 수 있겠지요.


당신에게 닿을 그 '이름'을..






얼마 전 인스타에 이런 글을 올렸다.

영어책 읽는 북클럽을 이끌면서 가장 답답한 게

'원서'라는 이름만 꺼내도 사람들 표정이 한결같다.


진짜 마치 내가 보험이라도 팔려는 것처럼

어색한 기운이 감돌면서 표정들이 굳는다.

(ft. 보험영업을 비하하려는 뜻은 없음)


글을 읽은 인친들도 흥미로워했지만,

포상금이 없어서인지 딱히 개명 아이디어는 없었다.


그래서 혼자 또 열심히 생각해 봤다.

어떤 이름으로 바꿔야 '원서'가 어렵기만 한

책이라는 이미지를 바꿔줄 수 있을까.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원서'라는 단어를 찾아봤다.




원서 願書: 지원하거나 청원하는 내용을 적은 서류



그나마도 '입사 지원서'라는 의미에 밀렸다..

억울하다 못해 불쌍하기까지 한 내 친구, 원서.


'원문, 원본'이라는 의미의 원(原),

'언덕' 또는 '근원'을 의미한다.

예측했던 의미, 충분히 수긍은 간다.


'본서'라고 바꿔볼까?

사극 찍니?!


그럼 진짜 원래 책이니까,

'찐서'? 응, 별로야..


뭐라고 바꿔줄까, 내 친구 이름!


사실 원서는 아무것도 바꾼 게 없이

그냥 원래 책일 뿐인데..


그냥 책이라고!

.

.

.

걍서?


요즘 갓생의 반대말, '걍생'이라는 말이 유행이라는데,

원서는 '걍서'라고 부르면 어떨까?



그냥 책, 영어로 써졌다 뿐이지,

감동과 통찰이 가득 담긴 그냥 책,


걍서!


이렇게 개명하면 사람들이

내 친구를 좀 다르게 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