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3년 차 돌아보기
우리 회사는 매년 개인과 회사의 TBL(To-be list)* 목표를 세운다.
2023년 12월에 "즐겁게 생존한" 상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남은 한 달 더 잘 살아보려고 미리 회고한다.
■ Plus - 좋았던 점
- 생존했다. 여름 폐업 위기를 넘겼다. 최소 2025년 상반기까지의 자금이 확보되었다. 엔젤 투자보다 큰 금액이다.
- 매출이 두 배로 늘었다. 작은 코딱지가 약간 커졌다. 매출 5 배면 default alive 상태를 만들 수 있었는데 그래도 생존력이 높아졌다.
- 즐거운가. 모든 구성원이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설립 후 모두가 같은 곳을 보며 이렇게 까지 몰입한 적이 있던가. 개인적으로 제법 만족. 동료들의 의견도 궁금하다.
■ Minus - 아쉬웠던 점
- 생존 과정이 진흙탕이었다. 아버지 또래의 고객사 분께 비난을 받으며 싹싹 빌기도 하고 협력사 대표님들께 바짝 엎드리기도 했다. 사실 중 일부만 말한 적도 있다. 시장성이 높지 않은 아이템으로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때론 비굴했고, 때론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도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가끔 뒤돌아보면 나를 믿어주는 동료와 주주분들이 보였다.
- 설립 시의 비전과 실제 사업이 달라지고 있다.
- 구성원이 바뀌며 좋은 이별과 힘든 이별이 있었다.
■ Insight - 배운 점
- 즐거운 일터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개인의 행복과 좋은 일자리는 상관관계가 높다. 임직원 한 명에게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그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의 염원을 일부 실현하는 것이다.
- 첫 투자사를 정말 잘 만났다. 다른 이의 돈을 운용하는 회사가 아니라 자기 자본으로 투자를 하는 CVC라서 그런가. 진심으로 우리 편이다.
- 내 힘으로 되는 게 별로 없다.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 탄소중립의 결정적 솔루션은 공업이나 IT 보다는 농업이다. 하지만 경영자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수는 있다.
- 내년에는 생존보다 더 높은 차원의 TBL이 필요하다.
- 3년 차가 나의 도전과 증명이었다면, 4년 차는 팀의 도전과 증명이 될 것이다.
* Thanks to Taewon Tony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