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 Mar 04. 2024

매일의 요리

온갖 재료를 듬뿍 넣은 감자 수프.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세세하게 복잡한 과정을 처리하는 일이 즐겁고 맛있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눌 수 있어 좋아한다.


남편은 언제나 내 요리를 칭찬해준다. (빈말을 7년 동안 하진 않았으리라^^) 아주 맛있다며 싹싹 긁어 먹어주고 팔아도 좋겠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고 해준다. 그 반복된 리액션이 늘 고맙고 사랑스럽다.


맛은 나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아쉬움은 플레이팅이다. 좀체 예쁘게 담아내지 못한다. 내게는 요리를 잘하고 정말 근사하게 담아내는 친구들이 여럿 있다. 그들이 만든 요리를 보고 있으면 내 요리는 내놓기 참으로 민망한 수준인 것 같다. 


비교하는 마음에 사로잡힐 때면 그 좋아하는 요리를 그만두고 싶어진다. 매일의 한 끼를 만드는 일 앞에 좌절한다는 게 너무 넘치는 반응 같기만 하다.

참으로 싱거워 보이는 된장찌개.

마음이 쉽게 위축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해왔던 일들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모든 일에 손을 놓고 싶어진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다쳐서겠지. 그런 마음이 나보다 더 크게 자라나게 내버려둔 게 화근은 아니었을까. 마음은 언제 어떻게 자라나나. 나는 그동안 무엇을 방치했나.


한번 비교하는 마음을 키우면 돌아갈 곳을 잃는다. 스스로 정해야 한다. 만족할 수 있는 선을. 이 정도면 잘했다, 이 정도면 예쁘다, 이 정도면 맛있다. 이 만족을 반복하면 비교의 굴레에서 한 발짝 한 발짝 떨어져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모양은 예쁘지 않아도 오늘 아침 만든 샌드위치가 제법 맛이 좋아 기뻤다. 사진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것이 후회될 정도다. 매일의 요리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의 가치로 내 안에 자리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것이 하루를 건강하게 지켜내는 습관이 될 테지. 매일의 안전함은 인생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 요소 아니던가.




내일은 육전을 부칠 생각이다. 오늘 저녁에 하고 싶은 메뉴였는데, 브리 치즈 파스타를 하느라 내일로 미뤘다. 브리 치즈 파스타는 나만의 레시피가 아니어선가. 그다지 만족스러운 요리가 되진 못했다. 남편은 감사하게도 맛있게 먹어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매일을 꾸려나가는 힘에 대해 생각한다. 누구나 이 힘으로 매일을 가꿔간다. 새삼스레 이 사실이 경이롭다. 살아가는 일의 숭고함을 느낀다. 쉽게 좌절할 일도, 포기할 일도 없는 것이다. 이 말은 내게 돌려주는 말.


매일의 요리를 기록하는 일은 조금 귀찮을 것이다. 그래도 해보고 싶은 일이다.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음 스스로 확인하고 싶다. 


회심의 천도 복숭아 부라타 치즈 샐러드.








                    

작가의 이전글 회복의 정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