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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Mar 18. 2024

Breaking Point

15년 차 요가강사의 토론토 1인 스튜디오 오픈결심

몇일 전 거울을 깨트렸다.

2005년에 요가를 시작한 이래로 요가는 언제나 내 삶의 일부였다. 19년이 지난 아직도 요가를 시작한 첫날을 기억하고, 얼마나 많은 변화를 요가가 내 삶에 이끌고 들어왔는지 (물론 긍정적 변화) 셀 수도 없다.


요가를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이 내 안에서 꿈틀댔는지는 알 수 없다. 사 년 전 돌아가신 엄마가 요가에 열심인 나를 보며, 어려서부터 병약했던 내가 요가를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하며 건강을 지켜가기를 원하시며 나의 첫 TTC를 지원해 주셨지만 어물쩍 코스를 들으면서도 이것이 내 직업이 됐으면 하고 바란 적이 없다. 당시에 나는 영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들어간 학교에서 인생을 신나게 즐기는 중이었고 이 반짝반짝한 세계를 지나 조금 고루하게 느껴지는 일을 하는 것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요가를 좋아했던 것도 같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적으로 바라볼 때 얼마나 빠르게 그 색이 바래져 가는지 이미 경험하는 중이었고 내 유일한 휴식처를 직업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그 모든 예술대학교 신입생으로서의 술자리와 과제와 수업들 사이에서 요가는 나의 마음과 신체를 지키는 수단이었다.


요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기간은 괴로운 것이었다. 나를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파고 나오는 재정비의 시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얘기하기로 하자. 어쨌든 그 많은 시간을 지나 도달한 캐나다생활 6년 차의 나는 이곳에서 이제 나만의 스튜디오를 만들기를 결심했다. 당장에 스튜디오를 해볼 만한 이상적인 장소를 찾고, 자금을 구하고, 마케팅을 하고, 사람을 모으고, 정성을 다해 수업을 하는 그 모든 일이 내 손에 떨어졌지만 마음만은 편하다.


머릿속의 이상을 구체화하는 일은 수고가 든다. 지난 일 년간  일하던 곳에서 TTC를 준비하다가 흔히 말하는 현타가 왔다. 지금 내가 수업을 하는 환경에서 요가를 가르치는 것이 맞을까. 내가 좋아하는 요가가 과연 이런 환경에서 가능한 것이었던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들었다. 의구심은 강렬하게 나를 조여왔고 며칠 동안 끙끙 앓았다. 맘에 다 차지 않아도 보호받던 품을 독립하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지만 생각해 봤다. 그동안 나를 성장시켰던 것은 안정적인 품 속이 아니었다. 사실 그런 것을 가져본 적도 없었고, 안정적이다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 삶의 연속이었다. 애초에 한국을 처음 떠날 때 내 손에 무엇이 있었을까. 인도에서, 태국에서 그리고 낯선 땅인 캐나다에 올 때 내가 가진 것은 요가였다. 내 몸과 마음에 새겨진 요가를 믿고 왔고 그래서 변화를 즐기며 탐험할 수 있었다. 그 무엇도 잘못되지 않았다. 새로운 일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것이 많다. 새로운 배움을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1년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난 것도 이 결심을 하게 된 큰 이유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 내가 좋아하는 일을 같이 좋아해 주는 사람이 내게 주는 용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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