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빈 칼레가리, <증강된 삶>
저자 사빈 칼레가리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VyWQTxlp1Eo?si=mGUHHVcjyeEOWL1f
나는 이렇게 좌표가 수정된 새로운 삶의 장을 “증강된 삶”이라고 부른다.
증강된 삶은 정신분석이 종결된 다음에, 아니 단 한 번의 분석회기가 끝난 다음에도 누릴 수 있는 삶을 가리킨다. 정신분석은 정복과 해방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 사빈 칼레가리
"증강(增強)되다"의 사전적 의미는 "수나 양이 늘어 더 강하게 되다"이다.
사빈 칼레가리는 <증강된 삶>에서 삶의 좌표가 수정된 새로운 삶의 장을 "증강된 삶"이라고 정의한다.
한마디로 정신분석이라는 나침반을 통해 삶이 더 나아지게 한다는 의미다.
굳이 정신분석이 아니어도 우리의 삶을 '증강되게' 하는 가치는 많다. 종교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신을 통해, 혹은 명상이나 운동 등 무엇이든 자유롭게 해주는 행위를 통해 누구나 증강된 삶을 살 수 있다.
대체 정신분석이 뭐냐?라고 물으면 전공자로서 할 말은 많지만 이 책의 역자는 이렇게 정의한다.
정신분석과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는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과 일상생활에서의 성공과 성취 가능성을 저해하는 반복적인 심리적 문제에 사로잡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불안, 강박증, 우울증 등 문제의 뿌리는 종종 의식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 너머에 있기 때문에 정신치료 없이는 극복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 역자 김유빈
불안, 강박, 우울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많다. 나부터 그렇다. 평소에는 잠잠하다가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을 겪으면 갑자기 감정이 요동친다.
거센 파도보다 더 무자비하게 몰아쳐 곧 나를 덮칠 것 같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한번 왔다 가면 다시 잠잠해져도 언제 또 올지 몰라 불안하다. 이럴 때 정신분석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정신분석가인 사빈 칼레가리는 말한다.
<증강된 삶>은 200페이지 남짓 되는 얇은 분량이라서 수업 시간에 보충 교재로 언급되었지만 일반인이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칼레가리는 1970년 아폴로 13호의 산소탱크가 폭발해 생존의 위협 속에서 무사히 귀환한 사건을 예로 들며, 우주와 휴스턴 사이의 머나먼 거리에서 우주 비행사들은 기지국의 엔지니어의 목소리가 계속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었을 거라고 말한다. 이 말은 라캉이 1970년 5월 20일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 우리의 행동, 관계, 감정 등이 무언가 잘못되었는데 자꾸 반복되어 막다른 벽을 마주한 듯한 막막함을 느낄 때가 있다.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 신체화로 드러난다.
예전보다 우울증이 대중화(?)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자신을 셀프진단하는 경우도 있다. 정신과를 다니는 것이 더 이상 치부가 되지 않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긍정적이다.
정신분석가의 역할은 결코 증상이나 그 안에 담긴 향유를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존재 이유를 지지하고 밝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증상은 병리적이지 않은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
- 사빈 칼레가리, <증강된 삶>
다만 정신분석은 증상이 보내는 메시지에 주목한다. 증상이 있다고 해서 자신을 '비정상(정신병자)'으로 규정하지 말 것을 권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누구나 다 조금씩 미쳐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지금 내가 물에 빠졌지만 결코 익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믿어주는 사람, 그의 증상을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정신분석가가 되든 아님 자신의 안전지대를 만들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족하다.
증강된 삶은 어떤 삶일까?
그것은 사랑이다.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다. 타인이 규정한 목표는 내 삶의 의미가 될 수 없다.
사빈 칼레가리에게 증강된 삶이란 새롭게 태어나는 의미가 아니다.
그저 처음 사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 사는 것.
증강된 삶, 그것은 바로 내가 되는 것이다.
- 사빈 칼레가리, <증강된 삶>
실체를 알 수 없는 불안을 잠재우려고 다른 사람에게 기댄 적이 있다. 그럴수록 상대방과의 관계는 더 악화된다. 상대방의 요구를 두려워하고, 죄책감까지 느낀다.
불안의 지점을 넘어서는 것. 그럴 때 우리는 '증강된 인간', 즉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