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미영 sopia Apr 30. 2024

일상 - ME (메리지 앤 카운터)에 대해

부부 의사소통 프로그램

 ME(Marriage Encounter) 주말이란?


우리 부부는 천주교 신자로 ME주말 봉사를 하고 있다. 메리지 앤 카운터 ME(Marriage Encounter) 주말이란? 혼인한 부부들이 부부관계를 깊고 풍요롭게 하기 위하여 서로 친밀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ME주말은 결혼 5년 이상된 부부를 대상으로 한다. 그전에는  신혼기간이라 크게 다툴 일도 갈등하며 사는 시기도 적기 때문이다.  결혼 5년 차에는 아이 낳고 키우고 하는 시기라서 2박 3일 시간 내기가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결혼 보통 15년 전후에 가장 많이 신청을 하는 것 같다. 또 살다 보니 잊고 살다가 결혼 30년이 돼서 오는 경우도 있는데 뭐든지 늦게 체험을 하기보다는 일찍 경험을 하는 게 여러모로 부부 혼인생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결혼 10년~20년 정도를 권장한다. 우리 부부는 생각해 보니 결혼 20년이 조금 넘어서 ME주말을 체험했다.

ME 배너

 ME 주말은 교구마다 조금씩 다르다. 청주교구는 일 년에 5번으로 짝수 달에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ME주말을 수강한 부부들은 1박 2일의 프로그램 쇄신주말에 신청할 수 있다. 청주교구에서는 보혈선교회에서 운영하는 엠마우스 피정의 집(부강)에서 하는데 시설과 동선, 식사등에 만족한다. 수녀님들이 깔끔하게 피정의 집을 관리 운영하고 있고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해 주기 때문이다. 2006년 ME주말에 참가할 당시에는 딸들과 아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다. 근처에 살고 계신 시부모님께서 아이들 돌봄을 부탁드렸다.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그래도 집을 떠나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ME주말에 참가했던 것 같다. 물론 부부가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통해 결혼 생활을 돌아보고 점검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남편과 좋은 프로그램으로 멋진 추억을 갖고 싶었다.


ME주말에 대해 사전에 소개를 받지만 전반적인 것들은 안내를 해주고 세부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영화 스토리를 너무 다 알고 가는 것보다는 정보만 살짝 알고 가는 게 받아들이는 데 좋기 때문이다. 나도 주말을 경험한 후에 남편의 말을 잘 들어주고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듣기는 대화의 열쇠라고 한다. 아이들에게도 잔소리가 줄어들고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집안 분위기도 한결 좋아지고 서로 신뢰하게 되었다. 주변 분들에게도 주말을 경험한 부부로서 모범을 보이며 좀 더 밝고 예쁘게 살려고 다짐하며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팬더믹 이후 아직도 신청부부 수가 줄어 주말을 이어 가는 것만으로 다행이다. ME주말은 타 지역으로 교류하며 봉사를 오가기도 한다. 우리 부부도 타 지역 외부주말 봉사를 여러 군데 다녀왔다.

ME 배너


부부일치는 하느님의 바라심


2024년 4월 19일~21일까지 청주 ME 204차 주말 봉사에 참여했다. 신부님 한분과 세부부가 그동안 준비한 대요로 참가 부부들에게 발표를 하는 형식이다. 신부님께서는 중간중간 참가부부들이 잘 이해하도록 설명해 주셨다. 어린 시절 자신의 이야기부터 결혼 전 혼인에 대한 가치관과 결혼 후 신혼의 달콤함과 로맨스 그리고 혼인 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갈등과 부분에 대해 써 온 대요를 발표한다. 그리고 나누기 어려운 대화 주제로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을 통해 부부의 소중함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그냥 말로만 대화하기보다 노트에 적어서 하다 보면 정리가 되면서 더욱 진솔한 대화가 된다. 이것을 우리는 10분 쓰고 10분 대화를 한다고 해서 10/10이라고 칭한다. 차츰 봉사를 마무리할 시점에 다가오니 처음 시작할 때처럼 더 집중하고 잘 받아들이게 된다.  그동안 함께 봉사했던 신부님과 발표 부부들의 체험담을 들으며 혼인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ME 배너

이번 주말에서도 처음에는 마음을 열지 않던 형제님이 차츰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맛에 봉사를 하는 거라고 봉사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다. 금요일에 간단하게 쓰라는 말에 제동을 걸던 형제님이 있었다. 처음엔 한 줄 두줄 그러다가 갈수록 빼곡히 노트를 채워가던 모습과 밝아지는 모습을 보며 함께 해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다른 발표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이번에도 눈물을 쏟고 말았다. 겉보기에는 정말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듯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갈등으로 사는 것 같다. 양가 부모님 사이에서 갈등과 심리묘사를 리얼하게 썼는지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냥 눈물이 쏟아진다. 아이러니하게 다른 부부들의 갈등 이야기를 듣고 남편을 좀 더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남편을 더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 친교와 사랑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지금껏 ME 부부로 살아온 보답이 아닐까?

청주 ME


사랑하는 것은 결심이다


 주말 후에 본당으로 가기 전에 브리지 봉사도 곁들인다. ME 봉사를 하면서 우리 부부는 많은 은총을 받았다. 교구 안에 참가하는 부부님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느라 피곤함도 잊고 할 때가 많았다. 밤늦게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사고도 날뻔하고, 어느 때는 버겁기도 해서 내려놓을까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조금 늦게 봉사를 시작했으니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붙잡고 가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ME로 인해 우리 부부가 더 풍성하게 있게 비법이었다. 교구 35주년 행사를 앞두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을 많은 부부들의 응원을 생각하며 800킬로를 완주했고, 돌아와서는 부부들과 함께 기차여행을 하며 인생 가을을 그리고 행복을 만끽했었다. 우리에겐 참으로 행복한 ME봉사였다. 어제는 본당 ME쉐링이 있었다. 꽃가게를 운영하면서 본당 제대 꽃꽂이를 하고 있는 토마스+ 선아녜스부부 부부님이 얼마 전에 작년에 주말을 경험했다.

어제 꽃가게 옆에서 모임이 있었는데 9부부에게 원통 꽃꽂이를 선물해 주었다. 항상 예쁘고 품격있게  꽃을 꾸미는 아녜스는 센스있게 <사랑하는 것은 결심이다> 문구와 부부이름과 세례명을 써서 꼽아 주었다. 생각지 못한 꽃선물을 받고 우리는  감동을 했다. 그만큼 ME에 대한 사랑이 컸다고 생각한다. 마음 나눔도 하고  기도로 함께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가정기도
선물받은 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