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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Jun 27. 2023

일상 : 낭성 가든파티의 즐거움

낭성 바오로 & 안나 부부님 댁에서

ME 주말 프로그램 봉사


우리 부부는 교구 ME (부부 의사소통) 프로그램의 봉사를 17년째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ME 주말을 마치고 브릿지 봉사를 했었다. '브릿'란 ME주말 체험과 본당 ME에 소속되기 전에 이어주는 다리와 같은 프로그램인 셈이다. 그 과정안에 함께 하면서 배우자에 대한 느낌대화라던지 부부의사 표현에 관한 것들을 전달하고 수강한 부부들이 평소 부부관계가 원만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다. 부부 의사소통을 통해 서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갖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게 ME 주말의 목적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코로나 기간 중이지만 ME주말에 8 부부가 신청했다. 그래서 수강한 4 부부씩 2개 조를 나누어 브릿지 모임을 했는데 그중에 한조를 담당했다. 그리고 몇 번의 만남을 하고 마지막 모임에서 아쉽다며 낭성의 안나 자매님이 장미가 활짝 필 즈음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러고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단톡방에 6월 초 만나면 좋겠다는 내용을 올렸다. 그런데 다른 부부님들과 일정을 조정하고 맞추다 보니 장미는 지고 없지만 6월 24일에 만나게 된 것이다.  

마당의 가든파티


겨울 폭설의 눈길과 따뜻한 벽난로


오늘 모임에서 함께 먹을 골뱅이 무침 재료를 다듬고 썰어 빈통에 담았다. 그곳에 가서 먹기 전에 무쳐 놓아야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드시 들어가야 할 양파를 빼먹는 실수 했는데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아뿔싸~ 어쩐지~! 지난번 만들어 놓은 쑥개떡을 쪄서 기름소금을 바르고 포장해 낭성으로 출발했다. 정말 오늘따라 하늘이 푸르게 보이고 구름도 예뻤다. 지난번 바오로 & 안나 부부님 댁을 갈 때가 생각났다. 2022년 12월 23일이었고 날씨도 춥고 눈이 와서 최악의 날씨였다. 겨울이라서 저녁 7시에 만나기로 했었는데 5시 넘어서부터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이러다 그치겠지 생각했는데 눈은 점점 더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취소하기가 어려워 모임에 출발을 했다. 남편과 이른 저녁을 먹고 네비를 켜고 집을 나섰는데 이미 온 눈들로 인해 주변은 하얗게 변했다. 지금이라도 취소를 해야 하나 했지만 이미 다른 한 부부도 출발을 했고, 거리가 멀지는 않으니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도로에는 눈이 점점 쌓이기 시작했고 간신히 눈길을 헤치며 상당 산성의 고개를 넘었다.

바오로& 안나부부님 댁에서


맞은편에서 차들이 귀가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었다. 산성 쪽으로 가는 차는 사실 몇 대 되지 않았다. 눈은 내리고 바퀴도 가끔 헛바퀴가 돌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생기고 말았다. 거의 안나 자매님 집에 다가서 차를 좌회전을 하려는데 엉뚱한 길로 들어가 사고가 날뻔했다. 동네에 들어가는 길은 좁았다. 찻길과 눈길이 분명하지 않아서 자칫 바퀴가 빠질 수도 있겠다 싶어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집 가까이 가니 바오로 형제님이 플래시를 비춰주며 주차를 시켜 주었다. 다른 한부부 님은 도착 즈음에 못 온다는 연락이 왔고 다른 한 부부도 늦게 끝나서 못 온다는 것이다. 뒤이어 미카엘 & 루시아 부부님이 오셔서 우리까지 3 부부가 모였다. 거실 한쪽에는 벽난로가 있었는데 장작이 타고 있었다. 그 따뜻한 불빛에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은 누구러졌다. 그날 눈길을 헤치고 가서 브릿지 모임을 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런 추억들 때문에 만나도 더 애틋하고 즐거운 게 아닐까?



안나 자매님의 요리 솜씨


오늘 낭성에 바오로 & 안나부부님 댁에서 4시에 만나기로 해서 부지런히 달려왔다. 장미는 지고 없지만 정원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피고 잔디도 예쁘게 자라서 우리를 맞아 주었다. 주말부터 장마가 시작이 된다고 해서 '비가 오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몽실몽실 피어나며 날씨가 아주 좋았다. 그런데 집에 가서 식탁에 놓인 음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머, 이게 다 뭐야?~이 걸 누가 했어요?" 하고 물으니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김밥, 방울토마토 샐러드, 감자구이 샐러드, 김치등 맛도 일품이었다. 안나 자매님은 체구가 왜소하고 새침하게 생겨서 누가 보면 완전 서울깍쟁이 같다. 말투도 수더분한 사람하고는 많이 다르다. 작은 체구에서 이런 야무진 모습을 볼 수 있다니 놀랍다. 김밥을 먼저 맛보았더니 매콤하니 맛도 좋았다. 잠시 후에 미카엘 & 루시아 부부님이 도착했다. 수박과 자두를 선물로 가져왔다. 안나 자매님의 요리에 대해 루시아 자매님의 칭찬 리액션은 대단해서 살짝 질투가 날 정도였다. 칭찬을 하니 안나 자매님은 쑥스럽게 웃으면서도 아주 좋아했다.

낭성 가든 파티의 메뉴들


우리는 밖으로 음식을 날랐다. 밖에는 바오로 형제님이 삼겹살을 은박지에 싸서 숯불 바비큐를 준비해 주셨다. 더운 날씨에 우리를 위해 땀을 흘려가며 고기를 구워주고 예쁘게 썰어주신 바오로 형제님의 노고에 감사를 드렸다. 요리를 가져다가 두 테이블에 세팅을 했다. 마당 바로 옆에는 작은 텃밭이 있고 얼마 전에 지은 농막이 있다. 그 옆에는 높지는 않았지만 나무가 많은 산이라 그런지 공기가 아주 좋았다. 어느 정도 먹기 시작할 때 막내 안드레아 & 안젤라 부부님이 도착했다. 꽃집을 운영하는 안젤라 자매님은 손님이 있어 조금 늦었다고 했다. 꽃다발과 향 좋은 방향제를 안나 자매님께 선물했다. 우리도 그냥 삼겹살을 구워 먹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 차려진 요리들을 보고 놀랐듯이 안젤라 자매도 놀랐다. 특히 방울토마토를 살짝 데쳐서 양파를 다져 넣고 치커리를 얹은 요리가 고기와 잘 어울렸다. 루시아 자매님은 연신 맛있다고 칭찬하며 감탄했다. 잘 차려진 요리와 고기를 먹으면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오로 형제님께 기타를 부탁을 드렸으나 다음 기회에 더 잘 연주해서 보여 주시겠다고 했다. 노래방도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하자는 사람이 없어 그것도 다음으로 넘겼다.



낭성가든에서 모히또 한 잔 할까요?


어느 정도 배가 부르자 안나 자매님이 모히또를 제안했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해야지' 유행어를 탄생시킨 영화가 있었다. 2015년 개봉된 영화 내부자들(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주연)에서 극 중 안상구(이병헌)가 그 말을 해서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영화관에 가서 봤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대사이기도 하다. 몰디브의 신비스러운 바다를 바라보며 해안에서 멋지게 모히또를 한잔 하자고 해야 하는데 바꿔서 한 말에서 얼마나 빵 터졌던가? 그 모히또를 여기서 맛볼 수 있다니 우리는 무조건 콜 했다. 안젤라 자매와 둘이 들어간 안나 자매가 잠시 후에 쟁반에 예쁜 모히또를 네 잔을 가져왔다."어머 저게 모히또야?~" 빛깔에 반하고 맛에도 반했다. 자두청과 화요 41도를 조금 넣고 탄산수와 얼음을 넣고 흔들어 주다 애플민트를 살짝 빻아 넣어 주고 위에 어린잎을 넣어 주면 시원하고 상큼한 모히또가 된다. 빨간 자두청의 빛깔과 탄산음료와 독주가 만나 예쁘고 상큼하고 시원했다. 가끔 분위기 낼 때 먹으면 최고일 듯하다. 자몽이나 레몬청을 이용해도 무방한데 빛깔이 고우면 더욱 환상적일 것이다.

모히또와 치즈 감자


루시아 자매님은 너무 잘 맞는다면서 다음에는 남자들 빼고 우리끼리 만나자고 했다. 물론 농담인 줄은 알지만 그만큼 잘 통하고 즐거운 모임이 되었다. 안나 자매님은 감자를 레인지에 두 개씩 네 용기에 담아 구워 주었고 거기다 스틱 치즈를 얹어 주었다. 그래서 우린 모히또를 추가 주문했다. 마당에서 보면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 마을인데 필요한 생활용품들을 쿠*으로 주문한다며 와*회원이라고 한다. 이제는 주문하면 어느 곳이라도 쿠*이 쏙쏙 배달이 된다는 것에 감탄했다. 안젤라 자매는 아직 40대 중반이다. 그럼에도 우리와 어울리며 이야기도 잘 주고받고 설거지도 잘해서 칭찬을 했다. 얼굴도 예쁘고 싹싹하다. 안드레아 형제님은 머리 스타일이 신세대이다. 옆머리를 짧게 해서 아무나 할 수 없는 머리를 한다. 미카엘 형제님의 형님은 사제이다. 얼마 전에 주말 봉사를 하셨는데 동생이 ME주말을 다녀와 신앙생활을 적극적으로 열심히 한다고 좋아하셨다. 씨름 선수생활을 해서인지 잘 먹고 성격도 아주 좋다. 루시아 자매님도 요리를 아주 잘한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 푸짐하고 맛있는 요리로 우리를 감동케 했다. 시원시원하고 칭찬도 아주 잘한다. 오늘 한 부부님이 오시지 못했다. 물론 사정이 있을 것이다. 모두 함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미카엘 &루시아 부부님 댁에서


우리 부부는 아파트에만 살았다. 그래서 이렇게 손님을 초대해 숯불 바비큐는 꿈도 꾸지 못한다. 물론 손님을 초대하거나 음식을 함께 할 수는 있지만 많은 제약이 따른다. 자리도 불편하고 갇힌 공간에 있는 게 답답하게 느껴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난번 사랫길 농원 파티도 무척이나 품격이 있고 근사했으며 낭성 주택에서 이렇게 가든파티를 하고 보니 무척이나 즐겁고 행복했다. 같이 먹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훨씬 가까워짐을 느끼게 된다. 역시 음식으로 마음을 나눌 때 오래 기억에 남고 친근해진다. 어렸을 적에 엄마가 콩을 넣어 개떡을 해 주었던 것과 팥을 넣어 찐빵을 해 주셨던 기억, 밤하늘의 별을 세면서 먹었던 옥수수의 추억이 오래도록 나를 행복하게 다. 손님을 초대해 고기도 구워 먹고 음식도 잘해서 이런 파티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정말 부럽기만 하다. 좋은 만남을 뒤로하고 저녁 8시가 넘어서 우린 헤어졌다. 달 가까이 금성이 유난히 빛나고 있다. 우리의 오늘도 오래도록 빛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방울토마토 마리네이드 레시피

방울토마토 40개 기준 / 어린잎 채소(치커리나 상추등)한 줌 / 양파 반 개~한 개
소스: 설탕 1큰술/소금 1작은술/다진 마늘 2작은술/감식초(식초) 3큰술/포도씨유 2큰술
1. 방울토마토에 십자로 칼집을 살짝 내고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침
2. 방울토마토는 찬물에 담가서 껍질을 벗기고 양파는 곱게 다짐
3. 방울토마토를 용기에 담아 다진 양파를 넣고 소스에 버므려 냉장고에 하루 숙성 시킴
4. 치커리나 어린잎은 먹기 전에 그릇에 담고 위에 살짝 뿌리듯 넣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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