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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Aug 29. 2023

일탈 - 포항 호미곶

2023년 8월 20일 11시 출발 ~ 21일 10시 30분 도착

그래, 떠나보자~ 포항 물회 먹으러


8월 19일 갑자기 남편이 포항을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20일 오전에 성당을 다녀와야 하는 데 과연 갈 수 있을까? 의아해했다. 게다가 교중미사 전까지 예비자 접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여름휴가도 못 가고 요즘 은근히 스트레스받는 일들이 연이여 생기다 보니 "가볼까? 그래, 떠나보는 거야!"하고 약속을 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옥수수와 쑥개떡을 쪄서 가져갈 간식을 챙겨 놓았다. 오늘 예비자 모집 첫날이고 홍보를 할 겸 2층과 일층에서 모집 전단을 필요한 분들에게 배부했다. 교중미사에는 두 분이나 성경필사를 해서 주교님 축복장을 받는다. 연세가 70이 넘으신 두 분이 틈틈이 필사하고 완성했다고 하니 '그동안 나는 뭘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쓰다가 팔이 아프다는 핑계로 포기했었다. 그런데 두 분을 보니 꾸준히 지속적으로 조금씩이라도 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배낭에 가져갈 간식과 물, 그리고 냉커피를 준비해서 편안한 복장으로 길을 나섰다. 작년 이맘때 딸들과 함께 남편 차를 바꿔 주었는데 아주 흡족해했다. 그랜저 같은 자가용만 타다가 SUV로 바꾸니 훨씬 시야 확보도 되고 운전하기도 편하다고 한다. 남편이 만족하다덩달아 기분이 좋다.


휴게소를 들리긴 했지만 2시쯤 포항에 도착했다. 남편이 미리 몇 가지 인터넷을 검색해서 오늘 식사할 곳을 파악해 놓았다. 오다가 간식을 먹어서 그런지 배는 고프지 않았다. 아무 데나 들어가서 먹을 수도 있었지만 기왕이면 맛있는 곳에 가서 먹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 마*도라는 물회 집으로 가서 번호표를 받았다. 5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해변 쪽 원두막 같은 곳에 가서 바람을 쐬며 기다렸다. 가족인지 여섯 분 정도가 말씀을 나누고 계셨다. 인사를 하고 포항에서 가볼 만한 곳들을 여쭤 보았다. 구룡포, 호미곶, 일본인 마을, 연호랑 세원이랑 테마파크, 독도 전망대, 죽도 시장등을 추천해 주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된 듯해서 마*도 식당을 가보았다. 앞에 두 팀 정도가 있었고 우리도 호명되어 2층으로 올라갔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옆자리에는 젊은 부부가 먼저 주문을 했다. 특선으로 된 물회는 25,000원이었는데 우럭과 각 하나씩 주문하는 듯했다. 그러나 우리는 우럭 물회 2개를 주문했는데 가격은 각 17,000원으로 34,000원이다. 역시 포항엔 물회인가 보다. 거의가 같은 걸 주문했고 맛있게 먹는 모습들이다. 곧이어 우리 물회가 나왔는데 우선 비비고 양념 얼린 것을 부어 시원하게 먹었다. 그리고 밥과 매운탕까지 나와서 한 끼 식사로 충분했다.

포항 우럭 물회와 매운탕


호미곶에서 머물던 사랑과 추억


우리는 포항의 구룡포읍 호미곶으로 달려갔다. 포항 호미곶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 명소이며, 호미곶 등대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 지도에 백두산이 호랑이 코라면 호미곶은 꼬리에 해당된다. 가다가 포스코도 현대제철소 건물과 간판을 보았다. 그리고 당도한 곳이 일본인 마을이었다. 예전에 일본인들이 살았었나 본데 골목들이 아기자기했고 먹거리나 소품들을 판매했다. 지금은 우리 현지인들이 살고 있었고 골목골목을 엿볼 수 있었다. 동네 어른 몇 분이 나와 계셨다. 위로 올라가면 폐교에 '아라 예술촌'에 있다고 알려 주었다. 구룡포 생활 문화 센터로 작품이 몇 점 있었는데 구경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에어컨만 켜져 있었다. 그리고 더 위쪽으로 가서 '포항 구룡포 과메기 문화관'도 둘러보았다. 9월 초까지 해녀와 바다이야기를 주제로 전시회를 한다. 천에 다양한 바다 풍경과 해녀의 모습을 새겨 놓아 눈길을 끌었다. 다른 쪽에는 큰 배가 전시되어 있었고 3D 영상으로 가상공간에 북극곰도 있어 사진에 남겼다. 바깥쪽으로 멀리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지만 뿌연 안개에 가려 다른 건 보이진 않았다. 1층 전시관에서는 마른 해산물 등을 전시 판매하고 있었다. 겨울이라면 과메기를 맛보고 사갈 수 있었을 텐데 없어서 아쉬웠다. 옆으로 돌아 내려오니 마을 담벼락엔 과메기 고장답게 소녀가 꽁치를 안고 있는 그림이 눈에 띄었다. 한 바퀴 쭈욱 돌아 나왔다.

일본인 가옥 거리


우리는 호미곶으로 이동했다. 멀리서도 손가락이 펼쳐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호미곶에는 몇 군데 손을 펼친 모습이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을 찍고 바닷가 근처로 왔다. 펼쳐진 손톱 위에는 갈매기들이 한쪽 방향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어쩜 저렇게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 마치 손톱 위에 갈매기 조형물을 설치해 놓은 것 같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살아있는 갈매기였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우리도 외국인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호미곶 해안 단구를 가 보기로 했다. 주변에 쥐포를 천 원에 팔고 있어서 한 마리 샀다. 어르신께서 맛있게 구워 주셨다. 단구 쪽으로 가니 단체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호미곶을 안내해 주는 게시판에 있었다.

호미곶에서 구룡포에 이르는 해안에는 약 90만 년 전에 만들어진 약 12km 폭 0.8km의 해안 단구가 있다. 과거 피식대였던 해안 단구는 지면이 점차 융기하면서 해발고도 20~40m, 5~20m의 두 층으로 형성되었다. 현재 이곳은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다. 해안 단구는 해안가의 지형이 계단 형태를 띠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파도에 의한 침식과 지면의 융기로 인해 생성된다. 오랜 시간 동안 해수면의 변화 없이 같은 자리에 파도가 치면 그 부분이 깎여 나가서 편평한 면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피식대라고 부른다. 피식대가 만들어진 후 땅이 솟아오르면 원래 파도가 치던 곳보다 더 아래쪽에 파도가 치게 되면, 이곳에 새로운 파식대가 만들어져서 해안 지형은 마치 계단과 같은 해안 단구를 이루게 된다. 따라서 해안 단구는 과거에 지반이 융기했다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포항 호미곶


역시 저녁엔 삼겹살이지


그곳에 소년의 동상이 바다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어 마치 혼나는 모습을 자아 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손가락을 마주 닿아 찌찌뽕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보기 좋았다. 우리는 그곳에서는 따로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돌아 나오다가 부부가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발견해서 사진을 찍었다. 조금 쑥스러운 모습이지만 남편도 기꺼이 포즈를 취했다. 네비를 켜고 연오와 세원이랑 테마 파크가 따로 있는 줄 알고 찍었지만 호미곶의 손 모양 있는 곳을 지칭하는 듯했다. 다시 포항 시내로 돌아오니 사람들이 북적였다. 이곳저곳에서 마이크 소리가 들렸다. 기왕 포항까지 왔으니 저녁에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했다. 그래서 숙소를 먼저 알아봐야 해서 호텔 몇 군데에 전화를 했다. 가격도 잘 맞고 해안가에 위치한 곳으로 가서 방을 잡고 짐을 올려다 놓았다. 주변에 식당 가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늦은 점심을 물회로 먹었기 때문에 저녁엔 삼겹살이 좋을 것 같아 주변을 둘러보니 눈에 띄는 곳이 있어 그곳에 갔다. 장소도 2층으로 되어 있고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한다. 삼겹살과 목살이 130g에 13,000원이었다. 3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서 삽겹 2인분에 목살 1인분을 주문했다. 고기가 숙성고기라고 한다. 반찬이 꽤 먹음직스럽고 깔끔했다. 180g 18,000이 같은 가격이지만 훨씬 부담이 덜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역시 장사를 할 때는 센스가 한몫한다. 종업원들도 친절했다. 파와 콩나물 무침이 매콤하니 맛있는데 다 드시고 말씀하면 더 주겠단다. 고기도 직원이 직접 구워서 먹기 좋게 잘라준다. 15분 정도 구워서 상추와 갯잎에 맛있게 싸 먹었다. 소주 한 병과 맥주를 시키고 한 병을 더 시켰다.

저녁 메뉴 삼겹살

와우~~ 맥주가 시원하니 맛도 좋고 기분도 좋다. 이런 날이 얼마만인가? 늘 성당에 가는 것에 집중하느라 남편과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는 이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옆에는 가족이 함께 왔는지 10살짜리 소녀가 맛있게 고기를 구워 먹고 있다. 눈짓으로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해변을 거닐었다. 약간의 맥주가 들어가서인지 알딸딸하니 기분이 좋았다. 해변에는 모래로 만든 조각상들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어 사진을 찍었다. 일요일 저녁임에도 여기저기서 공연이 이어졌다. 대부분 버스킹 공연이었다. 그리고 품바 공연을 하면서 유튜브를 찍는 것도 있었다. 공연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노래로 자신의 생각이나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전달한다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노래를 잘해서 자신의 감정이나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표현하는 게 무척이나 부러웠다. '왜 노래를 잘할 생각을 못했을까?' 어려서부터 노래를 자주 많이 불러서 노래를 잘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잘 불렀을 텐데 말이다. 노래던지 그리기던지 뭐든지 자주 많이 경험해 보는 게 실력이 된다는 것을 진즉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스럽다.



포항의 밤을 즐기며 치맥!!


호텔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남편은 치맥을 하자고 했다. 집에서는 밤에 잘 안 먹는데 밖에 나오니 기분이 정말 좋은가보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곳은 호텔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까운 곳에서 먹기로 했다. 들어가니 젊은 사람들이 이 밤을 즐기고 있었다. 빈 곳을 찾아가 자리에 앉았다. 메뉴판을 보니 치킨이 2만 원이었다. 간장 양념과 후라이드를 반반으로 시켰다. 기다려 치킨이 나올 무렵에 생맥주를 시켰다. 생맥주가 먼저 오고 치킨도 왔다. 시원하게 먹는 맥주의 맛이 환상적이었다. '역시 이런 맛에서 맥주와 치킨은 찰떡궁합이지!' 을 하며 시원하게 들이켰다. 자리는 빈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주말도 아니고 일요일 저녁인데도 사람들이 꽤나 많아서 토요일 저녁 같았다. 오랜만에 치킨에 시원한 맥주를 마시니 기분이 무척 다. 오늘 오전에 예비자 접수를 같이 했던 팀방에 포항으로 스트레스 풀러 왔다면서 물회와 삼겹살, 치맥까지 사진을 보내며 '치맥 드시러 오세요.' 카톡을 보냈다. 우리의 일탈을 자랑? 삼아 얘기했다.

포항의 밤 치맥

11시가 조금 넘어 일어섰다. 호텔로 향했다. 호텔 8층에서 바라본 바깥의 뷰도 좋았다. 침대도 편안하고 깨끗했다. 편안한 잠을 자고 일어나 오전에 청주에 가야 한다. 씻고 준비하고 나오니 7시 30분이어서 '뭐라도 먹고 가야 하나?' 했는데 일층에 내려와 보니 간단한 조식을 마련되어 있었다. 잘됐다 싶어서 식빵을 토스터기에 굽고 잼을 바르고 커피를 뽑고 오렌지 주스도 따랐다. 우유에 시리얼을 넣어 먹으니 아침 조식으로 거뜬했다. 우리는 다른 곳은 들리지 않고 바로 청주로 가기로 했다. 네비양에게 주소를 알려 주고 출발했다. 중간에 살짝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가느라 들리는 것을 빼고는 무사히 잘 도착했다. 비양이 어찌나 친절하던지 요청만 하면 무조건 들어준다. 남편이 네비양과 주고받는 대화가 아주 사랑스럽다. 남편이 연신 웃으면서 말하는 모습을 보니 약간은 질투가 날 정도였다. 전에는 포항이 상당히 멀었지만 상주에서 직접 가는 길이 뚫리다 보니 2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 쉬엄쉬엄 가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서해바다도 좋지만 역시 탁 트인 바다는 동해 바다이다. 겨울엔 과메기도 먹으러 와보야겠다. 물론 과메기를 즐겨 먹기 때문에 주문해서 먹는 곳이 있다. 이제 앞으로는 가끔 이렇게 일탈을 해야겠다. 그래서 더 즐겁고 행복한 우리 부부의 생활을 만들어 가야겠다. 좋은 추억도 만들고 부부 사이도 더 찐사랑으로 만들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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