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1월 포항 나들이를 했던 아파트 라인 4 부부가 3월 하순에 비인, 대천, 예산을 다녀왔다. 2월에 대천에 방 두 개를 예약했고, 서해안 여행을 자주 다녔던 별이 언니 부부님이 계획과 일정까지 수고해 주셨다. 3월 22일 금요일 오전 9시에 출발하여 3월 23일 토요일 오후 5시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보름 전 같았으면 허리 통증으로 인해 여행은 가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회복되고 걷는 데는 많이 편안해졌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성원 아버님이 허리 근육통을 호소하셨다. 이젠 여기저기서 몸이 아프다고 하니 걱정스럽다. 어쨌든 우리는 일정대로 아침 9시에 차 두대로 출발을 했다. 위층 언니는 과일과 야채를 담은 간식 봉지를 하나씩 나눠 주었다.바빴을 텐데 이것까지 준비해 주어 감사의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싱싱한 간식이 먹음직스럽다. 우리 네 부부는 아파트 마당에 모여 두 차로 나누어 탔다.
일정과 간식(일부 먹었음)
아파트를 출발하여 세종시를 거쳐 비인으로 달리는 차 안 분위기는 설렘으로 가득하였다. 점심은 <비인 청청 해산물>을 먹기로 했다.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우리는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한때 이곳엔 사람들로 넘쳤다고 한다. 요즘은 불경기로 인해 찾는 사람이 줄어든 모양이다. 해산물 중자와 칼국수를 2인분 시켜서 먹기로 했다. 그런데 모둠으로 나온 조개 세트에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키조개에 양념을 넣고 다른 조개들과 나왔는 데 무척 푸짐하게 보였다. 양념된 색감이 화려하고 맛도 좋아 보였다. 한쪽에 장갑을 끼고 조개를 구워 알루미늄 도시락에 담아 좀 더 끓여서 맛있게 먹었다. 조개가 신선해서 그런지 맛이 일품이었다. 사람들이 이런 맛을 즐기려고 길이 멀어도 달려오나 싶었다. 특히 해산물은 신선해야 맛이 좋으니 말이다.
해산물과 조개 칼국수 먹기
조개구이와 칼국수로 점심을 먹고 보화 예술 공원 관람을 하기 위해서 달려갔다. 오늘 바람이 꽤나 불어서 썰렁했으나 우리는 곳곳을 관람했다. 우선 모산 미술관을 둘러보러 갔다. 일층을 보고 이층으로 올라가 연필 스케치화와 아름다운 여인상을 감상하고 플라스틱 모빌 앞에서 환상적인 사진도 찍었다. 밖으로 나오자 사슴이 바라보고 있어서 당근을 사서 가져다주었더니 잘 먹었다. 여러 마리가 있으면 좋을 텐데 한 마리만 있어서 외로워 보였다. 드넓은 정원 곳곳의 돌비석에는 시인들의 시가 한편씩 새겨져 있다. 시는 짧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참으로 강렬하다. 유명한 시인의 시도 있었고 잘 모르는 시도 있었다. 걸어가면서 우리는 각자 마음에 드는 시들을 읽으며 정원을 거닐었다. 글을 쓰고 있지만 시를 잘 쓰고 싶은 마음은 늘 갖고 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3분 짧은 노래에 전율이 일듯이 좋은 시 한 편에서 느끼는 감동도 크다.
이어서 개화 허브랜드로 들어섰다. 하우스 안에는 식물들과 물고기들이 조화를 이루어 구경거리가 많았다. 바닥에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다. 둘러보며 허브 식물들을 구경했다. 종이컵에는 각 곳에 맞는 먹이들을 담아 천 원씩 판매를 했고, 먹이를 주고 싶은 사람들은 그것을 사서 주었다. 관람료가 있지만 별개로 원하는 사람들은 사서 줄 것이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한두 번은 꼭 애용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 바퀴를 도는 데 한 시간 20분 정도 걸린 듯하다. 그림과 돌에 새긴 시와 허브랜드까지 알차게 꾸며져 있었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모처럼 산책도 하고 시도 읽고 자연과 벗하며 보낸 시간이 괜찮았다.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서 산책도 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개화 예술 공원
다시 우리는 차를 타고 예약해 둔 숙소에 도착했다. 먼저 차량 등록을 하고 3층으로 가서 짐을 풀었다. 잠잘 방은 큰 방으로 2개를 예약해 남. 녀 나눠서 자면 된다. 한 시간 정도 쉬었다가 걸어서 대천항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차를 가져가야 하나 걱정을 했는데 출발할 때는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아서 20분 정도 걸어서 갔다. 대천항 수산시장 입구 단골 횟집에서 광어와 참돔, 갑오징어와 멍게를 사서 식당으로 갔다. 회를 먹고 매운탕을 끓여 먹기 위해서다. 한참을 걸어와서 그런지 배가 고팠다. 멍게와 꼬막이 먼저 나왔는데 바다 향기가 상큼했다. 이어서 갑오징어를 두 접시에 나눠 담아 가져왔다. 한 마리인데도 양이 제법 많다. 오독오독하니 씹는 맛이 좋았다. 게다가 회를 떠 왔는데 얇고 가지런하게 떠서 온 회접시가 환상적이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확실히 싱싱해서 회의 졸깃한 식감과 상큼함, 그리고 고소한 맛이 좋다. 이래서 시간이 걸려도 바닷가에 와서 회를 먹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술잔을 부딪치며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이렇게 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으므로 우리는 추억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성원 아빠의 허리가 많이 아픈가 보다. 계속 아프면 다니기 힘들 텐데 걱정이다. 저녁을 맛있게 먹는 사이에 예정 됐던 비가 오기 시작해 숙소로 갈 때는 택시를 탔다. 그리고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 소주 두 병과 안주를 샀다. 숙소에 가서 남자분들은 2차로 이야기도 나누면서 간단하게 마무리를 할 것이다. 우리도 사 온 붕어 싸만코를 맛있게 먹고 편히 쉬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뉴스를 보고 피곤했던 지 10시쯤 돼서 잠을 잤다. 푹 자다 5시쯤 일어났고 별이 언니는 가져온 커피를 내려서 마셨다. 대부분 식사 후에 커피를 마시는 데 언니는 모닝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커피 향이 방안에 은은하게 퍼졌다.짐을 싸서 8시쯤 출발했다. 아침을 먹기 위해서다. 일정을 미리 짜 두었기 때문에 예약한 식당으로 가면 된다. 칼국수 집에 갔는데 이른 시간이라서 조금 기다렸다. 세팅 후보리밥이 먼저 나왔다.고추장을 많이 넣은 남편은 보리밥을 더 넣어 비벼 먹었다.
조식 해물 칼국수
대천 해수욕장
이어서 찐만두가 다섯 개씩 나왔다. 보리밥을 먹고 담백한 찐만두를 먹으니 속이 채워지는 것 같고 맛도 좋았다. 그리고 보리새우와 조개가 들어간 칼국수를 먹었는데 면도 졸깃하고 육수맛도 좋았다. 아침을 칼국수로 먹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이런 조합도 굿이었다. 흡족해서 우리는 갈매못 순교 성지로 출발했다. 몇 번 와 보았던 곳인데 들린다고 하니 무척 반가웠다. 대전교구 갈매못 순교 성지는 병인박해(1866년) 때 수많은 신앙 선조들이 순교하신 고통의 현장이다. 갈매못 성지에 순교하신 다섯 분의 머리가 바닷가에 매달리던 날 하늘에는 은빛 무지개가 다섯 개 떴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때 흘린 피들로 인해 지금도 바닷가에는 붉은 돌들이 많다. 우리는 갈매못 성당의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성지의 너른 마당과 순교터를 알리는 비석, 성인비 그리고 다섯 성인의 첫 매장터가 있다. 조개껍데기 모양의 성당 지붕은 순레자들이 교회의 진주로 거듭나길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갈매못 성당은 십자가의 길 14처가 끝나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갈매못 성지
갈매못 성당 제대 뒤에 스테인 글라스가 시선을 끈다. 숲 속 나무들 사이로 5명의 순교자들이 지켜보는 모습을 담은 듯했다. 스테인 글라스는 미닫이로 만들어져 좌우로 열면 서해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오늘은 미사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아 순례자들이 없어 성지가 조용하다. 우리는 곳곳의 사진도 찍고 거룩한 성지의 뜻을 새겨보았다. 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오천항 수영성으로 출발했다. 충청 수영은 사적 제501호로 초선 초기에 설치된 해안을 방어하는 최고 사령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충청 수군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과 연합 작전을 전개하였고 병자화란 때는 청군을 방어하는 등 국가 위기 때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성벽에는 당시의 총자국이 곳곳에 박혀 있기도 했다. 당시의 격전의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본다. 이곳은 동백꽃 필 무렵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한 바퀴를 돌면서 바다도 바라보고 사진도 찍고 내려왔다.
커피를 마시려고 카페를 찾았으나 마땅치 않아 천북 청보리 카페로 향했다. 멀리서 바라보는 청보리 초록 밭이 싱그럽다. 이미 이곳에 와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차 후 무인기기에서 한 사람당 8,000원씩 결제한 후에 입장을 했다. 위로 올라가면서 사진을 찍고 커피 창고로 들어가 주문한 커피를 마셨다. 오기 전에 커피숍에 안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록 보리밭을 바라보며 맛있는 커피를 마시니 편안하니 기분이 참 좋다. 창밖으로 강아지 두 마리 동영상을 찍느라 젊은이들이 여념이 없다. 펼쳐진 보리밭이 훤하게 보이긴 했는 데 아직은 보리가 짧아 초록을 만끽하기는 아쉽다. 한 달 후쯤이면 자라서 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의 모습이 예쁠 것 같았다. 사진은 커피숍에서 찍기보다 아래서 위로 찍는 게 사진은 잘 나온다. 대부분 이곳에서 찍으면 황톳길과 초록이 어우러져 아주 멋진 사진이 된다. 우리는 사진을 찍으며 초록이 주는 싱그러움과 향긋한 커피가 주는 만족감에 청보리밭 창고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청보리 밭에서 힐링
갈매못 성지와 수영성 그리고 청보리밭 창고 카페 걷기까지 알차게 프로그램을 짜준 덕분에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디테일하게 장소와 맛집을 엮어 주니 허둥대지 않고 다닐 수 있어서 시간과 비용 절감이 돼서 좋았다. 우리는 예산 상설시장 안으로 갔다. 예산이 고향인 백종원의 도움으로 먹거리를 활성화해서 여러 식당이 모여 있는 곳이다. 주말이라서 사람들이 많아 앉을자리도 없었다. 식사까지 하기는 힘들 것 같아서 예산 맛집을 검색하여 국밥집으로 걸어갔다. 소고기 특탕이 12,000원인데 고기가 많이 들어 있다. 뚝배기 탕에 깍두기를 곁들여 먹으니 맛이 좋았다. 우리는 깍두기 세 접시를 가져다 먹었다. 점심식사 후에 예산 전통국수 소면을 사러 갔다. 한 묶음이 1킬로인데 네 개를 샀다. 시장을 돌아 차를 타고 나왔다. 청주로 올라오다가 천안에 들러 커피와 호두과자로 휴식시간을 갖고 이야기도 나눴다. 예정된 5시가 안 돼서 1박 2일의 여행을 잘 마쳤다.
예산 백종원 시장상가
예산 맛집 할머니 국밥집
이번 여행은 소소하고 아기자기했지만 빛나는 시간이었다. 여행을 함께 한다는 것은 여러 상황을 겪어 내는 것이다. 1박 2일 함께 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같은 음식도 먹었다. 중간중간 던져 주는 말과 행동에서 모두가 까르르 웃기도 하고 좋은 덕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고 든든했다. 여행을 계획한다는 것은 희망의 표현이며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다양성을 이해하고 시각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생이 신비롭듯이 여행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여행의 묘미는 접하는 그곳의 풍경과 맛집도 있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를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의 여행을 떠남으로써 온몸의 촉각들이 새롭게 살아난다. 익숙한 것들이 편한 긴 하지만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원하고 가끔은 일탈을 꿈꾸어도 좋다. 언제 다시 여행을 가게 될까? 그 시간이 무척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