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미영 sopia Apr 09. 2024

일상 - 쌀밥과 잡곡밥에 대한 편견

잡곡밥을 싫어하는 남편

요즈음 많은 가정들이 식이섬유가 풍부한 잡곡밥을 해 먹는다. 식이섬유는 우리 몸의 소화를 돕고, 장건강에  좋으며, 변비를 예방하는 데에도 효과적이고 식이섬유로 인해 포만감을 주어 체중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잡곡밥에 포함된 곡물들은 혈당 지수가 낮아서 당뇨병 예방 및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심혈관 질환 에방과 오메가 3 지방산이 풍부해 심장건강과 콜레스톨 수치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고 다. 또 잡곡밥은 비타민 B군, E, 마그네슘, 철분등 다양한 미네랄과 비타민도 공급해 준다. 이는 우리 몸의 에너지 생성에 도움을 주고 피로 해소, 면역력 강화 등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잡곡밥은 우리 몸에 필요한 다양한 공급해 줄 뿐 아니라 맛과 식감이 풍부해져 일상의 식사가 즐거워진다. 매일 먹는 밥에 변화를 준다면 건강은 물론 삶의 질까지 향상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남편은 아직도 잡곡밥이 싫다고 한다.


얼마 전에 잡곡밥을 했다. 남편의 반응은 "왜 이런 밥을 했느냐?"였다. 그동안 성당에서 잡곡을 선물로 받은 것도 있고 다른 분에게 은 것도 있어서 언제 해 먹을까 하며 별러서 잡곡밥을 했는 데 반응은 썰렁했다. 늘 남편이 좋아하는 것으로 밥상을 차려 주었지만 잡곡밥은 예외였다. 남편은 원래 쌀밥을 좋아한다. 거친 것을 싫어하고 편안하게 먹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는 거의 현미를 넣은 것을 해 먹는다. 쌀:현미를 7:3으로 섞어서 먹고 있는데 이것도 처음엔 싫어했었다. 그런데 둘째 딸이 결혼하기 전에 현미 쌀을 먹는 걸 적극 추천하고 흰쌀보다 훨씬 건강하다고 설득을 몇 차례 했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현미를 넣어 먹는 건 아주 자연스럽게 되었다. 며칠 전 현미쌀이 거의 먹어갈 무렵에 냉장고에 있던 잡곡을 모두 뜯어 뒤섞어 놓았다. 그중에 흑미는 아예 섞지도 않았다. 흑미는 사실 나도 싫어한다. 흰밥의 빛깔을 어둡게 바꿔 놓고 이상한 향이 있어서 싫다. 개중에는 흑미를 좋아하는 분도 계셔서 밥 할 때 꼭 넣어 드신다고 한다.

 

우리집 식사

남편은 싫어했지만 이튿날도 잡곡밥을 해서 밥그릇에 담아 올렸다. 반찬도 정갈하게 담아서 놓았다. 자리에 앉아서 수저로 밥을 가져가던 남편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특히 남편은 잡곡밥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알고 있다. 그래서 미루다가 이제는 먹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밥을 한 것인데 역시나 싫은가 보다. 그래도 "이걸 버리느냐며 좀 싫지만 먹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편은 "못 먹으면 마는 거지?" 라며 구태여 먹어야 하느냐는 반응이다.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가 집에 잡곡이 있어서 했는데 타박을 하는 남편이 얄밉다. 그렇게 싫어할 일인가 싶어 은근히 화가 났다. 그래도 밥을 해 놓으면 먹을 줄 알았는데 번번이 싫다는 걸 강조하는 남편의 청을 들어주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남편은 맛도 없는 걸 억지로 먹는 게 싫다는 것이다. 많지 않은 양이지만 언제까지 뒀먹을까?' 하는 걱정도 살짝 되었다. 어쩌다 한 두 번 먹기는 하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성당 ME부부들 모임이 있었다. 원래는 8시에 모여 각자 간식을 가져가 쉐링을 하면 되는 데 얼마 전에 이사 간 토마스&안나 부부님 집들이 저녁 식사를 한다고 7시까지 오라고 했다. 우리는 월요일에 수영을 가야 하지만 모임을 가기로 했다. 화장지를 사고 쑥개떡을 만들어 갔다. 집에 들어서니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미 먼저 와서 안나 언니를 도와주는 자매들이 있었다. 상에 차려 놓으니 반찬들이 더 맛있게 보인다. 안나 언니는 본당 성모회장을 맡을 만큼 음식 솜씨가 좋다. 이날도 포항까지 가서 회를 공수해 왔고 나물 종류를 만들었는데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상이 차려지고 기도를 하고 배가 고파서 정신없이 먹었다. 어느 정도 먹고 나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여러 얘기가 있었지만 그날 핵심은 잡곡밥이었다. 9 부부가 왔으니 형제님도 9명이다. 공교롭게 그중에 잡곡밥이 좋다는 형제님은 없는 같다. 그러니까 거의 모든 남편들이 잡곡밥보다는 쌀밥을 선호했다. '남자들의 기호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ME쉐링 모임

물론 밥맛으로 따지면 쌀밥맛 하랴? 그러나 건강을 생각해서 잡곡밥을 먹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좀 싫어하긴 해도 우리처럼 잡곡이 있는 경우에 해 먹게 되는 아닐까? 형제님들끼리 마주한 상에서 남편은 잡곡밥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나 보다. 얼마나 싫었으면 그 마음을 이곳까지 가져왔을까 싶었다. 남편은 열변을 토했다. 구태여 싫은 걸 먹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밥이 다 거기서 거기지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싫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못 먹을 걸 먹으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일 년 내내 먹는 것도 아니고 있는 거 먹자는데 그게 싫다는 것인가? 그러나 거의 형제님들이 잡곡밥에 대해 불만을 드러 냈다. 남편의 반응에 동조를 하는 걸 보니 다들 잡곡밥에 대한 불만들이 있는 것 같다. 한참을 잡곡밥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날의 주제는 확실히 잡곡밥이었다. 후에 어쩌나 보려고 잡곡밥을 했지만 남편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잡곡밥은 하지 않는다. 쌀통에 담겨있던 잡곡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쌀과 현미를 섞은 쌀을 넣었다. 우린 다시 현미 쌀밥으로 돌아왔다. 과연 우리 집도 잡곡밥을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날이 올까?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 - 비인, 대천, 예산 나들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