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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Oct 08. 2024

내 사랑, 브런치 작가 등단

2024년 9월 27일 남 등단

9월 27일 남편이 브런치 작가 합격 메일을 받았다. 게다가 9월 28일 보은 멍에목 전신자 도보성지 순례 파견미사에서 '천사가 이끌어 준 삶의 이정표, 참된 신앙'이라는 제목으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청주교구 제1회 신앙체험 수기 공모에서 상을 받는 것을 계기로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여 이룬 쾌거이다. 남편이 브런치 작가와 수상을 동시에 거머쥔 것이다. 해마다 교구에서는 9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전신자를 대상으로 도보성지순례  행사를 한다. 신앙 선조들이 걸어서 선교했던 모습을 조금이라도 느껴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진천 배티 성지와는 달리 멍에목 성지는 주차할 공간이 부족하여 개별로 오는 신청자는 안 받고 본당에서 단체로 신청을 받았다. 멍에목 성지는 구병산(876m) 자락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다. 천주교 박해 시대에는 신자들이 숨어 살았던 신앙 공동체 교우촌이었지만 요즘은 충북의 알프스라 칭하기도 한다. 이번에 개별 승용차는 가져오지 못하도록 막았고 버스를 타고 오도록 유도했다. 그래야 주차 공간이 확보되고 인원을 정확하게 알아야 식사 준비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멍에목 성지

우리 부부도 본당에다 참가 신청을 했고  5킬로를 걸어 11시쯤 멍에목 성지에 도착했다. 2020년 한 독지가가 기금을 봉헌하여 4년 만에 성당을 완공했다고 한다. 팔각형 동판 지붕에 첨탑 모양의 건물로 지붕 정 중앙에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팔각형은 천주교에서 부활을 의미하며 세례 성당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성당 건립 후 처음 가보게 되었는데 성당 건물이나 내부는 상당히 특이했으나 신자석은 80석도 안 되는 작은 성당이었다. 멍에목 성당은 순교지 성당으로 지정이 되었음에도 규모가 작아 의외였다. 신자수가 줄어들고 점점 작아지는 추세에다 시골이라 평소에는 미사에 참석하는 분들이 적을 것이다. 이렇게 행사를 할 때는 야외미사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점심식사 후 많은 사람들의 호응 속에 한 시간 정도 음악피정 프로그램을 마쳤다. 가정사목국 신부님께서 청년들과 음악피정 프로그램을 잘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30여분의 신부님들과 주교님, 그리고 2,500여 명의 각본당의 신자들이 함께 미사를 드렸다. 미사 중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앙체험수기 시상도 하게 되었다.  


 도보순례 후 미사참례

'올해 6월부터였던가?' 남편이 부쩍 컴퓨터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다. 성당에서 맡고 있는 책임이 있어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 글을 완성한 남편이 신앙체험 수기 글을 썼는데 좀 봐달라는 것이다. 주보에 신앙체험 수기공모한다는 내용이 나오긴 했지만 그냥 지나쳤던 나와는 달리 남편은 '아~ 이런 이야기를 쓰면 되겠다' 느낌이 와서 작정하고 글을 썼다고 한다. 굴곡이 많은 신앙 이야기도 아닌 '평범한 신앙 이야기로 과연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남편 글을 읽는 순간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글이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조금씩 보충만 하면 좋은 글이 될 것 같았다. 남편의 글을 읽으며 '이 부분은 이렇게 수정해 보면 어떨까?.'라고 조심스럽게 조언해 주었다. 남편은 신앙체험 수기에 공을 들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들여다 보고 글을 수정하며 완성시켜 나갔다. 그리고 수기 마감 열흘 전에 접수하였다. 8월 말에 교구에서 연락이 왔고 뭔가 상을 받을만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본당에서 멍에목 도보성지 순례 본당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신청했다. 5일 전에 담당자에게 우수상을 받는다는 연락을 받았고 참석 요청을 받게 되었다.


https://brunch.co.kr/@d574bddb3ad04fd/5

그래서 남편에게 브런치 작가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남편은 "내가?" 하며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어머, 그래~ 당신과 같이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면 좋을 것 같아! 글도 준비돼 있으니 신청해 보자, " 하고 말했다. 그래서 신앙체험 수기와 시립정보 도서관 '시낭송회'에서 낭송하기 위해 만든 시, 그리고 ME 대요에 있는 편지를 갖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해 보라고 권했다. 남편은 '내가 할 수 있을까?' 했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남편을 격려하고 응원했다. 남편에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써야 하는지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정리를 해서 보냈던 메일에 '이번에는 함께 하지 못하게 됐다'는 1차 연락을 받고 실망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다시 도전할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게 될 때 계획서를 구체적으로 쓰지 않은 게 문제라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좀 더 계획서를 조목조목 정리하여 다시 제출했다. 이틀 후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나도 브런치 작가 됐어", "어머, 그래? 축하해~ 잘됐다." 남편이 브런치에서 보내온 메일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기쁜 마음에 딸들과 친한 몇 분에게 남편의 브런치 작가 등단을 알렸다.


https://brunch.co.kr/@d574bddb3ad04fd/4

앞으로 남편과 브런치 작가로 활동을 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고 든든하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일상 중에 할 이야기도 공통분모가 많을 것이다. 그동안 부부의사소통 프로그램을 봉사하면서도 훨씬 풍성한 삶을 살아온 것에 감사드린다. 올 해로 18년 동안 봉사해 온 ME도 은퇴의 나이를 맞고 있다. 교구에서는 좀 더 봉사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제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올 해를 마지막으로 ME 봉사는 마치려고 한다. 예전과는 이젠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할 일이 많고 얼마든지 활동적으로 살 수 있다. 그리고 돈을 벌 수도 있고 여행도 다양하게 다닐 수 있어 좋다. 앞으로 남편과 여행을 가도 각자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여행 기록을 쓸 수 있고 체험 프로그램에 참석을 해도 각자가 느끼는 그리고 생각하는 것들을 적을 수 있을 것이다. 남편도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일상 속에서 경험되는 소중한 것들도 스토리로 잘 정리하게 될 것이다. 체험과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여 브런치 친구들과 공감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일상의 이야기들도 기록하지 않으면 연기처럼 흩어지고 만다. 이제는 어느 한순간의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서 브런치에 기록되길 그래서 잘 모아둔 자신만의 스토리가 되길 바란다. 내 사랑~여봉, 수고했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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