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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찰랑 이들, 경주 순례 나들이

2025년 11월 15일~16일

by 신미영 sopia

1)진목정성지와 또랑식당 그리고 범굴기도소

2025년 11월 15일~16일 찰랑 이들 10명이 경주 나들이를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대구 대교구 진목정 성지, 순교지와 경주 나들이를 겸하여 정한 일정이었다. 우리가 함께 떠났던 1박 2일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살아내고, 기도하며 견뎌온 우리 열 명의 성당 자매들이 잠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서로에게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11월 15일 아침 7시 20분 성당옆 공원 주차장에서 만나서 12인승 봉고차에 올랐다. 약간은 상기된 모습으로 모여서 일사불란하게 봉고차에 짐을 싣고 우리도 차에 올라 출발했다. 여행이라고 눈치도 없이 소형 캐리어를 갖고 온 두 사람은 맨 뒤에 앉아서 갔다. 가다가 김밥과 커피를 찾고 기도를 바친 후 간편하게 아침식사를 했다. 모처럼 김밥을 먹으니 소풍을 가는 느낌도 들었다. 찰랑 팀은 열명이 모임을 하는데 이번에도 모두 참석이다. 그러나 사정이야기를 들어보면 못 갈 사람도 있어 보인다. 오늘 친정어머니 기일이지만 미사로 봉헌한 친구 아녜스, 혼인한 딸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올 날이지만 다음 주에 오라고 했다는 요안나~ 각자 나름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우리는 경주 진목정 성지를 향하고 있었다. 경주로 떠나는 이유는 진목정 성지, 칠곡 신나무골 성지순례도 겸하는 나들이기 때문이다. 천주교에서 올 해 희년을 맞아 '희망의 순례자들 해'로 지정하였다. 청주교구에서도 2025년 '최양업토마스 사제의 시복시성'을 염원하며, 사목 하셨던 30군데를 정하여 신자들에게 대림시기가 시작되는 11월 말까지 방문하도록 했다. 가는 곳마다 스탬프를 찍고 완료한 신자들에게 순례 증서를 주고 있다. 부지런히 다녀서 이미 순레를 마친 신자들도 있고 아직 순교지 순례를 하고 있는 분들과 못한 사람들도 있다.

진목정 성지에서 - 찰랑이들

우리는 차 안에서 연신 '호호하하' 웃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휴게소에 들러서 볼일도 보면서 성지에 도착하였다. 날씨도 좋았고 춥지도 않아서 다행이다. 잠깐 성지를 둘러보니 나무나 성물들이 다소곳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보기 좋았다. 거의 미사시간이 다 되어 안으로 들어가 보니 넓게 퍼져 있는 성당에는 대략 250여 명이 미사를 볼 수 있는 장소이다. 우리는 제대를 중심으로 우측에 나란히 두줄로 앉았다. 미사가 시작 되고 신부님께서 경건하게 집전하셨다. 진목정 신부님께서는 두 군데 성당에서 오신 분들에게 박수를 치게 하셨고 여기저기서 오신 분들에게도 환영의 박수를 보내 주셨다. 신부님께서는 부임하신 지 얼마 안 되셔서 그런지 책을 읽듯이 또박또막한 목소리로 미사를 집전하였다.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살리는 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를 살리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연대하여 교회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신자들에게 당부하셨다. 세속적인 것에 마음을 두지 말고 오로지 하느님께 마음을 향하도록 하자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미사 후에 옆쪽으로 하늘 정원( 봉안당 )이 있는 곳에 가보니 선종하신 분들의 무덤 같은 곳이었다. 그래서 더 거룩하게 느껴졌다. 옆으로 내려와 휴게실에 들려서 단체 사진을 찍고 커피를 마셨다. 진목정 성지는 허, 륜, 이, 세 사람의 순교자를 대표하는 목걸이를 살 수 있어 좋았다. 진목정 성지의 특색을 살려 상품을 개발하고 순례하는 분들이 구입을 해서 성지 발전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이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것으로 열개를 구입하고 신부님 축성도 받았다.

진목정 성지 미사와 주변 풍경

성당 뒤편에는 이곳을 찾는 분들이 피정할 수 있는 알베르게가 있다. 순례자들이 묵으며 기도하거나 묵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옆쪽으로 범굴 모형(호랑이굴)이 있는데 병인박해 때 허인백 야고보, 김종륜 루카. 이양 등 베드로 등 세복자가 숨어 살았던 곳이다. 이 굴은 과거에 약 30센티 정도로 10여 명이 숨어 지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지금은 보존 및 정비가 이루어져 기존의 것들을 살려 계단으로 오르내리게 되어 있었다. 진목정 성지는 경주 지역에서 한국 천주교 신앙의 전파와 박해의 역사가 깃든 중요한 곳이다. 조용한 산골 분위기의 작은 성지이지만, 초대 신앙인들의 발자취를 기억하는 의미 깊은 곳이기도 하다. 진목정은 이름 그대로 '참나무 정자'가 있던 곳이다. 이곳은 조선 후기, 천주교가 공식적으로 신앙이 금지되던 시기에 비밀리에 신앙생활 하던 신자들이 살았던 곳이다. 경주지역은 박해가 심하진 않았지만, 몰래 모여 기도하던 소공동체 같은 곳이었고 무명 신자들의 숨은 신앙의 터전이었기에 성지로 지정이 되었다. 직접 와보니 자연 속에서 차분한 기도와 묵상을 하기 좋은 곳 같았다. 범굴 쪽에서 바라보는 성당의 돔 모양이 보기 좋아서 단체 사진을 남겼다. 이곳에 와서 같이 미사를 드리고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은총처럼 느껴졌다. 말없이 눈을 마주쳐도 마음이 전해지는 그런 순간들이었다. 서둘러 내려와 인근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얼마 전에 딸을 출가시킨 요안나가 점심을 낸다고 예약을 했다.

또랑이 있는 집 식사

식당 이름이 <또랑이 있는 집>이다. 직접 가보니 근방에 또랑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 넓진 않았지만 동네 식당치고는 괜찮았다. 비빔밥과 칼국수를 주문했더니 먹음직스럽게 나왔다.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비빔밥은 꿀맛 같았다. 보기에도 색감이나 나물 종류가 꽤나 먹음직스러웠다. 게다가 칼국수가 면이 쫄깃하지만 육수도 맛이 좋았다. 단무지도 맛있어 몇 번을 더 먹었다. 게다가 우리는 만두까지 주문했다. 만두가 투명하니 맛도 좋아서 주인에게 칭찬하면서, 요안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식사를 마쳤다. 우리는 다시 진목정 성지로 향했다. 이번에는 허, 륜, 이 기념정원 범굴 기도소로 갔다.

진목정성지 범굴 기도소

이 기도소를 둘러싸고 있는 담벼락 위에는 신앙인들을 상징하는 돌을 놓아 하늘나라를 갈망하는 신앙인들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담벼락의 입구 모양은 마치 하느님께서 이곳을 찾아오는 순레자들을 감싸 안아주시듯 팔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기도소 돔 주변에는 물이 차 있었는데 7개의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이것은 칠성사를 의미한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니 세분의 복자, 가족 15명을 의미하는 15개의 참나무 판자가 하느님을 상징하는 '성령의 불꽃'을 향해 세워져 있다. 기도소 가장자리에는 순레객들이 앉아서 묵상할 수 있도록 참나무 둥치가 마련되어 있다. 기도소를 나와 운치가 있던 7개의 징검다리 주변에서 포즈를 취하며 우리는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진목정 성지에 와서 신앙선조들의 신앙심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2) 경주 황리단 길과 전통한옥 숙소에서 삽겹살 파티

우리는 봉고차를 타고 경주 시내로 들어갔다. 경주 시내에서 가장 핫한 거리인 황리단길을 걸었다.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아서 장터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전통 한옥 스타일 건물 안에 세련된 카페, 레스토랑, 공예품 가게가 많아서 '레트로+현대감성'이 공존하는 거리이다. 우리는 유명하다는 커피 전문점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배회하면서 경주 시내를 걸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나들이를 나온 것처럼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카페는 측백나무에 감싸여 밖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소였다. 입구를 지나 카페에 들어서니 이미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앉을자리가 없어 기다리다가 밖으로 나왔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진 않았는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고 나름 운치있는 커피숍이다.

경주 황리단 길과 유명 커피숍

숙소 인근으로 이동하면서 적당한 커피숍에 들어가 담소를 나누며 취향에 맞게 차를 마셨다. 저녁엔 전통 한옥 가옥에서 짐을 풀었다. 이곳에는 전통 한옥들의 숙소가 여러 채 있었다. 꿀잠 숙소는 방 세 개에 거실, 침대가 네 개 있고 화장실도 두 개, 주방과 거실도 있는 제법 큰 한옥이다. 우리는 각자 집에서 준비해 온 반찬을 놓고 밥과 된장찌개도 끓여서 저녁만찬을 준비했다. 경주에서 사 온 삼겹살을 숯불에 구워 먹으며 친구 엘리사벳의 생일도 축하해 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불꽃 위로 익어가는 고기의 냄새가 아주 좋았다. 누군가는 굽고, 누군가는 챙기고 그 자체가 '가족 같은 공동체'의 풍경 같았다. 와우~~ 이건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시간이어서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맥주를 마시다 소주가 괜찮을 것 같아서 마셨는데 먹을만했다. 우리는 연신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냈다. 사진도 찍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오랜만에 서로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씻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숙면을 취하였다.

숯불 삼겹살 파티와 고즈넉한 한옥

고즈넉한 한옥, 나무 냄새, 바람소리까지 들리는 평온함 속에서 잠을 깼다. 아침에는 요구르트에 하루견과를 넣어서 먹으며, 누룽지와 된장찌개를 끓여 아침식사를 했다. 꽈리고추 볶음과 파김치, 고추튀김을 먹었는데 같이 둘러앉아 먹으니 더 맛이 좋았다.


3) 양남성당 미사와 바닷가 생선회 만찬 그리고 신나무골 성지

아침을 먹고 달려간 곳은 해변가 언덕에 하얗게 지은 작은 '양남 성당'이다. 언덕 위에 하얀 집처럼 깨끗하고 순수한 공간이었다. 미사전후로 성모회에서 미역과 다시마, 젓갈, 말린 감 등도 팔고 있어서 필요한 분들은 구입했다. 신자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무척 친절했다. 미사중에 신부님께서는 여러 말씀을 해 주셨다. 부임하신 지 몇 개월 안 됐다고 하는데 신자들의 고충과 마음을 잘 알고 계신 듯했다. 성당은 작았지만 내부는 우리 본당과 비슷했다. 좁아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무릎을 꿇는 예식을 할 때 장궤틀이 많이 불편했다. 이것을 얘기해 주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다. 주임신부님은 신자들과 피정온 멋쟁이 신부님도 소개해 주며, 미사 끝에 인사를 나눌 수 있게 해 주셨다. 미사 후에 주임 신부님은 성당이 잘 나올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도록 배려해 주셨으며 우리와 함께 사진도 찍어 주셨다.

양남성당

점심에는 부근에서 회를 먹기로 했는데 양남성당 신자분들이 적극 소개해 주었다. '선희네 횟집'은 가보니 크지 않았지만 쥔장이 친절했다. 회가 나오기 전에 먹는 것들, 홍합, 과메기, 새우, 문어, 고등도 주셨고 생선회 가격도 저렴하고 신선해서 맛이 좋았다. 정말 양껏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물론 매운탕도 기가 막히게 맛이 좋았다. 식사를 마친 후 가정기도를 바치고 나서 구아녜스 회장의 제안으로 경주 1박 2일의 순례 여정에 대해서 의견 나눔을 하였다. 서로가 품고 있는 생각을 들어보니 다들 만족한 여행이었고 좋았다고 한다. 밖으로 나가서 해변을 둘러친 높은 담벼락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바람은 불었으나 포즈를 취하며 각자가 원하는 사진을 남기고 단체 사진도 찍었다. 나중에 회집 쥔장이 와서 셔터를 눌러 주기도 해서 더 풍성한 사진이 되었다.

포항 영남 선희네 횟집
양남 해변가에서

우리는 서둘러 올라오다가 칠곡 신나무골 성지로 향하였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에 위치하며 박해 시대의 교우촌이다. 이름의 유래는 '나무 아래 움막을 짓고 살던 신자들'이라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1885년 로베르 신부가 이곳에 사제관을 세우고 정착함으로써, 대구 본당(계산동 주교좌본당)의 시작점이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이선이(엘리사벳)의 묘소가 있다. 학당이 복원되어 피정과 연수의 집, 명상의 집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는 오후 4시가 넘어 도착하여 성물방도 성당도 문을 닫아서 아쉬웠다. 순례 스탬프를 찍는 곳 옆에 촛불을 봉헌하고 한 바퀴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나왔다.

칠곡 신나무골 성지

서둘러 청주로 출발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가요를 부르다가 자연스럽게 성가를 부르며 달렸다. 졸음도 쫓고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속리산 휴게소에 도착하여 화장실을 다녀와 가락국수로 저녁을 먹으려 했다. 그러나 재료가 소진이 되는 바람에 청주 용암동에 도착하여 '전주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뜨끈하면서도 가격도 저럼하고 맛도 좋았다. 이것으로 1박 2일의 찰랑 팀의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개성이 또렷한 열명이 불편한 상황도 있었을 테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 서로를 더 알게 되고 가까워지는 건 아닐까? 우린 함께여서 더 빛나고 같은 추억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좋았다. 11월은 김장을 해야 하기에 주부로써 참 바쁜 달이다. 그럼에도 찰랑 이들과 함께 보낸 1박 2일로 인해 에너지를 많이 충전한 시간이었다. 찰랑 팀은 늦가을에 멋진 추억을 가슴에 가득 담았고 오래 간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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