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저녁 7시, 푸에고네그로 스페인 음식점
내덕동 연초제조창 건물이었던 문화제조창 1층 푸에고네그로 스페인 음식점에서 4 부부가 만났다. 이곳은 2014년~2019년 도시 재생 선도사업으로 조성된 거점 시설로서, 담배를 생산하던 (연초제조창)에서 문화 예술을 창조하는 문화 제조창으로 재탄생하였다. 전에 전시회가 있어 몇 번 가보긴 했어도 음식점까지 즐비하게 들어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된 줄은 몰랐다. 스페인 전문 음식점을 가려고 찾다 보니 이곳을 예약하게 되었다. 이번에 모임을 갖게 된 이유는 2024년에 300킬로를 걷고 올 10월에 500킬로를 걸으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를 마친 (프란치스코) & (클라라) 부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부부들도 보고 싶었다. 게다가 산티아고를 다녀온 부부들이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그때를 회상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월 연말이라 다들 바쁘고 힘들 텐데 함께 만날 수 있다니 기분이 좋았다. 문화 제조창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들어가니 여러 나라의 음식점들이 많아서 가족 외식 문화 코스로 자리를 잡았다니 깜짝 놀랐다. 퓨전 한식을 비롯하여 베트남과 태국의 동남아 음식 식당과 색다른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이렇게 많은 음식점들이 들어서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니 반가운 일이었다. 음식점을 찾아 들어가니 이미 다른 분들이 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클라라)씨만 오늘 회의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못 와서 정말 아쉬웠다.
우리 네 부부는 청주 ME에서 봉사부부로 알게 되었다. 지금은 충주 레오 & 레아 부부만 교구 안에서 봉사하고 나머지는 은퇴를 했거나 사정상 봉사를 그만둔 상황이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친숙하게 느껴져 반갑고 유쾌하다. 그런 데다가 스페인 순례길을 다녀온 부부이니 만나면 할 이야기기가 정말 많다. 연신 하하 호호~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음식을 주문했다.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라파엘 씨는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오고 국내에서 스페인 음식을 많이 먹으러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저기 음식점을 많이 알고 있는 라파엘 씨가 선택해서 예약했다. 처음 나온 요리는 양송이 타파스이다. 듬뿍 들어간 올리브유에 양송이를 굽고 용기에 식빵이 얹어 나왔다. W들은 운전을 해야 해서 술을 마시긴 어렵지만 오늘의 분위기를 살리고 잔을 부딪치려 술잔에 맥주를 조금씩 받았다. 우리는 맥주와 와인을 시켜서 잔을 부딪치며 산티아고 순례자들 답게 부엔 까미노를 외쳤다. 다음엔 뽈보 요리였는데 스페인에서 먹었던 음식과는 달랐지만 문어는 아주 연하고 맛이 괜찮았다. 작년에 세부부가 처음 만났을 때는 비싼 와인을 주문해서 음식값이 많이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엔 비싼 와인은 자제하자고 미리 이야기했다. 요리 마지막을 장식한 건 스페인의 대표요리 빠에야이다. 우리는 생장 가기 전 까르푸에서 빠에야를 사 갖고 가서 레인지에 데워서 저녁으로 먹었다. 그래도 맛이 괜찮았다. 오늘 나온 빠에야는 바닥에 거의 깔리게 새우와 해물을 넣어 볶고 홍합으로 둘레를 장식했다. 해물이 비싸서인지 별로 없어 아쉬웠다. 그래도 스페인식당에서 빠에야를 먹을 수 있음에 당시의 회상하며 추억을 나눌 수 있었다. 이런 게 바로 같은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아니던가? ㅎ
프란치스코 &클라라 부부는 퇴직 후에 시간을 맞춰 두 번에 걸쳐 스페인을 다녀왔다. 2024년 6월에 300킬로를 걷고 이번에 다시 500킬로를 다녀온 케이스이다. 대부분은 미루고 다시 순례를 간다는 게 어렵지만 꼭 가고 싶었나 보다. 게다가 사진을 잘 찍고 꼼꼼하게 기록을 잘해서 교구에서도 퇴임 후 평생교육원에서 사진 강의를 하고 있다. 이번에도 방송국에서 산티아고 순례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기획으로 방송을 할 모양이다. 산티아고 순례를 가면서 나름 무거운 숙제를 안고 갔지만 워낙에 기록물을 남기는 데는 선수가 아닌가? 언제가 방송이 되면 꼭 보고 싶다. 클라라 씨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으로 2년 전에 퇴임했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도서관에 자주 가는데 우리 부부가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책을 오창 호수 도서관에 희망 도서로 신청하여 비치해 놓기도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심 있는 분들께 유용하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서 말이다. 프란치스코 씨는 남편과 동갑인데 당시 ME 봉사부부 중 동갑이 다섯 분이나 된다. 아무래도 동년배이다 보니 이야기도 나누고 소통을 자주 했던 편이라 친밀하다. 게다가 성실하고 자신의 일에 대해 열심인 편이라 주변에서 신뢰하는 분이다. 우리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후 언젠가 가보겠다고 결심하더니, 2024년 시간이 여의치 않아 300킬로를 걷고 돌아왔다. 녹음으로 쌓인 순례 길을 걸어가는 클라라 뒤에서 연신 사진을 찍는 프란치스코 씨~ 두 분이 함께 했던 대부분의 순례길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프란치스코 형제님이 순례하는 동안에 몇 장의 사진을 보내준 적이 있다. 빨간 모자와 빨간 점퍼를 입고 배낭에 물병을 담고서 순례자 지팡이를 꽂으며 열심히 앞으로 가는 클라라 씨의 모습이다. 그리고 몰리나세카 성당이 푸른 하늘에 떠가는 구름과 녹음 속에 우뚝 서있는 사진이다. 도시 입구 강가 주변에 성당이 참 아름답다. 클라라 씨는 몸이 약한 편이다. 그래도 씩씩하게 잘 걸었다니 다행이다. 우비를 입고 바람을 맞으며 날아갈 듯 찍은 사진도 있다.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던 마른 클라라 씨가 그렇게 하고 사진을 찍으니 다른 분들도 앞 다퉈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순례길을 걸으며 다양한 에피소드나 사연들이 많겠지만 순례증을 펼쳐 보이며 환하게 웃는 모습 안에 많은 추억이 담겨 있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포로토마린 입구에 있던 강물이 메말랐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다녀온 코스 중에 포로토마린은 호수 때문에 다시 가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던 마을인데 물이 없는 사진을 보고 무척 안타까웠다.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풍족한 물만큼이나 넉넉한 위로와 사랑을 준 호수였는데 말이다. 다시 잘 채워지길 기원해 본다.
긴 여정의 메세타 고원을 걸을 때 무지개가 나타나 지루한 길에 위로와 희망이 되어 주었다. 우비를 쓰고 걸었던 시간들도 있었다.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서 우산을 못쓰고 우비로 몸을 가렸다. 바지와 신발은 촉촉이 젖었지만 이 길을 걸을 수 있음에 무한 감사를 드렸다. 햇볕이 쨍쨍한 날에는 모자를 쓰고 나무 아래에 잠시 쉬면서 순례길을 완주하고자 하는 마음을 다졌다. 클라라는 몸이 가벼워 그런지 앞장서 잘 걸어 다행이다. 아스트로가 '목마른 순례자' 동상 앞에서 우리도 순례자가 물을 마시는 것처럼 갈증 난 목을 적혔다. 왜 이곳에 순례자 동상을 세웠는지 알 것 같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지나며 목마름을 채워주는 동상을 봤을 것이다. 지친 순례자들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갈증을 채워주는 것 같아 마음이 든든했다. 가장 많이 순레자들이 출발한다는 사리아에서 인증숏을 남기고, 100킬로 지점에서도 이곳을 지나는 많은 순례자들처럼 사진을 찍었다. 확실히 사리아부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동안 걷느라 힘들고 지쳤지만 힘을 내 걸어 보기로 했다. 주변의 경치도 살펴 가면서 부지런히 걸었다. 햇살은 뜨거웠지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는 꿈을 꾸면서, 다른 순례자들의 스틱 소리를 들으며 힘을 내 본다. 우리는 10월 20일 드디어 도착지에 안착했다. 그토록 꿈 꾸며 와보고 싶었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오니 마음도 홀가분하고 덩달아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감동이 되었다. 프란치스코 씨가 보내준 사진을 보고 같은 입장이 되어 순례길을 정리했다.
힘들었지만 두 분은 당당하게 걸었고 순례길을 완주했다. 피스텔라까지는 현지 가이드 투어로 여행을 했다. 세찬 바람에 휘날리는 옷깃을 본다. 하지 못할 것 같았지만 내디딘 발자국들이 모여 길을 만들었고 그 길들이 모여 끝내 800킬로가 완성이 되었다. 완주를 한 두 분에게 박수를 보내며 다음 여정도 기대해 본다. 우리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음식점 문 닫을 시간이 되자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주변에 커피숍을 찾았으나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편의점 커피를 사서 앉아서 먹으려고 했으나 청소하고 문을 닫는다고 해서 결국 밖으로 밀려 나왔다. 아직도 우뚝 솟아있는 연초제조창의 굴뚝을 바라보며 20여분의 티타임을 가졌다. 여자들은 그래도 편의점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아쉬움을 달랬다. 우리는 산티아고 순례를 한 동지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만나면 할 이야기도 많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추억을 소환하고 싶은 날에 우리는 다시 만남을 가질 것이다. 오늘 만남을 위해 충주에 살고 있는 레오♡레아 부부가 청주로 왔듯이 언제든 만나자고 하면 약속 장소로 달려 나올 것이다. 우리의 다음 만남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