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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소라 Jan 19. 2024

우주와 세포, 그 안의 우리들

코헤이 나와 <Cosmic Sensibility> 전시 리뷰

1.개요


일본 작가 코헤이 나와의 개인전이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4년 만에 열렸다.

전 세계 8곳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갤러리는 아시아에 최초로 진출한 국제적인 갤러리로, 2017년에 오픈한 서울관은 한강진역 부근에 위치해 있다.

코헤이 나와의 국내 개인전은 2013년과 2019년의 아라리오 갤러리 이후로 세 번째이며,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는 처음 열린다. 작가의 유명세에 비해 국내에서는 아트페어에서 가끔 볼 수는 있었지만, 전시로는 만나기 힘든 작가여서 이번 전시는 더욱 뜻깊다.



2. 코헤이 나와 소개


코헤이 나와는 1975년생 일본 오사카 출생의 작가이다.

주로 'PixCell' 시리즈로 이름 지어진 조각이 대표작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픽셀 디어' 시리즈는 박제된 사슴 위에 크리스털 구슬을 붙여 이름처럼 해상도가 낮은 디지털 픽셀을 보듯 사물의 윤곽은 남아 있지만 원래의 형태는 알아보기 힘들고, 이는 묘하게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작가는 크리스털 구슬을 붙임으로써 그 사물이 원래 지녔던 색과 형태 그리고 질감을 완전히 해체시키며 오히려 이를 통해 사물의 본질이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그는 2024년 기준 만 48세로, 작가로서는 젊은 나이임에도 쿠사마 야요이의 명맥을 잇는 세계적인 메이저 작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또한 BTS의 RM, 지드래곤과 같은 셀럽 슈퍼컬렉터들도 코헤이 나와의 픽셀 디어 작품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사진을 종종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해서 조금 더 '힙'한 이미지를 갖게 되지 않았나 싶다.

지난 2021년 KIAF의 페이스갤러리 부스에서 BTS의 RM이 픽셀 디어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이 화제가 됐었다.



3. 전시구성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우주'가 특히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전시의 제목은 <Cosmic Sensibility>, 즉 우주적 감성이라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겠다. 코헤이는 이 제목을 그의 스승인 히토시 노무라의 작품명에서부터 착안했는데, 히토시 또한 우주에 대한 관심을 작업의 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공통된 관심사를 찾아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히토시는 2023년에 뇌경색으로 작고했으며, 코헤이는 이번 전시를 스승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자 오마주의 의미를 담았다고 말한다.


전시는 총 1~3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번 전시는 페이스갤러리 서울 개관 이후 최초로 전관을 사용한 전시라고 한다!

1층은 설치 작업인 <Biomatrix(W)>와 조각 연작 <Ether> 4점, 주요 연작인 <PixCell> 1점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2층은 작가의 대표적인 시그니처 시리즈인 <PixCell>의 일상 사물을 비롯한 여러 버전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3층은 신작 <Spark> 연작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명 '성게' 비주얼을 보여주며, 레진과 벨벳을 이용해 만들어진 <Rhythm> 시리즈가 벽면 전체를 감싸고 있다.

작품 수는 많지는 않지만 모두 임팩트 있게 구성되어 있으며, 역시 힙한 동네 이태원에서 열리는 핫한 작가의 개인전이라 그런지 주말 낮에는 줄을 서서 관람했다.



4. 주목할 만한 작품들


(1) 혼합매체 설치 작업 <Biomatrix(W)>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작품이다. 조명과 작품의 연출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감탄하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닥의 원형 구조물에서 뭔가가 퐁퐁 솟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Biomatrix(W)>는 실리콘 오일이 흐르는 캔버스로, 오일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맺혔다 퍼졌다를 반복하면서 작품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순환은 마치 세포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생태계 전반의 생성과 소멸을 은유하는 듯하다.


(2) PixCell 시리즈 - 일상의 사물들

신비로운 매력을 자랑하는 픽셀 시리즈는 코헤이 나와의 정체성이자 대표작이다.

이전의 시리즈들은 사슴과 같은 동물들의 박제 위에 크리스털 볼을 붙인 것이 상징적이나,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의 사물들을 사용하였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작가는 운동화, 라디오, 텔레비전과 같은 일상 사물들로 픽셀 시리즈를 확장하였고 무생물이더라도 그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한 인터뷰에서 코헤이는 이번 픽셀 신작들에 대해 초현실주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언급하며, 자본주의나 산업혁명이 낳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지구를 지배하고 파괴할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했다.

아마 픽셀 시리즈의 확장된 재료들로 무생물, 즉 공산품이 선택된 이유는 작가의 이런 최근 관심사와 연결되는 지점이 아닌가 싶다.


(3) 가장 쇼킹했던 신작 <Spark>

아마 이번 개인전의 핵심이자 주인공은 바로 대형 조각 신작 <Spark>가 아닐까 싶다.

보자마자 '성게...?'소리가 먼저 나오는 이 기묘한 작품은 검은 탄소섬유 막대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작품의 위압감과 공간 전체를 장악하는 느낌에 쉽사리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오랜 관심사였던 '중력'을 주제로 한 것으로, 한 공간 안에 다른 중력권이 존재하는 듯한 풍경을 연출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혹은 공간에 예기치 못한 블랙홀이 생긴 듯한 느낌, 현실 세계의 갑작스러운 균열을 표현하고 싶었다고도 하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관람객들에게 있어 비현실적인 공간감과 낯섦, 어쩌면 두려움까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쩌면 '우주'를 키워드로 한 이 전시에서 가장 우주와 가까이 닿아 있는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5. 정리

작가의 유명세에 비해 국내에서 작품을 보기 힘든 작가 중 하나, 코헤이 나와의 다양한 작품 시리즈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개인전이기 때문에 그만큼 화제가 많이 되고, 전시 기간을 2주나 연장한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또한 전시를 기획한 페이스갤러리에서도 숭고하면서도 신비로운 작품들의 특색을 잘 살려서 전시를 구성하고 연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해외 대기업 갤러리는 다르다는 느낌?

코헤이 나와는 올해 만 48세로, 작가로서는 전성기에 접어드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가장 유명한 픽셀 시리즈 외에는 어떤 작업의 변화가 있는지 잘 몰랐었는데, 이번의 <Biomatrix(W)>와 <Spark>의 압도감은 이 작가의 앞으로의 방향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작가는 우주에 관한 소식을 항상 챙겨본다고 하는데, 앞으로의 코헤이가 바라보는 본인의 우주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 펼쳐지게 될지 정말 궁금해진다.



*참고! 전시는 1/20일까지로, 이번주 토요일까지입니다.



6. 관람정보

Kohei Nawa: Cosmic Sensibility

2023.11.22 - 2024.1.20

화-토 10:00 - 18:00 (매주 일, 월 휴관)


<참고>

WKorea '우주적 감성을 지닌 코헤이 나와의 전시'

아라리오갤러리 '코헤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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