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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해피 Sep 20. 2022

아이를 키우며  뒤늦게 찾아온 나의 사춘기

이야기의 시작, 내 아이의 발달지연


스물여덟 살의 결혼... 중기 유산... 그리고 임신...

아이를 낳고 세돌 무렵...  최대 고비가 찾아왔다.


"큰 병원에 가보셔야겠어요... 아이 발달이 너 무 더딘데요. "

영유아 검진 3차 때 일이다.


생각해 보니 걸음마도 말도  아이..  


 인터넷 검색에 호명 반응, 눈 마주침, 자폐스펙트럼 등을 검색하며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보냈고, 과거 태교부터 아이 식단까지... 모든 것에 대한 '엄마로서의 자질'을 의심했다.


초조한 마음에  발달 평가를 위한 심리센터를 찾았다.

아이를 체크하고 몇 가지  검사... 양육자 검사까지 마치고 상담사 선생님은 나를 불렀다.


"아이  발달보다 어머니의 우울증이 더 염려되는 상황인데... 심리 상담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내 아이의  발달지연을 치료하며  나를 알아갔다.


울면서 토로했던 답함, 과거에 대한 원망과 미움의 감정이 올라와 50분의 상담 이후 집에 돌아올 때는 녹초가 되어있었다.

"제가 공갈빵 같아요. 겉만 멀쩡하고 속은 알길 없이 텅텅 비었어요..."


왜 힘든지 스스로가 파악 안 된 채 살아가는  답답함... 사춘기의 감정이 이런 것일까 싶었다.


허...  참... 나이 '서른이 넘어 찾아온 사춘기'라...

현실의 문제와 함께 뭔지 모를 감정들은 올라왔고... 그때마다 나를 돌이켜봤다.


아들 바라던 집에 외동딸로 태어나 그저 순하디 순하게만 크라는 바람대로... 나는 순종적으로 자라났다. 


왜 그럴까 물음표 대신 '네네'일관했던... 할머니 말대로 '착하디 착한'청소년기를 거쳐, 아버지의 바람대로 대학 진학도 취업도...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잘 해내 온 나.


아들 대신 아버지를 지켜줄, 키 크고 듬직한 사윗감을 원했던 어머니의 바람대로 결혼이 이뤄졌고... 


첫 손주가 아들이라 했을 때  사돈 댁에 면이 선다던 부모님. 그 모습에 뿌듯해하며 이게 행복인가 싶었고  내 할'도리' 해내고 있다 자부했다.


내 할'도리'...

그렇게 '도리'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나의 생활은 남의 기준으로 꽉 차있었고 모든 일에 자신이 없었다.  


자존감이 바닥에 다다랐다.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이제 아이는 여덟 살... 그리고 내 나이 서른여덟...

 

36개월에 시작한 아이와 나의 치료는 이제 4년을 넘어섰고

이제야 조금씩  내가 보인다.


외동딸로,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갖가지 도리를 오가며 부딪혔던  감정의 기록들...  


케줄을 짜며 발달 치료를 오갔고... 개인상담과 함께  내 안에 오가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극복하려 애쓴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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