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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리나 Oct 18. 2018

좋은 글쓰기의 원칙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몇해 전 어느날 저자에게 원고 피드백을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정리한 좋은 글쓰기의 원칙이다. 이것을 이야기했을 때 많은 저자들이 동의한 것으로 봐서 나름 유용하다는 생각에 소개한다. 


1. 주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해석, 즉  주관적인 맥락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쓴다.

2. 독자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3. 설명하지 않고 묘사하고 보여준다.

4. 피부에 와 닿는 구체적인 사례와 수치를 들어서 현상을 설명하고, 어떤 주장을 할 때는 그 바탕이 되는 논리적이고 실증적인 근거나 레퍼런스를 제시해야 한다.

5. 묘사는 구체적으로, 여러 감각을 결합시켜 공감각적인 효과를 내도록 한다.

6. 디테일을 전략적으로 배치한다.

7. 초고 완성 후에는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보면서 개고해야 한다.

8. 쓰고 나서 소리 내어 읽어보고, 입에 붙지 않으면 고쳐 쓴다. 

9. 화려한 수식어나 미사여구보다는 담담하고 평범한 문장 속에 통찰을 담으려 애쓴다. 


이러한 나의 글쓰기 원칙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책이 있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이다. 오래된 책이지만 밀리언 셀러의 반열에 오른 책이고, 나의 글쓰기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책이다. 여러 번 읽었지만 가끔씩 글이 풀리지 않을 때면 꺼내서 읽어보곤 한다. 강의에서 많이 인용하곤 했던 인상 깊었던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들 중에 혹시 못 보신 분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말하지 말고 보여 주라 
글쓰기에 관련된 오래된 속담이 하나 있다. "말하지 말고 보여 주라." 무슨 뜻인가? 이것은 분노(정직, 진실, 증오, 사랑, 슬픔, 인생, 정의 등 의미심장한 모든 단어들)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고 무엇이 당신을 화나게 만드는가 보여달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당신 글을 읽은 사람이 분노를 느끼게 하는 글을 쓰라는 뜻이다. 독자들에게 당신의 감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감정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글쓰기는 심리학이 아니다. 우리는 감정에  '대해서'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신 작가는 자신이 느낀 감정을 언어를 통해서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작가는 슬픔과 기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독자의 손을 잡고 슬픔과 기쁨의 골자기로 끌어가야 한다.  

그냥 꽃이 아니라 그 꽃의 이름을 불러 주라 
그냥 '과일'이라고 말하지 말라. '이것은 석류 열매다'처럼 어떤 종류의 과일인지 분명히 밝혀 주라. 사물의 이름을 불러 주어 그 사물의 존엄성을 지켜 주라. 사물에도 인간과 똑같이 이름이 있다. '창문가의 꽃' 이 아니라 '창문가의 제라늄'으로 묘사하는 것이 훨씬 좋다. 제라늄이라는 단어를 읽자마자 우리는 창문 옆의 정경을 눈에 보이듯 그리게 된다. 새빨간 꽃잎, 초록 잎사귀, 햇빛을 향해 온몸을 세우는 꽃...'꽃'대신 '제라늄'이라고 말할 때 당신은 현재 속으로 더 깊게 뚫고 들어가게 된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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