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과 용정, 두만강을 찾아간 3박 4일 여행기 3편
백두산 이도백하의 온천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역시 6시 새벽 기상. 옷을 걸치고 나가보니 기온이 상당히 쌀쌀하다. 주변은 휑하니 마을도 건물도 별로 없다. 호텔 겉모습은 용평에 있는 리조트를 연상시키는 목조와 콘크리트 복합 건물. 호텔로 다시 들어와 3층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근데 식당으로 가는 복도가 웬 신용문 객잔 스타일이라 일행과 한참을 웃었다. 무협드라마에 나오는 거대한 객잔을 연상시키는 복도가 무척 인상적이다. 문이 열려서 들어간 내부 규모도 ㅎㄷㄷ 대륙의 스케일이랄까? 반가운 건 여기는 커피와 잼, 디저트가 제대로 있다. 여전히 스프와 버터는 없지만. 손님들 중에 한국인과 중국인은 반반쯤 섞여 있다.
모처럼 샐러드와 토스트, 에그타르트까지 먹고 커피도 두 잔이나 마시고, 다시 버스를 타고 연길로 이동했다. 연길로 돌아오니 오늘의 일정은 패키지답게 쇼핑 코스가 많다. 엄청난 라텍스 매장에서 설명 듣고 체험하고, 직원들이 얼마나 들러붙어 있는지 어쩌다보니 라텍스 경추 베개를 2개 샀다. 흑흑..
이어서 점심을 먹고 한의원에 들러 북한 출신으로 정부 공인 의사가 된 선생님의 설명을 한참 듣는데 왜 이리 졸린지.. 돌아가며 맥도 짚고 처방을 해주는데 나보고 소화 기능이 떨어진다며 비방약을 지어주겠단다.(소화기능이 안 좋은 건 사실. 그런 건 제법 아는구만) 수년에 한번씩 보약 지어먹는다 했더니 탕약은 내게 맞지 않는다나 뭐라나.. 비방약에 공진단을 추천하기에 됐다고 했다. (참고로 사향 들어간 공진단은 한 알에 6만원. 한달치가 180만원이다.) 됐다고 손사레치며 일어났다. 나오면서 환 소화제는 한통 샀다. 소화 안 될 때 늘 먹는 약과 같은 종류인데 좋아 보인다.
오늘의 진짜 목적지는 용정과 도문이다. 용정은 조선 후기부터 조선인들이 건너가 살았던 북간도. 도문은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과 마주보는 조선과 중국의 접경 지대. 3일차이지만 4일째는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관광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용정으로 가는 길은 저 멀리 구릉이 간간이 보이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너른 들판이다. 이게 만주벌, 간도 중에서는 북간도. 만주족이 후금을 세우고 대륙을 차지한 뒤 이곳은 만주족의 발상지로 봉금지대가 되었다. 이 땅에 조선 후기부터 함경도에서 건너간 조선인들이 살았다. 연변 자치구의 인구 중 조선족은 이제 25% 수준이지만, 이곳 용정만큼은 90%가 조선족이란다. 저 멀리 비암산 정상에 자리한 일송정을 차창 너머로 바라보고 용정 중심가로 들어섰다.
우리가 내린 곳은 거룡 우호 공원. 왜 이곳의 지명이 용정이 되었는지 연유가 비석에 새겨져 있고, 용두레 우물이 자리하고 있다. 가곡 <선구자>에 나오는 가사 속의 이름들이 가득한 곳이 용정. 1절의 일송정 푸른솔~ 2절의 용두레 우물가에~ 3절에는 비암산이 등장한다. 비석의 글을 읽으며 왠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윤동주 생가도 둘러보면 좋았을 텐데... 쇼핑이 아니었으면 더 보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버스를 타고 도문을 향해 달렸다. 도문은 두만강을 경계로 함경북도 남양면과 마주하고 있다. 가이드 말이 두만강은 폭이 아주 좁아서 강물이 얼면 걸어서 건널 만한 거리라고 했다. 물론 요즘은 철조망이 쳐 있고 지키는 군인들이 많아서 어렵다고 하지만, 사람이 지키지 않는 산쪽으로는 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탈북자들 유튜브에서도 회령 등지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사람들 이야기가 많았다. 30분 정도 달려서 도착한 두만강 국경지대. 강변을 바라보는 전망대와 공원처럼 꾸며놓은 그곳. 각종 가게가 자리한 휴게소를 지나 전망대 근처로 다가가니 폭이 좁은 강 건너편에 보이는 나무를 찾아보기 힘든 민둥산이 북한 땅이다.
강폭이 한강의 1/3이나 될까 싶은 좁은 강 건너편이 북한 땅이다. 북한 땅을 내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다. 다들 만감이 교차했다. 그럴 듯한 건물과 아파트가 보여 이상하다 했더니 가이드 말이 중국에서 지어준 역과 당 간부들이 사는 아파트란다. 마주보는 북한이 너무 초라해서 지어준 게 아닐까 싶다. "사람은 볼 수 없을 거에요."라고 가이드가 말하는데 산등성이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의 윤곽이 보인다. "저기 자전거 타고 내려가는 사람이 있어요."라고 소리치자 가이드와 일행 모두 "정말 그렇네' 하면서 잠시 말을 잊고 건너편을 주시했다.
가이드의 말을 듣고 이 부근이 발해의 중심지였음을 알 수 있었다. 고구려와 발해가 자리 했던 곳이 동북삼성이고 특히 길림성은 발해의 첫 번째 수도가 있던 곳. 돌아가는 길에 다들 별말이 없다. 중국으로 와야 볼 수 있는 북한 땅과 백두산, 그리고 우리 고대 제국의 땅. 3박 4일 마지막 일정이 저물어간다. 다시 연길로 돌아가 첫날 묵었던 같은 호텔에 짐을 풀고 양꼬치 저녁을 먹는 것이 일정의 마지막이다. 일행의 말처럼 쏜살같이 흘러간 3일의 시간. 다행히 날이 많이 춥지 않았고 천지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와서 윤동주 생가도 보고 일송정에도 올라가 보고 싶다. 뜬금없는 친구의 제안으로 시작된 여행.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