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과 용정, 두만강을 찾아간 3박 4일 여행기 2편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는 둘째 날, 아침 집합 시간은 7시 10분. 6시에 일어나 출발 준비를 하고 여행 가방을 다 꾸려서 식당으로 내려와 이른 조식을 먹었다. 10명 모두 제 시간에 탑승. 어제 가이드가 오늘은 입산금지였다며 내일 어찌될지 모르니 기도하라고 했지만, 우리는 모두 여유만만. 어디 가서 날씨 때문에 헛걸음 한 적이 없다나.. 다들 날씨 요정들만 모인 덕분인지 역시나 오늘은 입산 가능하다고 했다. 오 예!
1시간 가량을 버스로 달리는데 점점 고도가 높아진다. 휴게소에 잠시 들러 간식용 옥수수를 인원수대로 사서 챙기고 20분 정도 더 가니 백두산 입구. 여기서 공안의 교육을 받아야 산에 오르는 버스를 탈 수 있다. 귀에 거는 이어셋에서 백두산 천지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한 주의사항을 일러준다. 물론 우리 말로. 태극기 들고 가서 만세 부르는 일 금지, 자리에 제수용품을 펼쳐놓고 절하는 것 금지(제사 내지는 굿), 구호 외치는 것 금지 등등. 이 사항을 어기면 바로 구금되어 15일간 중국 공안에 억류되고, 여권에 검정 낙인이 찍힌단다. (블랙리스트). 만약 이 사람이 재입국해서 또 같은 일을 벌이면 다시는 중국 여행을 할 수 없단다. 평생동안.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하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있나 싶지만 의외로 종종 있는 모양이다. 사실 일행 중에도 태극기를 갖고 와서 천지에 꽃으려 한 사람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흠..그런 사람이 있으니 그런 규정이 생겼겠지.
교육 받고 개찰구를 통과하니 대형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일행은 다행히 같은 차량에 탑승했다. 차는 출발해 눈이 쌓인 자작나무 숲을 달려 간다. 잠시 옆자리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10여분 후 잠에 빠져들었다. 30분쯤 잤을까? 차가 멈추더니 누군가 내린다. 무슨 초소인지 매표소인지. 10여분 후 다시 한 사람이 더 내렸고 차를 탄지 한 시간 가까이 되었을 때 버스가 멈추고 모두 내렸다. 이젠 다시 10인승 봉고로 바꿔타고 산길을 올라간다. 여기서부터는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해발 2천미터가 넘는 것 같다. 끝없는 S자 코스의 오르막길을 능숙하게 운전하다. 햇빛이 나기 시작한다. 눈 덮인 산과 구릉, 산에 걸친 흰구름이 보이는 풍경이 탄성을 자아낸다.
그렇게 20여분을 달려 천지 가까이 도착했다. 이곳은 백두산 천지를 오르는 4가지 코스 중 북파. 북쪽 언덕이다.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 마침내 우리는 백두산 정상 천지를 마주했다. 저 멀리 구름이 피어오르고 얼음이 덮인 곳이 천지란다. 겨울이라 파란 물은 없지만 그 웅장함에 우리는 넋을 잃었다. 천지는 5분 정도 우리에게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그러나 곧이어 정상을 뒤덮은 안개 속으로 숨어 버렸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주변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 오묘한 신비라니. 5분 동안이나마 천지를 보았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 다시 봉고차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20여분 봉고차를 타고 내려와 간단한 점심식사를 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계란탕(신기하게 미역을 넣었다)과 고등어 구이, 황태무침, 감자조림, 오이무침 등 반찬을 맛있게 먹었다. 조선족 직원들이 먹는 거라면 김치를 갖다주시는 데 살짝 제피맛이 느껴진다. 특이하네. 든든히 배를 채운 뒤 다시 버스를 타고 10여분을 이동해 장백폭포 입구로 갔다. 우리팀은 멀쩡한데 나이드신 분이 많은 다른 팀은 숨쉬기가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가기 힘든 분들은 산장 입구에 남기로 하고, 우리 팀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 위로 설치된 나무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나무 계단을 지나 다리를 건너니 나무 계단 터널이 등장한다. 이리저리 휘어져 있지만 언뜻 봐도 상당한 높이. 더구나 폭이 좁고 난간이 불편해서 올라가기가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평지보다는 확실히 헐떡이게 되는 해발 2천미터. 우리팀에서는 꼴찌였지만 씩씩하게 계단 등정 완료. 저 멀리 장백폭포가 보인다. 얼어붙어 있지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뿌듯한 마음올 일행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으며 한참 둘러보다가 다시 계단 터널. 내려가는 것도 조심조심. 산장으로 가니 온천수에서 삶은 계란을 나눠준다. 반숙계란이 딱 좋다.
내려오니 아침에 우리를 백두산 입구에 데려다준 버스가 와 있다. 5D 플레이 관광이 있지만 우리 팀은 사절. 쉬면서 수다를 떨다가 다른 팀이 나오자 버스를 타고 이도백하 호텔 근처 식당으로 이동. 오늘 저녁 메뉴는 선택관광에 포함된 송이버섯과 삼겹살 구이. 가격이 좀 센 편이라 망설였지만 여행 왔으니 잘 먹어야지. 삼겹살도 맛있고 푸짐하게 나오는 송이를 맘껏 구워 먹었다. 한국에서 송이를 어찌 이리 먹을 수 있겠나.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는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있는데 젊은 직장인들이 연수 온 분위기다. 연신 구호를 외치며 반주를 하는 모습이 유쾌해 보인다.
저녁을 먹고 이도백하에 있는 온천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대륙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엄청난 규모의 로비. 고대 중국 황실 같은 이 클래식함 어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가운을 걸치고 내려온 뒤 온천탕 슬리퍼를 갈아신고 가운을 사물함에 넣고 온천으로 고고. 35도 탕은 미지근한 느낌이라 45도 탕으로 갔는데 처음에는 발 담그기도 힘들었다. 겨우 겨우 적응해서 앉아 있는데 좀 뜨겁네. 수건을 걸치고 보니 바깥으로 연결되는 길이 있다. 나가 보니 노천탕이다! 와우! 온도는 43도이고, 차가운 공기와 마주하니 덜 뜨겁게 느껴진다. 그렇게 반달이 뜬 하늘과 조명으로 화사한 호텔 안뜰을 바라보며 한 시간 가량 노천 온천을 즐기고 방으로 돌아왔다.
씻고 나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제 그냥 자서 아쉬웠다며 꼭 불러달라 부탁했던 친구였다. 그렇게 나머지 친구들이 우리 방에 모여 12시까지 긴 수다가 이어졌다. 그렇게 저녁을 먹었는데 사발면에 커피믹스까지 먹은 건 안 비밀. 호텔은 어젯밤 연길 호텔보다 훌륭했다. 물론 주변은 연길과 달리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지만. 그렇게 둘째 날이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