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과 두만강을 찾아간 3박 4일 여행기 1편
내게는 10년 가까이 가족처럼 지내는 지인들이 있다. 각자의 가족들도 그 존재를 인정하는 끈끈한 관계.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같은 사람들. 올해 1월 어느 날 모임의 대장인 큰언니가 "우리 백두산 가자"라고 제안을 던졌다. "이 겨울에요?" "아니, 2월말쯤?" "그때는 날씨도 추울 것 같고, 3월 어떠세요?" 나는 3월 중순은 지나야 회사 일에 여유가 생길 것 같았다. "죄송하지만 3월 20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아요."
그래서 3월 24일 출발 날짜가 정해졌고, 큰언니가 준 링크를 보고 일정을 확인한 후 패키지 여행 일자를 잡았다. 항공, 호텔, 백두산 북파, 용정과 도문 등 기본 관광은 299,000원이라는 환상적으로 착한 가격. 비수기라 그렇단다. 그런데 날짜가 다가오면서 안내문을 받고 보니 가이드 비용과 선택 관광(특식, 마사지 등) 옵션을 다하면 200달러가 필요하단다. 나는 예약을 맡은 막내에게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데."라고 물었다. 막내는 "전부 다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렇겠지?"
그렇게 출국 전날까지 열심히 일을 하면서 겨우 하루 전에 180달러를 환전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리고 3월 24일 화요일 아침 인천공항으로 출발. 그런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회사에서 처리해줘야 할 일 때문에 회사 메신저에 불이 났다. 전화도 하고 메신저로 대답해 주고 체크하면서 대신 마무리를 부탁했다. 다행히 80%는 처리를 해놓은 일이어서 무난히 마무리. 덕분에 수속 끝나고 비행기에 탑승한 뒤에도 전화를 했지만...
수속을 마치고 면세점도 둘러보고 푸드코트에서 점심 챙겨먹고 에어차이나에 탑승했다. 비수기지만 비행기 좌석은 한국인 여행객들과 조선족들로 만석. 제주 가는 저가 항공 수준의 가로 6석 세로 36줄의 작은 비행기지만 그대로 에어차이나. 출발한지 40분 정도 지나자 햄과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음료를 준다. 대한항공 케이터링 서비스에서 만든 샌드위치는 꽤 맛있었다. 간식을 먹고 나서 좀 있다 보니 승무원들이 창문을 전부 닫는다. 왜 그러지 하고 잠시 열어두었더니 와서 중국말로 뭐라고 하는데 손짓이 창문을 닫으라는 표시다. 시키는대로 닫고 있다 보니 비행기 바퀴가 내리는 '쿵' 소리가 나고 얼마 후에 무사히 착륙했다.
착륙했는데도 창문을 열지 못하게 막는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고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수속을 했다. 얼굴 촬영은 물론 양손 네 손가락 지문까지 다 찍고 여행 목적을 물어본다. 반은 한국말을 하는 조선족 직원이다. 짐을 찾고 나와 보니 공항 규모가 굉장히 작다. 7080년대 한국의 지방공항을 연상시킨다.
우리 일행은 총 10명. 5명은 우리팀이고 나머지 한팀이 4명, 혼자 온 남자분이 있다. 왠 아저씨 가이드가 '여기 어때' 표지판을 들고 기다린다. 우리말이 유창한 조선족이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30년 동안 가이드를 한 베테랑이다. 북경 외대 일어과를 졸업한 엘리트로 중국 정부의 공식 가이드 작격중을 가졌고 한국어, 중국어는 물론 일본어까지 유창한 것은 여행 막바지에 알게 되었다. 재미교포 2세처럼 조선적 2세로 부모님은 경상북도 상주 출신으로 하얼빈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연변에서 산다고 했다. 가이드 덕분에 그동안 헷갈렸던 연변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이곳은 길림성 내의 연변 조선족 자치구이고 우리가 내린 곳은 연길시, 연길공항이다. 연길공항은 군사공항으로 같이 쓰이기 때문에 군사보안을 위해 비행기 창을 내린 것을 알게 되었다. 연변 조선족 자치구의 면적은 대한민국의 절반 정도라고 한다. 길림성은 흑룡강성, 랴오녕성과 함께 동북 삼성이라고 불린다. 한국보다 한 시간이 느려서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 4시 10분이지만 이곳 시간으로 3시 10분이었다.
공항을 벗어나 연길시로 들어서니 중랑천 정도 규모의 강이 흘러간다. 이름은 부르하통하, 그러나 이름을 못외울 테니 '연변강'으로 기억하란다. 차로 20분 정도 걸려 연변대학이 있는 왕후거리에 들어섰다. 유튜버들 덕분에 유명해진 미식 거리라고 한다. 호텔은 왕후거리에 있었다. 작지만 새로 지은 듯한 깔끔한 호텔이었다.
연길에서 가장 눈을 끈 것은 모든 중국어 간판에 명기된 한글이었다. 왜 이러냐고 물어보니 조선족 자치구에서는 법으로 한글을 명기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이후 백두산, 용정, 도문 등 모든 곳에서도 병기는 동일했다. 그 한글 간판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호텔에 짐을 풀고 1시간 정도 쉰 뒤에 저녁을 먹으로 이동했다. 여행사 안내문에는 '샤브샤브'로 되어 있었지만, 중국에서 샤브샤브라니.. 이건 '훠궈'일 거야 생각했는데 역시 '훠궈'가 맞았다. 돌아가는 중국식 식탁에는 온갖 채소가 가득했고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이 가득했다. 무한리필이란다. 그러나 우리 일행과 다른 일행들도 그렇게 많이 먹는 분들이 없어서 적당히 저녁을 즐겼다. 훠궈 육수는 맛있었고, 알배추가 없어서 요청했더니 노란속이 고소한 알배추도 갖다주었다. 원하는 양념을 넣어 취향대로 소스를 만들어서 열심히 찍어 먹으면 연길에서 첫 저녁 식사를 마쳤다.
호텔로 돌아와서 우리 일행은 아까 본 왕후 거리를 구경하러 나섰다. 낮에 본 도로에 주렁주렁한 장식이 뭔가 했더니 저녁에 보니 전구 장식으로 거리를 휘황찬란하게 밝히고 있다. 왕후 거리는 연길 연대미식거리로 불린다. '연대'는 '연변대학'의 줄임말이다. 왕후 거리를 한참 돌아보며 구경을 했다. 중국식 호떡을 하나씩 사 먹고 버블 티도 마시고, 대형 슈퍼에 가서 과자도 구입했다. 그런데 포장마차에서 파는 음식의 가격이 결코 싸지 않다. 한국 물가 못지않다. 오히려 버블티를 파는 체인점의 가격이 쌀 정도. 그 탓일까? 비수기임을 감안해도 손님이 많지 않다. 상인과 유튜버들이 더 많다. 그렇게 2시간 정도 돌아다니다 들어왔다. 연변에서의 첫날이 그렇게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