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333.80의 하루

by 소라비

오늘은 토요일. 다운타운에 사는 친구 캐나를 만나러 간다. 영하 18도. 너무 추워서 눈물이 찔끔 나지만 햇빛은 눈부시게 쏟아진다. 전형적인 토론토의 물기 없이 쨍한 겨울. 새로 산 짙은 코발트색 코트에 목도리를 칭칭 감고 집을 나선다.

지하철을 타러 간다. 신용카드로 찍고 장.
($3.30)


매번 느끼지만 표시된 가격 그대로 지불해도 되는 건 교통요금뿐인 것 같다. 여기는 모든 가격에 세금과 팁을 따로 계산해야 하니까.


Yonge & Bloor 역에서 내린다. 거리가 붐비니 마음이 들뜬다. 지하철에서는 인터넷이 잘 안 터진다. 지상으로 올라오자마자 캐나가 보낸 메시지가 와있다. 춥다며 자기 집으로 오란다. 마실 거 사 가지고.


The Alley에서 Matcha Puff 버블티 두 개를 산다.

($16.5 + 세금 13% = $18.65)

카드로 결제하려는데 단말기에 팁 란이 있다. 서비스를 받은 것도 아니고 그냥 테이크아웃인데. 미안하지만 제일 적은 팁을 선택한다.

($1)


캐나네 콘도 로비에서 인터콤을 누른다. 신호 세 번 만에 문이 열린다. 지저분한 거실을 대강 치운 뒤 소파에 누워 수다를 떤다.

오늘 렌트비 내는 날이라며 풀이 죽은 캐나. 방 하나짜리 공간이 $2,950이다. 1년 계약이 다음 달에 만료된단다. 재계약하면 얼마나 오를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쉰다. 온타리오 최저임금이 시간당 $17.60이니 한 달 풀타임으로 벌어도 빠듯하다.


2시. 배고프다. 새로 생긴 마라탕 집 Hi Bowl에 간다. 주말이라 사람이 미어터진다. 30분 줄 서서 기다리다 드디어 우리 차례. 뷔페처럼 늘어선 재료 중에 조개 가리비 오징어 버섯 듬뿍 넣고 전복 하나 올린다. 무게당 계산이다.

내가 직접 음식을 담았는데 팁을 또 내야 한다. 그래도 셀프서비스라 12%부터 시작한다. 요즘은 최저 팁이 18%인 데가 많다.

($23.37 + 세금 13% + 팁 12% = $29.58)


바로 앞에 미용실이 새로 생겼다. 머리를 하도 안 잘랐더니 곧 허리까지 내려올 판이다. 들어가서 커트 가격을 물어본다. $65부터라는데 팁까지 주면 $80은 넘겠다. 예약해야 한다길래 그냥 나온다. 앞머리만 다듬으면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다. 지난달 박싱데이에 큰맘 먹고 장만한 다이슨 에어랩도 있으니까.

길 건너 Lululemon이 눈에 띈다. 마침 오늘 아침에 필라테스를 등록했다. 50분 수업에 백 불 가까이 드는 게 부담스러워 미루다가 새해라고 그냥 질렀다.
($88 + 세금 13% = $99.44)

그런데 입을 옷이 없다. 들어가 본다. 세일하는 핑크색 탱크톱이 예쁘다. 입어보니 딱 맞는다. $69짜리가 $49로. 쇼핑백에 담아준다. 밴쿠버는 이것도 돈 받던데 우린 공짜. 1불 벌었다.
($49 + 세금 13% = $55.37)

날이 어두워지고 눈이 오기 시작한다. 갑자기 캐나가 술 마시고 싶단다. 근처 포차로 간다.
참이슬 $23은 적응이 안 된다. 한국 편의점에서는 이천 원 미만. 수입품이라도 열 배는 너무하다. 거기다 세금에 팁까지 더하니 차라리 돈 좀 보태서 한국행 티켓 끊는 게 낫겠다.
소주 한 병에 골뱅이 무침과 해물파전을 시킨다. 보너스 받은 게 들어와서 오늘은 내가 쏜다. 저녁 식사니까 팁은 20%.
($85 + 세금 13% + 팁 20% = $115.26)

기분 좋다. 캐나와 헤어지고 한국 마켓 Galleria에서 라면을 산다. 진라면 순한맛. 네 개짜리 한 팩에 원래 $8.99였는데 오늘 할인한다.
($6.99 + 세금 13% = $7.90)

지하철 타러 간다.
($3.30)




집에 도착한다. 오늘 쓴 돈을 계산해 본다.

교통: $6.60
버블티: $19.65
마라탕: $29.58
필라테스: $99.44
탱크톱: $55.37
포차: $115.26
라면: $7.90
총 $333.80

토요일 하루. 친구 만나 밥 먹고 술 한 잔 했을 뿐인데.

그래도 많이 웃고 배 부르니 그걸로 됐다.




Tipping
별다른 서비스를 받지 않아도 팁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세금에 팁까지 더하면 대략 30%쯤 오른다.

Credit or Debit?
계산할 때 가장 먼저 묻는 말. 신용카드냐 직불카드냐.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