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20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올 한해, 어떤 일이 있었고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올해를 한 단어로 말하자면 전세계 인구가 하나가 되어 외칠 것이다. "코로나" 2019년 12월 중국 우한 수산시장 부근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바이러스로, 전염력이 강하고, 호흡기와 비말을 통한 사람간의 감염이 되어 빠르게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한국에서는 2020년 1월 20일에 최초로 발생했고, 그후 점점 감염자가 늘다가 3월초 대구를 중심으로 대규모 집단감염이 일어났고, 대대적인 검사와 치료로 많이 회복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소규모 집단감염이 계속되어오고 있다. 전례없는 대유행의 규모가 커지자 세계보건기구 WHO는 팬데믹 선언을 했고, 전문가들은 최소한 2021년 말에나 바이러스가 종식될 것이며, 현 상황에서는 그조차도 확신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저 철저한 개인방역과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만이 자신을 지키는 일이며, 어쩌면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법을 배워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패션계에서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우선 올해 3월 예정이었던 2020F/W 패션쇼가 취소되었으며, 많은 브랜드들이 온라인으로 패션쇼를 선보였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외출과 약속이 줄어들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의류제품은 직격타를 입으며 평년 매출이 -13.1%로 급감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매출은 처참했고, 명동이나 강남등 번화가에 위치한 대규모 의류점들마저 폐업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온라인 플랫폼 구축에 힘을 쏟는 브랜드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편안한 홈웨어와 인테리어 소품, 파자마 등이 인기상품으로 떠올랐다.
패션의 정의는 ‘일정기간 동안 일정 공간에서 다수의 사람들의 문화’를 뜻한다. 즉 패션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삶의 방식’이다. 지금은 그야말로 코로나 시대, 그렇다면 어떤 패션이 우리의 삶을 반영할 것인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재택근무나 온라인 소통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편안하고 실용적인 홈웨어, 둘째는 출퇴근이나 외출시 입을 수 있는 안티 바이러스 외투이다. 하지만 홈 웨어는 굉장히 개인적이다. 누군가는 집에서 예쁜 잠옷을 입고, 다른 누군가는 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으며, 어떤 이는 편한 속옷 정도만 입고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각자의 생활방식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선택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외출복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마스크, 세탁과 소독이 용이하며 바이러스의 생존율을 낮추는 외출복, 그래서 나는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외출복을 디자인해 보았다.
우선 소재 선정에 많은 공을 들였다. 가볍고 활동성이 좋은, 게다가 생활방수가 되는 원단을 사용해서 외부로부터의 습기와 먼지에 강한 아웃도어 원단을 채택했다. 외출 후에 집에서 간단히 분무형 소독제로 외관을 소독하고 마른 헝겊으로 닦아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전반적인 틀은 레인코트를 연상시키는데,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 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참고하였다.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롱코트로, 커다란 주머니와 뒤쪽 포켓, 그리고 소매 입체포켓까지 가방을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물건을 만지는 손을 통한 감염을 최소화 하고 싶었다. 또한 턱 끝까지 잠기는 지퍼와 후드까지도 안전을 더한다. 비슬론 지퍼와 앞 단작으로 이중차단에 안감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디자인적인 부분에서는 현재의 트렌드를 많이 반영했다. 작년부터 꾸준히 이어져오는 라이트 그레이 컬러와 톤다운된 퍼플컬러를 절묘하게 매치했으며, X모양 장식과 어깨 뒤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가방과 허리끈, 그리고 소매 디테일까지 트렌디한 테크웨어 무드를 연출했다. 프리 사이즈로 제작된 이번 옷은, 어깨선을 따로 두지 않은 래글런 소매로, 착용하는 사람에 따라 자연스러운 핏이 연출된다. 사이즈나 컬러, 체격에 제한을 두지 않는, 모든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한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 코로나는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의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