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심리상담

전국민 마음투자사업

by 소로까

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에 함께하고 있는 불안, 초조, 걱정, 아등바등.


최근 친해지게 된 아이 친구 엄마에게서 전국민 마음투자사업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기회는 이때다 싶어 바로 신청했다.


사실 심리상담을 한번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몇 년 정도 전부터였다.

어떤 계기나 큰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항상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외국인과의 결혼이 큰 사건이었을지도...


상담을 진행하기 전 몇 가지 질문에 답을 작성했다.

상담센터를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도움을 받고 싶은지, 가족관계는 어떻고 내 성격과 성향은 어떤지 등등 상담사가 참고할만한, 내 마음 상태에 대한 힌트를 전달했다.


상담 예약을 하고 일주일 동안 생각을 해보았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과 한국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많이 지쳤고 그 피곤함이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지면서 원활한 소통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런 답답함이 쌓이고 쌓였다.


상담사에게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입을 떼는 처음 순간부터 눈물이 나왔다.


남편은 자영업자라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 고소득도 아니다. 내 월급이 주 소득원이었고 이에 대한 부담이 컸다. 나도 남편 소득에 의지하며 마음 편히 쉬고 싶지만 실상은 가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연봉을 올릴지, 수입이 괜찮은 직업은 무엇인지 매일 매시간 고민해 왔다.


상담사는 이런 얘기를 친구나 가족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조금 있으면 한국살이 십 년인데 아직도 한국어를 못하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창피해서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하소연하기에는 부모님께 걱정만 끼칠게 뻔했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고, 내가 선택한 인생이니 하소연한들 무슨 소용이며, 이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까. 어차피 해결은 안 되고 내 얼굴에 침 뱉기 인걸.


왜 창피한 거예요?


상담사의 이 질문에 머리가 멍해졌다.

남편보다 한국에 거주한 기간이 짧아도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외국인이 수두룩하니 십 년 정도 됐으면 어느 정도 대화는 가능해야 하는 게 내 기준이었다.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듣는 남편은 이제 한국어를 좀 하냐는 질문. 성적이 안 좋은 자식을 뒀는데 자식은 공부를 잘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의 기분이 나와 같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나는 남의 시선과 평가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누군가의 입에 오르락하는 걸 좋아할 사람이 있겠냐만은, 난 조금이라도 튀거나 남에게 피해를 줘서 욕을 먹는걸 극도로 싫어한다. 그런데 어쩌다 외국인과 결혼을 해서 아무것도 안 해도 눈에 띄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내가 이렇게 내 마음을 걱정 없이 다 털어놓고 내 생각을 쭉 늘어놓아 본 적이 없으니, 상담사에게는 솔직하게 얘기한다고 해도 그렇지 못한 게 티나 났나 보다. 상담사는 내가 말을 하다가도 머뭇거리고 이야기를 술술 이어가지 못한다며 상담을 통해 이 연습을 하자고 했다.


마음투자사업으로는 8회가 지원된다.

나는 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단다. 우리가 다이어트를 하려면 또는 건강해지려면 생활습관을 고치고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해야 하는 건 알지만 단기간에 달성하지 못하듯 마음도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였다.

남편의 한국어 실력을 내가 내 힘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내 마음이 편해질 수는 있겠지?


앞으로 그 변화를 한번 기록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