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알아가기

심리상담 2회차

by 소로까

첫 상담 후 마음을 편하게 하자,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자며 의식적으로 나를 달래려 애썼다. 그리고 '신디'라고 하는 앱도 알게 되어 그 안의 콘텐츠를 모두 읽고, '신디의 결혼수업'이라는 책도 오디오북으로 다운로드하여 들었다.


개인이 자라온 환경에서 극복되지 못한 미해결 과제가 성인이 되었을 때의 심리상태라든지 부부관계에 영향을 주게 되며, 애착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지 못하고 부부간 정서적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부부갈등이 발생한다. 부부들이 겪는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갈등 패턴은 유사했고, 부부상담으로 많은 부부들이 갈등을 극복하고 있었다.


나는 우선 개인상담으로 나의 내면을 좀 더 알아가면서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8회의 상담이 끝나고도 상황변화가 없다면 부부상담도 고려하고 있다.)



두 번째 상담은 지난 일주일 동안 어떤 마음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저는 이렇게 정보도 찾고 갈등을 해결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저 혼자만 아등바등하는 것 같아서 억울해요."


남편 말고 이렇게 혼자만 아등바등하는 것 같다고 느낀 상황이 또 있었나요?


상담사의 이 질문에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얘기를 꺼내려하니 눈물이 났다.


어렸을 적 아빠가 술에 취해 들어오시면 엄마와 다투시는 날이 많았다. 사소한 언쟁이 큰소리로 번지고 집안의 물건들이 하나둘씩 망가져갔다.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불속에 누워 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 척하며 잠에 드는 것이었다. 엄청난 걱정과 불안, 공포 속에서 '아빠가 술을 안 드시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며, 상황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3이 되었을 때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야자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새벽까지 공부할 수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아빠의 술주정, 엄마의 하소연, 쿵쿵대며 살림살이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공부는커녕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그동안 난 이 기억을 무서웠던 감정으로만 생각했었는데, 나 혼자 애를 쓰고 있는 상황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부모님의 지지나 환경이 좋았다면 더 좋은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억울함도 갖고 있었다.


그때의 감정을 부모님과 얘기해 본 적 있나요?


어릴 적 부모님의 불화가 아직도 나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그때의 감정을 부모님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본 적이 없어서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항상 미안해하셨기 때문에 (어쩌면 지금도 미안해하고 계시기 때문에) 지금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낸다면 엄마를 더 걱정시킬 게 뻔하다. 아빠는 감정표현이 서툴고 무뚝뚝하시기 때문에 그때 내가 무서웠고 힘들었다고 하소연해도 따뜻한 위로의 말이나 사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니 이제 와서 얘기하는 게 부모님 원망 아니고서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마음속이 많이 복잡하니 하나씩 정리해서 말로 꺼내보는 연습을 해보기로 해요.


지난 시간에도 들었던 말이다. 나도 느끼고 있다. 상담사의 질문에 술술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다. 말하기 전에 생각하고, 말을 하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중간중간 말이 끊긴다.


어지럽혀진 집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든 물건을 다 끄집어낸다. 그리고 필요한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고 쓰임에 맞는 적절한 장소에 차곡차곡 넣어야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


이런 것처럼 내 마음에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감정들도 하나하나 꺼내 정리해보려고 한다. 내가 내 마음을 알아야 남편과 아이에게 이야기할 때도 보다 가볍게 전달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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