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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ya Apr 14. 2020

[#하루한줄]인생을 사는것과 돈을 쓰는것은 같지 않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D.H.로렌스/민음사/2007

대학 다닐 때 가장 잘했던 일 중 하나는 영어영문학을 복수 전공했던 거다. 재미없는 상경대를 다니면서 빈 강의실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수업이 시작했다. 영국 문학개론이었다. 영국 발음으로 소설을 읽으며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님이 너무 멋있었다. 그래서 복수전공을 신청했다. 이런 우연한 결정이 나의 독서 습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수업을 들으면서 타의로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을 원서로 읽기도 하고,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읽으며 숙제를 하기도 했다. 그중에 한 명이 바로 D.H. 로렌스였다. 영문학에서 한 획을 담당하고 있는 로렌스의 작품은 대부분 "야"해서 유명한 듯하다. 그러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다시 읽어보면 볼수록  성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뿐만 아니라 결혼과 섹스에 대한 사회의 통념, 계급 갈등 그리고 자본주의까지 다양한 생각이 녹아있는 작품이었다. 얘기할 거리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은 작품인데, 나의 독서 버디는 공감이 안된다고 하니...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부드러운 애정을 줄 수 있는 그런 분을 만나고 싶다. 


산업화된 이 세상에는 이제 엄청난 인구가 살고 있으며, 그들은 모두 먹여 살려야 하는 존재들이오. 따라서 이 빌어먹을 연극은 어떻게 해서든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소. (...) 젊은이들은 미칠 지경인데, 그것은 바로 쓸 돈이 없기 때문이라오. 그들의 삶은 전부 돈을 쓰는 것에 의존하고 있는데, 지금 그들에게는 그 쓸 돈이 한 푼도 없는 것이오. 그게 바로 우리의 문명과 교육의 실체 라오. 즉, 돈을 쓰는 것에만 완전히 의존하게끔 대중을 가르치고 길러놓는데, 그러고 나면 돈이 떨어져 버리고 마는 거요. 탄광은 요즘 일주일에 이틀 아니면 이틀 반만 일한 다오. 심지어 겨울이 와도 전혀 나아질 것 같지가 않소. 이건 곧, 광부 한 사람이 25 내지 30실링으로 가족을 부양한다는 걸 뜻하오. 여자들이 제일 미쳐 날뛰고 있소. 하지만 그들이 요즈음 미쳐 날 뒤는 것은 그 무엇보다 돈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오. 

왠지, 코로나 때문에 실업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지금의 현실이 생각난다. 곧 월급이 끊기는 자의 불안함. 하지만 나는 돈 쓰는 것 말고도 할 일이 참 많아서 다행이다. 하하하하... 

인생을 사는 것과 돈을 쓰는 것이 같지 않다고 사람들에게 말할 수만 있다면 좋겠소!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오. 돈을 벌고 쓰는 것 대신에 인생을 사는 법을 사람들이 배워 깨우치기만 한다면, 그들은 25실링으로도 아주 행복하게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을 거요.




왜 사람들이 칵테일파티를 열고 재즈나 찰스턴 춤을 쓰러질 때까지 추어대는지를 그녀는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젊음이란 어떤 식으로든 발산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젊음에 뜯어 먹히고 만다. 그러나 얼마나 끔찍한가. 이 젊은이란 것은! 므두셀라처럼 늙은 듯한 느낌인데도, 이 젊은은 어찌 된 일인지 여전히 씩씩거리고 불끈거리면서, 우리를 편안하게 내버려 두질 않는다. 지랄 같은 인생이다! 그리고 아무런 가망도 없었다! 그녀는 차라리 믹과 함께 떠나 자신의 인생을 하나의 긴 칵테일파티와 재즈의 밤으로 만드는 게 좋았을 걸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코니가 보기에, 그녀 세대에게 있어 고귀한 말들은 전부 의미를 상실해 버렸다. 사랑, 기쁨, 행복, 집, 어머니, 아버지, 남편과 같은 고귀하고 활력 있는 단어들은 모두 이제 거지반 죽어버렸고, 또 나날이 죽어가고 있었다. 집은 그저 몸 붙여 사는 곳이고, 사랑이란 바보같이 속아 빠져들면 안 되는 것이며, 기쁨이란 한바탕 신나게 추는 찰스턴 춤에나 쓰는 말이고, 행복이란 다른 사람에게 허세를 부리는 위선을 칭하는 용어이며, 아버지란 자신의 삶을 즐기는 한 개인에 불과하고, 남편이란 함께 살며 기가 죽지 않도록 지켜줘야 할 사람이었다. 고귀한 말 중의 마지막 단어인 섹스에 대해 말하자면, 그저 자극적인 칵테일 한 잔의 흥분을 지칭하는 용어에 불과한 것으로서, 그런 흥분은 잠깐 기분을 반짝 돋우었다가는 이내 이전보다 더 비참한 기분으로 떨어지게 하는 것일 뿐이다. 온통 닳아 떨어진 상태였다! 마치 우리의 존재를 형성하고 있는 재료 자체가 값싼 물건으로 되어 있어, 아무것도 남지 않을 정도로 닳아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사랑이니 섹스니 하는 것들은 모두, 그저 얼음과자 같은 것일 뿐이었다. 혀로 핥아먹고는 그저 잊어버리는 것들이다. 마음속에 담아두고 계속 매달리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특히나 섹스는 아무것도 아니다. 결심만 하면 문제는 해결되어 버리는 것이다. 섹스. 한 잔의 칵테일. 이 둘은 지속되는 시간이 거의 같고, 똑같은 영향을 끼치며, 거의 똑같은 결과를 낳고 끝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남자는 세상에 하나도 없었다. 믹의 아이를 낳는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러느니 차라리 토끼 새끼를 배는 게 나으리라. (...) 그 사람의 아기를 낳는다고 생각해 볼 때 코니에게 경멸감을 일으키지 않는 남자는 하나도 없었다. 애인으로 삼기에는 상당히 괜찮을 듯한 남자는 몇 명 있었다. 믹 같은 사람조차도 그랬다. 그러나 내 몸에 그들의 씨를 받아 자식을 갖는다는 것은! 웩! 그야말로 굴욕과 혐오감뿐이었다. 자, 그러니 이상 끝!


"내 말 좀 들어보거라, 얘야." 그러면서 베널리 부인은 야윈 손으로 코니의 팔을 잡았다. "여자란 자기 인생을 살든지, 아니면 그렇게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되든지, 둘 중 하나란다. 정말이야!" 


자, 함께 시칠리아로 가는 거요. 그곳은 지금 딱 좋을 때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햇빛이오! 삶다운 삶이 필요한 거요! 


"그래요! 모든 사람들에게서 가득가득 뿜어져 나오는 권태와 불만과 분노의 기운이 바로 공기 중의 생명력을 다 죽여버리고 있는 거예요. 틀림없어요." "오히려 대기 중의 어떤 조건이 사람들의 생명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닐까요?" 그가 말했다. "아녜요! 인간이 바로 자연 만물을 독살하고 있는 거예요." 코니는 주장했다.


그는 꽃을 받아 들더니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그대 아직 능욕당하지 않은 고요의 신부여."(...)"능욕당하다니, 너무 끔찍한 말이군요!" 그녀가 말했다. "세상 만물을 능욕하는 것은 바로 인간뿐이에요." "글쎄, 모르겠는데... 달팽이나 그런 것들도 그렇지 뭐." 그가 말했다. "달팽이조차 그저 갉아먹을 뿐이고, 벌도 꽃을 능욕하진 않지요." (...) 항상 그녀와 살아있는 삶 사이에 끼어드는 그런 말과 표현을 그녀는 얼마나 혐오하는지! 능욕을 범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말과 표현이었다. 즉 살아 있는 세상 만물로부터 생명의 수액을 모두 빨아 없애는 그 판에 박힌 말과 표현 구절들이었다. 


오래된 참나무들이 주위를 빙 둘러싸고 둥근 몸통에 생명력을 가득 머금고 사방에 가지를 거칠게 뻗으며 서 있었다. (...) 이곳이 바로 능욕당하지 않은 곳 중의 하나일지 몰랐다. 능욕당하지 않은 곳이라! 사실 온 세상이 이미 다 능욕당한 상태였다. 능욕조차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가령, 정어리 통조림 같은 건 아예 능욕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여자들 가운데도 바로 그와 같은 존재들이 아주 많으며, 남자들의 경우도 그렇다. 그러나 땅과 자연은...! (...) 능욕당한 존재라! 육체적 접촉 없이도 인간은 얼마나 더럽게 능욕당할 수 있는가! 죽은 말과 표현들에 의해 능욕당하는 것이 바로 외설적인 것이며, 죽은 생각은 결국 강박 관념이 되고 만다. 


그러자 그러한 감촉이 그에게 주는 황홀감이 과연 어떤 것인지 그녀는 다시 좀 궁금해졌다. 그녀의 살아 있는 내밀한 육체를 만짐으로써, 그가 그녀에게서 발견하는 아름다움, 거의 황홀하다고 할 그 아름다움을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정열만이 그것을 느껴 알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정열이 죽거나 사라지고 없으면, 그 고동치는 기막힌 아름다움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을뿐더러 나아가 약간 경멸스럽게 여기기까지 한다. 따뜻하고 살아 있는 접촉의 아름다움,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보다 정말 훨씬 더 깊은 그 아름다움을 말이다.


그러자 그 남자, 그 사냥터지기는 날이 밝아옴에 따라 깨달았다. 소용없는 일이야! 자신의 고독한 존재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야. 그건 우리가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야ㅡ평생 동안 말이야. 다만 이따금씩, 어쩌다, 그 빈자리가 채워질 수 있을 뿐이지. 그저 이따금씩 말이야! 하지만 그런 때조차 우리는 기다려야지 억지로 오게 할 수는 없어. 우리는 자신의 고독한 존재를 받아들이고 평생 동안 그것을 안고 지키며 살아야 해. 그리고 가끔씩 어쩌다 그 빈자리가 채워지는 때가 찾아오면, 오는 대로 받아들일 뿐인 거야. 하지만 그런 때란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지, 억지로 오게 만들 수는 없는 거야.


코니는 앉아서 가슴이 짓눌리는 듯한 느낌으로 듣고 있었다. 이런 인간들, 살아있는 직관력을 깡그리 잃어버린 채 그저 기묘한 기계적인 고함 소리와 섬뜩한 의지력만 남아 있을 뿐인 이런 인간들은 과연, 도대체 뭐가 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가 곧 행위를 끝내고 정말로 아주 가만히 그녀의 몸 위에 엎드린 채, 침묵 속으로 그리고 그녀의 의식의 지평선이 미치는 곳보다 더 멀리 떨어진 이상스럽게도 꼼짝 않는 상태의 저 먼 곳으로 빠져나가자, 그녀의 가슴은 울기 시작했다. 그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해변 위의 돌멩이 하나처럼 그녀를 그 자리에 내버리고 가는 것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날 사랑하는 문제로 속 태울 피료 업쏘. 억지로 그러케 하려고도 하지 마시오. 밤이 한 바구니 이쓰면 그중에는 썩은 바미 분명히 인는 법이요. 잘 풀릴 때가 이쓰면 빡빡한 때도 인는 거니까 그대로 바다드려야 하는 거요."


"뭐든지 돈으로 사려는 인간들 같으니라고! 하지만 그는 날 돈으로 사지 못해. 그러니 내가 그의 곁에 머물러 있을 필요가 전혀 없는 셈이지. 셀룰로이드로 된 영혼을 가진, 죽은 생선 같은 신사 양반 같으니라고! 그런데도 예절 바른 체하고, 거짓 점잔이나 고상을 떠는 태도 따위로 사람들을 기만하는 꼴이란. 그들은 셀룰로이드만큼이나 감정이 없는 존재야.(...) 그녀는 그를 증오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종류의 감정이 되었든 그와 깊이 연루되고 싶지 않았다. 

 

"조금 전의 그런 바보 같은 헛소릴 지껄이는 것이 정신적 삶의 최상의 궁극적 기쁨이라는 거예요? 아이고, 그런 건 사양하겠어요! 난 육체를 원해요. 육체적 삶이 정신적 삶보다 훨씬 진정하게 훌륭한 것이라고 난 믿어요. 물론, 육체가 진정으로 깨어 살아 있는 것일 때 그렇다는 거지요. 하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그 바람 소리 장치처럼, 죽은 시체에 불과한 몸뚱이에다가 정신을 덧붙여 달고 있을 뿐이지요."(...)"인간의 육체는 이제서야 비로소 진정한 생명으로 태어나고 있을 따름이라고요. 육체는 그리스인들에게서 아름다운 불꽃을 한번 깜빡여 보았지만, 그 뒤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그걸 밟아 꺼버렸고요, 이어 예수가 나타나서는 완전히 끝장내 버리고 말았지요. 하지만 이제 육체는 진정한 생명으로 태어나고 있어요. 정말로 무덤에서 다시 살아나 일어나고 있다고요. 그리고 마침내 아름다운 우주 속에서 아름다운, 그야말로 아름다운 생명으로 피어날 거예요. 인간의 육체는 말이죠." 


"어쨌든 말이야, 언니, 결국, 사랑이란 건 놀라운 것일 수 있어. 진정으로 살아 있다는 느낌과 창조의 한가운데 있다는 느낌이 들 때는 말이야."


"아마, 진정으로 함께 결합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우주 속에서 홀로 존재하는 것 같은 그런 표정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르죠. 그 밖의 사람들은 어떤 끈적끈적한 접착성 같은 것을 지니고 있어서, 인간 대중에게 달라붙어 있는 것이고요. 지오반니처럼 말이에요."  


산업화된 이 세상에는 이제 엄청난 인구가 살고 있으며, 그들은 모두 먹여 살려야 하는 존재들이오. 따라서 이 빌어먹을 연극은 어떻게 해서든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소. (...) 젊은이들은 미칠 지경인데, 그것은 바로 쓸 돈이 없기 때문이라오. 그들의 삶은 전부 돈을 쓰는 것에 의존하고 있는데, 지금 그들에게는 그 쓸 돈이 한 푼도 없는 것이오. 그게 바로 우리의 문명과 교육의 실체 라오. 즉, 돈을 쓰는 것에만 완전히 의존하게끔 대중을 가르치고 길러놓는데, 그러고 나면 돈이 떨어져 버리고 마는 거요. 탄광은 요즘 일주일에 이틀 아니면 이틀 반만 일한 다오. 심지어 겨울이 와도 전혀 나아질 것 같지가 않소. 이건 곧, 광부 한 사람이 25 내지 30실링으로 가족을 부양한다는 걸 뜻하오. 여자들이 제일 미쳐 날뛰고 있소. 하지만 그들이 요즈음 미쳐 날뛰는 것은 그 무엇보다 돈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오. 

인생을 사는 것과 돈을 쓰는 것이 같지 않다고 사람들에게 말할 수만 있다면 좋겠소!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오. 돈을 벌고 쓰는 것 대신에 인생을 사는 법을 사람들이 배워 깨우치기만 한다면, 그들은 25실링으로도 아주 행복하게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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