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르베 Jun 07. 2021

감정카드를 아시나요?


아이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이와 대화를 하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생각보다 제한된 감정의 어휘를 가지고 있다는 건데, 아이는 눈물을 흘리는 감정을 대체로 슬프다고 생각했고, 목소리가 크면 화가 났다고 생각했고, 웃고 있으면 즐겁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눈물이라는 , 감동스러워도 나고, 아주 기뻐도, 너무 무서워도, 너무 화가 나도 눈물이  때가 있는데 아이에게는 아니었다. 아이에게 ‘눈물=슬픔이었다. 웃음이라는 것도 비슷했다. 웃겨서도 웃고 즐겁고 행복해도 웃는  맞지만, 당황스럽거나, 민망할 때도 웃을 때가 있는데 아이에게는 아니었다.


아직 다양한 감정의 경험이 없는 나이라 그럴 수 있는 건가 싶으면서도 아이의 일상을 보면 그렇지 않았다. 아이들은 적절한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 이미 어른들처럼 다양한 감정들을 겪고 있었다.


말로 표현되지 못한
아이들의 감정들은 어떻게 될까?


아이 둘을 지켜보니 말로 표현되지 못한 감정들은 대게 몸으로 드러난다. 칭얼거리고, 화를 내고, 울고, 삐지고, 종종 물건을 던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이 스스로 어쩔 줄 몰라하는 그 감정이 적절하게 표현되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감정을 이해시켜줄까 고민하다 ‘감정카드’를 알게 되었다.


감정카드는 우리가 겪고 있는 수 많은 감정들의 어휘들이 이미지와 조합되어 있는 카드다. 감정과 관련된 이미지가 함께있다보니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들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대략 어떤 감정인지 유추가 가능하다. 이런 감정카드를 활용하니 몇 가지 유용한 점이 눈에 띄었다.


감정카드는 일상에서 아이의 감정을 언어로 정리해 주기 유용하다.

종종 아이의 기분 상태가 궁금할 때 감정카드 몇 장을 꺼내어 물어본다.


“지금 느끼는 기분이 여기에 있어?”


아이가 없다고 하면, 다른 카드들을 꺼내 주고, 있다고 말하면 그 카드에 빗대어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면 된다.


“지금 마음대로 되지 않아 곤란하구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구나.”


그럼 아이는 ‘곤란하다’와 ‘막막하다’의 감정 표현을 배울 수 있게 된다.


감정카드는 부정적 감정을 이해하는데 유용하다.

감정카드를 사용하다 보면 아이도 나도 일상에서 쉽게 사용되지 않는 감정표현들을 알게 되는데, 그 속에는 긍정적인 감정뿐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들도 포함되어 있다. 부정적 감정이 담긴 카드들을 하나씩 살피는 과정에서 아이는 그 감정들이 나쁜 감정, 피해야 하는 감정이 아니라 누구나 가지고 있는 당연한 감정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종종 아이들은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해서는 안될 일이라 여기며 어른들의 눈치를 보거나 숨기려고 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자칫 감정을 드러내는 일보다 숨기는 일에 능숙해지고, 감정을 숨기다 보면 나를 드러내는 일도, 나를 알아가는 일에서도 서툴어지기도 하니 감정카드를 통해 부정적 감정도 당당하게 내 감정으로 마주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꽤 유용하다.


감정카드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유용하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을 때 감정카드를 활용한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다양한 상황들을 간접경험하기에 좋다. 이 때 감정카드를 사용하면 다양한 상황 속에 처해진 사람들의 생각과 기분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내가 직접 겪어 본 감정은 아니지만 그 사람의 행동, 말, 표정을 보며 ‘이 감정은 이런 것이구나’라는 이해를 하며 감정의 카테고리를 넓혀나가게 되는데 이 때 감정카드를 꺼내면 더욱 분명하게 감정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림책 한 페이지를 펼쳐놓고 인물들의 감정을 나열된 감정카드에서 골라보도록 하면 된다. 그리고 아이가 여러 감정 카드들 중 하나를 고르면 그 감정카드에 적힌 감정을 인물에 빗대어 그대로 읽어주면 되는 것이다.

<줄무늬가 생겼어요> 중에서

“나돌팔 의사가 카밀라와 같은 증상을 처음 봐서 황당했구나.”


<아빠와 피자놀이> 중에서

"피트가 비가 와서 친구들이랑 나가 놀지 못해 짜증이 났구나."

"피트가 자신은 밖에 나가지 못하는데 강아지는 밖에서 돌아다니는 걸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드는구나."

"어쩜 피트는 친구들이랑 놀 던 때를 그리워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난 남달라> 중에서

"폴리 표정을 보면 속상한 것 같은데, 멋지다고 말하는 거 보니 행복하다고 느껴지는구나.”


이렇게 그림책과 감정카드를 연결하다보면 그림책 이야기에서 드러나지 않은 감정까지 깊이 살피면서 인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감정을 마주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감정을 이해하는 일이 건강한 나를 만들어주는데 도움이 됨을 느낀다. 흩어져서 머릿속이 떠 다니는 감정들이 정리가 될 때 비로소 나라는 사람이 선명해지는 기분이 드니 말이다. 나를 이해하는 힘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힘도 생기니 건강한 나를 만들고 건강한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감정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배우는 일이 꽤 중요해보인다. 그 중요한 일을 감정카드를 통해 일상에서도 쉽게 할 수 있으니 이만하면 감정카드는 제법 쓸만한 감정훈련 아이템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네가 만지는 얼굴이 엄마의 웃는 얼굴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