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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자매 May 07. 2019

단독주택 리모델링 업체 선정의 어려움

의외로 전부 마음에 들어서 문제


단독주택 리모델링의 시작, 당연히 업체 선정이다.

리모델링 업체를 구한다는 말을 떼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인테리어 좀 한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1. 이 집을 계약한 부동산 사장님(응?)

대학에서 건축과를 전공했다며 리모델링을 자기한테 맡겨달라며 싸게 해준다고 했다. 머리를 김종서처럼 묶고 다니는 무명 기타리스트 같은 외모와 성격의 소유자. 부동산을 운영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시간은 부동산 사무실이 아닌 바로 옆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만들고 있다. 권리금 받으려고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분식집이라고 하는데 떡볶이가 꽤나 맛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꽃배달 업체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정체를 알 수 없어 리모델링은 맡기지 않고 떡볶이만 사 먹기로 결정.


2. 친한 친구 남편의 절친

인테리어 사업을 했던 현직 카메라맨. 친한 친구 남편의 절친이므로 중간에서 친구가 '싸게 해 주라'라고 입김을 넣을 수 있다. 현직이 아니라 패스.


이쯤에서 우리끼리 정한 리모델링 업체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삼십 대 후반에서 사십 대 초반의 나이일 것. 꼰대가 아니면서 경험은 풍부한. 직장으로 치면 과장급

- 우리 요구사항을 기탄없이 말할 수 있도록 친한 관계가 아닐 것(특히 혈연관계 절대 사절)


우선적으로 인스타와 블로그에서 핫한 업체와 컨택을 시도해 보았다. 역시나 매우 바쁜 모습이었다. 우리 집에 먼저 방문해주겠다는 업체들과는 달리, 먼저 우리 쪽에서 집 소개와 관련 사진, 예산을 최대한 상세하게 메일로 보내야 했다. 내부 검토 후에 '리모델링할 만하다'는 판단이 선 경우 집을 방문하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간택받는 느낌이라 패스.


난항을 겪고 있던 와중에 혜성처럼 세 명의 후보가 등장했다.


후보 1. 동생 회사 동료의 남편.

건축사무실에 재직 중. 작년에 아파트 리모델링을 진행했는데 진행 결과가 너무 정자매 스타일. 우리 집에 찾아와 꼼꼼하게 살펴주심. 유쾌하고 허풍 없이 진솔한 모습에 신뢰도 100%. 미팅 후 '바로 이 사람이다' 유레카를 외침. 같이 온 와이프 분도 너무 좋아 보여 신뢰가 더욱 높아짐.

후보 1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위에서 견적은 최소 세 개는 받는 게 좋다고 해서 억지로 후보 2와 후보 3 미팅을 잡게 되었다.


후보 2. 남자 친구 레스토랑의 단골손님의 남편

마흔 살로 추정. 밀라노에서 10년 동안 살면서 건축사무소를 다님. 현재 소규모 인테리어 업체 운영 중. 목소리가 조용조용하고 불필요한 말이 없으며 매우 차분한 성격. 농담을 몇 번 던졌는데 아주 희미한 미소만 돌아옴. 하지만 목소리 큰 정자매에겐 오히려 이렇게 조용한 스타일이 맞을 것 같았음.


후보 3. 베프의 남편의 베프

앞서 만난 후보 1과 후보 2가 둘 다 마음에 들어 난감한 상황에서 만난 후보 3. 미팅 약속을 잡는다고 첫 통화를 했는데 너무나 프로페셔널하고 신뢰감 가는 목소리와 말투(후보 3 너마저...) 직접 미팅해보니 역시 작업한 포트폴리오도 많고 성격은 호탕함. 역시나 마음에 듦.


후보 셋과 모두 미팅을 마친 후 동생과 나의 본격적인 번뇌가 시작되었다. 아무도 마음에 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모두가 마음에 들어 고민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삼인 삼색 매력이랄까.


이건 마치 수많은 소개팅 실패 후 마음을 추스르러 장기 해외여행 티켓을 끊었고 그게 월요일 출발인데 그냥 잡아본 금, 토, 일 소개팅남이 셋 다 너무 괜찮은 상황에 비유할 수 있겠다(으응?).


후보 1은 유쾌해서 좋았고 후보 2는 차분해서 좋았으며 후보 3은 호탕해서 좋았다. 동생과 따뜻한 바닥에 배 깔고 누워서 후보 1로 정하자고 해놓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후보 2가 낫겠다고 하다가, 외출하면 카톡으로 후보 3으로 하자는 무한 변덕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과연 정자매의 선택은?

다음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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