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ri Oct 05. 2020

양손 독립의 중요성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실제로는 되지 않는 양손 독립, 그리고 '독립'


나는 '독립'이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면 가끔 가슴이 답답하고, 무섭다. 무언가로부터 독립을 한 경험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직 이룬 것이 없다. 최근 가족으로부터의 독립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 마저도 '복권에 당첨되면' 이라던지, '더 돈을 많이 번다면' 같은 말도 안 되는 전제조건을 붙인다. 사실상 정말 독립을 원했다면 시중의 돈이 부족하더라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텐데 말이다. 경제적 독립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독립은 감정에서의 독립이다. 사회초년생일 때는 공과 사를 분리하지 못해 정말 힘들었다. 개인적인 사건과 감정을 일이 엮이게 되니 자연스럽게 집도 일터가 되었다. 지금에서야 일이 손에 익고, 여러 환경들에 접하며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게 되어 의도적으로 공사 분리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도 사적인 감정을 공적인 관계에서 배제하기 위해 가장 큰 노력을 할애하고 있다. 사람 대 사람이 하는 일이라 완벽하게 공사 감정을 분리할 수 있겠냐만은, 지금도 내가 일을 할 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사람 관계다.


일을 하다 보면 여러 감정들이 생긴다. 비단 일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기도 하는데, 사실 이성적으로 따지고 보면 그 사람에 대한 감정보다는 대부분은 그 사람이 속한 상황에서 파생된 감정들인 경우가 많다. 상황은 그저 상황에서 마무리 지으면 될 것을, 나는 왜 일을 하는 데까지 그런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는지 모르겠다. 아직 무언가로부터 완벽한 독립을 한 적이 없어서일까. 쨋든, 아직도 나는 일은 일/ 사람은 사람, 회사는 회사/ 내 생활은 내 생활. 이렇게 구분 짓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이렇게 구분짓기/분리에 대한 개념들과 씨름하고 있을 때, 슈베르트 방랑자 곡 연습에 매진하게 되었다. 비교적 방랑자 1악장이 다른 악장들보다 악보가 쉬워 보여 선택하였는데 그 마음가짐 자체가 오만한 발상이었다. 내가 여태까지 치던 곡들과는 달리 도약의 범위도 굉장히 크고, 왼손과 오른손의 선율이 대조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부분들이 많아 테크닉적으로 받쳐주어야 듣기 아름다운 곡이었던 것이다. 내가 여태까지 연주했던 곡들에 비해 방랑자가 드라마틱한 편이고 구성도 다채로워 칠 때 재미는 있으나 왼손과 오른손 독립의 중요성도 그만큼 절실히 느끼고 있다. 높은 음자리표 음에만 악센트가 되어있는데, 나도 모르게 왼손도 같이 악센트를 준다던지 반대로 왼손이 주선율을 연주할 때 오른손 컨트롤이 어려운데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바로 오른손과 왼손이 독립이 되어있지 않아 일어나는 문제였다. 오른손과 왼손이 독립되어 각각의 선율을 아티큘레이션에 맞추어 움직이고 거기에, 연주자의 해석이 뒷받침 될 때 비로소 “연주”가 완성되는 것이다.


사실 취미로 피아노를 치고 있어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처럼 체계적으로 피아노를 치지 않아 기본기가 많이 잡혀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농 연습으로 어느 정도 커버를 하고 있기는 하나 사실은 체르니나 모차르트 소나타까지 병행을 하며 단계적으로 곡의 난이도를 높여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중간에 너무 많은 과정을 스킵하고 내 수준에 맞지 않은 어려운 곡을 고집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지금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잘'치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고자 다짐했으면서! 제대로 즐기려면 기본기가 '잘' 잡혀 있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그래서 나의 10월 목표는 손에 힘 기르기와 왼손/오른손 분리 연습을 연습 전에 30분씩 하는 것이다. 그 연습방법에 있어선 선생님과 긴 논의를 해보아야겠다. 왼손과 오른손이 독립되어 방랑자 1악장을 보다 수월하게 칠 수 있을 때쯤에는 내 공과 사 구분도 보다 잘, 분리가 되어있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아노 치는 법을 잊지 못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