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시작 1

자신에 대해 쓰기

by 빛나라 오드리

자기소개서를 처음 써본 건 대학 3학년 생각보다 이른 취업을 준비하면 서였다. 출생의 비밀을 시작으로 어떤 학교를 거쳐 어떤 자세로 공부했는지 그리고 귀사에 임하면 얼마나 열심히 일할 지에 대해 투철한 사명감으로 글을 썼다. 사실 그때는 정말 틀에 박힌 자소서였으리라. 머리를 쥐어 싸매며 나에 대해 낱낱이 고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결코 나를 잘 안다고 할 수 없었지만 나는 타인에게 최대한 잘 포장된 나를 소개해야 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자소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원치 않지만 나를 소개해야 하는 글.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이 들어가야 하고 상대가 원하는 스펙을 지닌 적당한 사람임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에 대해 글을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특별한 날이다. 누가? 바로 [작가의 시작] 작가 바버라 에버크롬비에게.

KakaoTalk_20211115_215701053.jpg 작가의 시작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무모할 만큼 도전적이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일단 내 몸을 사용하는 일에서는 안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열린 장터를 했었다. 다들 어떤 물건을 팔지 고민했는데 난 머리핀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열심히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다. 재료는 엄마가 쓰다 남은 한복 천, 나무판자 그리고 핀, 접착제였다. 창고 어디선가 굴러다니는 나무판자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한복 천으로 잘 감쌌다. 그리고 글루건으로 붙인 후 핀을 붙이면 끝. 정말 여러 개를 만들었는데 모양도 제각각이고 크기도 달랐다. 내 첫 고객은 아버지였다.


대학 1학년. 대학교만 가면 재미있는 일이 진짜 많을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허구한 날 도서관에서 밤새고 녹초가 되어서 집으로 가는 막차를 탔다. 딱 1년 보내고 나니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중간고사를 앞두고 친한 친구와 둘이 제주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4박 6일. 목포행 새벽기차를 타고 제주행 배를 탔다. 지도만 들고 떠난 자전거 여행에서 돌아오니 오른손 손가락 3개가 펴지지 않았다. 너무 꽉 쥐고 자전거를 탔던 것. 결국 교수님께 이실직고하고 계절학기에 재시험 봤다. 그 뒤로 내 자전거 여행은 오래도록 계속되었다.


거침없이 돌직구

대부분의 경우는 이런 내 성격이 환영받았다. 특히 어떤 일을 진행할 때는 정말 고속으로 질주했었다. 하지만 절대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으니 바로 연예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다. 남자들은 먼저 고백하는 여자에게 냉담했다. 설사 마음이 있었더라도 여자가 고백한 순간 환상은 깨진다. 다행히 나와 정반대인 남자를 만나 지금은 매일 먼저 고백하며 살고 있다. 사랑한다고.


젊었을 때는 이런 돌직구가 어른들 앞에서는 무척 건방져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나이를 먹으니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뒤끝 없고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 정확해서 내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거침없이 돌직구는 내게 있어 가장 유리한 점이다. 판단의 기준이 나에게 있기 때문에 결정이 빠르다. 어쩌면 나를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지도 그리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가장 빠른 길인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간다

내가 지닌 가장 큰 무기는 성실이다. 중학교 1학년 갑자기 늘어난 몸무게로 자신감이 부쩍 줄어들었다. 쉽게 살은 빠지지 않았고 대학 입학을 앞두고 시작한 새벽 운동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출산과 육아로 잠시 쉬었지만 아직도 내 새벽은 쉬지 않고 돌아간다. 가끔 이러한 움직임이 어리석을 때가 있지만 내 삶에 있어 가장 활력소가 되게 만드는 원동력이 바로 새벽 운동이다.


끝까지 가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그리고 나를 다듬어 성장하는 이 과정을 끝까지 가고 싶다. 때론 지치고 그만두고 싶지만 그럼에도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는 에너지와 용기가 내 안에 있는 한 나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유쾌한 사람이다

좋은 에너지로 가득 찬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잘 먹고 잘 쉬고 나를 잘 사용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배고픈 걸 참지 못하고 에너지가 없는 것을 참지 못해 잘 먹는다. 무한 긍정 에너지로 나를 움직이게 만들고 스스로 거울을 보고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내가 너무 좋다.

나는 잘할 수 있다.



작가의 시작으로 나를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른 새벽

누구나 만날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보이지 않는 그 신비로움을 간직한 사람이고 싶다.

스스로를 진심으로 대하고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누구라면 진정한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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