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생기면서 '동네 극장'이 보이지 않기 시작한 지도 꽤 됐다. 15년 전만 해도 있었던 우리 동네 B 영화관에 나는 정말 자주 갔었는데, 상영관이 3개밖에 없는 곳이었다.
매표소 직원, 매점 직원, 청소 직원 모두 가족인 듯했다. 거의 매일 가서 영화관에 걸린 작품을 죄다 봤는데 텅 빈 관객석 중앙에 혼자 앉아 보는 때도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얼마나 얄미웠을까 싶다. 조조할인에 통신사 할인까지 야무지게 받아서 팝콘도 먹지 않고 혼자 보는 나 때문에 꼼짝없이 상영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아! 얘 또 왔어?" 하는 매표소 언니의 표정을 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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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하루는 그 언니에게 감동받은 적이 있다. 내가 말도 안 했는데 "000 조조로 보시죠?"라고 하는 거다. 내가 "네......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하니 그 언니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 무심히 대답했다. "다른 거 다 보셨잖아요. 이거 하나 남은 거 같아서." 그러곤 평소와 다름없이 상영관과 시간을 안내해 준 뒤 표를 건네주었다. 나는 특별 대우를 받은 것만 같아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눈치도 없이 말이다.
그러나 얼마 후 건너편 대로에 메가박스가 생기면서 B 영화관은 사라졌다. 예식장으로 바뀌어 운영되다가 최근엔 롤러장이 되었다고 한다. 쾌적한 환경이나 편리한 매표 시스템 등 메가박스가 가진 장점이 단연 월등했지만 B 영화관처럼 상영 전, 피부 관리숍이나 아귀찜 식당 광고 같은 촌스러운 동네 상점 광고가 없는 것이 뭔가 아쉽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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