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어른에게 받은 신세계 상품권을 들고 스타벅스로 갔다. 번트 치즈케이크 하나를 포장 주문한 뒤 픽업대 앞으로 가 번호표를 들고 기다렸다. 카페에서 퇴근하고는 또 카페에 와 있구나... 생각했다.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일상 쉼터는 정말이지 카페밖에 없는 듯하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애매한 평일 오후임에도 매장 안은 만석이다. 나 역시 집 아닌 곳에서 독서를 좀 해보고 싶어도 대안은 카페뿐이다. 아니면 카페를 겸한 책방 정도.... 실로 카페적 인간임이 아닐 수 없다.
부모님이 계시는 춘천 쪽도 공장형 카페가 무지하게 많이 들어섰다 망하고는 한단다. 그런 곳은 베이커리에 힘을 준 경우가 많다. 시그니쳐 빵 하나, 시그니쳐 음료 하나를 갖춘 대형 카페에 오는 손님들은 아마도 여행객들 이 많을 터. 그러니까 우리는.. 여행을 가서도 카페인 거다.
일용한 카페인 충전을 위한 동네 카페, 여행 속 특별한 사진을 남기기 위한 예쁜 카페, 과제를 하기 위한 공간 대여로서의 카페.
카페 없던 시절엔 어떻게 살았을까.
겨우 집과 학원만을 오가던 고딩 시절엔 어른이 되면 보다 자유롭게 다양한 공간들을 누비며 살 줄 알았는데, 30대가 되어도 생활 반경 좁은 건 여전한 거 같다.
막상 누가 돈과 시간을 주며 여기저기 다녀보라고 해도, 소파에 발라당 누워 넷플릭스를 볼 나지만. 오늘은 왠지 카페와 집만을 오가는 내 모습이 조금 답답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