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마흔의 조용한 행복

평범한 하루에 낭독이 스며들기까지

by Sori mi

나는 목소리가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그건 재능이 없어서라기보다, 내 성향 때문이었다. 나는 말수가 많지 않았고,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누군가 내 목소리를 오래 들을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낭독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도, 목소리로 무엇을 해보겠다는 생각도 처음에는 없었다.



오디오북을 처음 들은 건 오래 다니던 회사에서 실직을 겪은 뒤였다.

갑작스럽게 끊어진 출근, 이유를 묻기도 애매한 통보, 괜찮은 척했지만 하루는 생각보다 쉽게 무너졌다.

그때 누군가 물었다.

"요즘은 뭐 하면서 지내?"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그냥... 듣고 있어."



그때의 '듣는다'는 말은 말을 걸 힘도, 대답할 준비도 없을 때 우연히 재생한 오디오북 한 편이 나를 붙잡았다.

조언하지도, 괜찮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마치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듯, 말없이 등을 쓸어내리듯 그렇게 흘러갔다. 울지도 않았는데 숨이 고르게 돌아왔다. 그 순간, 처음으로 알았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사람을 살게 할 수 있다는 걸.



그 이후 나는 자연스럽게 듣는 사람이 되었다. 아침에도, 밤에도,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낮에도 오디오북을 틀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목소리는 누군가의 어떤 하루를 지나가고 있을까?' 그 질문이 낭독의 시작이었다.



처음 책을 소리 내어 읽었을 때는 재미보다 어색함이 컸다. 숨은 자주 끊겼고, 문장은 자꾸 미끄러졌다.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내가 이걸 왜 읽고 있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잘 읽어서가 아니라, 읽고 나면 마음이 조금 정리됐기 때문이다.

낭독은 나를 드러내는 일이 아니라, 나를 조용히 붙잡아두는 시간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묻는다.

"목소리가 좋아서 시작한 거 아니야?"

"봉사하고 싶어서 낭독하는 거지?"



나는 조금 다르다. 누군가를 돕고 싶어서 시작한 사람이 아니라, 먼저 도움을 받은 사람이었다. 말을 건넬 힘이 없던 시절, 가만히 듣는 자리에서 위로를 배웠다.



여전히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낭독의 재미는 잘 읽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누군가가 말없이 기댈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일, 그 조용한 역할이 생각보다 깊고 오래 남는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책을 펼친다. 언젠가 나처럼, 아무 말 없이 듣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