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마흔의 조용한 행복

누군가처럼이 아니라, 나답게 읽는 법

by Sori mi


낭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너, 라디오 DJ 윤이씨랑 목소리 되게 닮았다?”

그 말이 참 기분 좋았다. ‘아, 그렇다면 저 사람처럼 읽으면 잘하는 거 아닐까?’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부터 나는 그 DJ의 호흡을 따라 하고, 억양을 흉내내고, 말끝 처리까지 비슷하게 만들려고 애썼다.


그렇게 한동안은 그 사람이 나의 롤모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내 마음은 점점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녹음을 듣다가 문득 중얼거렸다.

“…이거, 나 맞아?”


어디선가 읽었던 문장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자신을 잃는 순간에도, 잃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그 말이 낭독에도 똑같이 스며 있었다.

‘누군가처럼 잘 읽고 싶은 마음’이 나쁘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내 목소리에서 정체성의 온기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걸 뒤늦게야 알아차렸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도 생각한다.

처음엔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레시피 없이 요리를 시작할 순 없으니까.


다만 중요한 건, 영원히 누군가의 목소리에 머물지 않는 것.

어느 순간엔 나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그럼, 나는 어떤 목소리로 읽고 싶은가?”




나는 낭독이 참 고맙다.


왜냐하면 낭독을 할 때만큼은

내가 어떤 가면을 쓰고 있었는지,

내 마음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그 모든 게 목소리에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조금 지친 날엔

목소리도 살짝 주저앉아 있고,


마음이 따뜻한 날엔

말끝이 부드럽게 풀려 있다.


그래서 낭독은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요즘 우리는

남과 비교하고, 닮으려 하고,

잘 보이기 위해 조금씩 자신을 포장하며 산다.


그게 꼭 나쁜 건 아니지만,

너무 오래 쓰고 있다 보면

‘그렇다면 진짜 나는… 어디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나는 오늘의 내 목소리로 읽자.”


조금 떨려도 괜찮고

속도가 들쭉날쭉해도 괜찮고

가끔 울컥해도 괜찮다.


왜냐하면 그건 흉내 낸 삶의 떨림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간의 떨림이니까.


낭독을 통해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허락하는 순간,

나는 나 자신을 조금 더 아끼고

조금 더 사랑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세상 어떤 화려한 흉내보다도

훨씬 따뜻하고 오래간다.


그래서 오늘도 마음속으로 이렇게 다짐한다.


“누군가처럼이 아니라,

나답게 읽으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