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마흔의 조용한 행복

벽돌처럼 쌓는 목소리

by Sori mi

요즘 나는 매일 조금씩 낭독을 녹음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하루에 조금이면 되지 싶었다.
그런데 ‘매일’은 생각보다 묵직했다.


어느 날 개인적인 일로 녹음을 못 한 적이 있었다.
정말 시간이 없기도 했고, 마음이 복잡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낭독을 못 한게 마음에 너무 크게 남았다.

“아… 흐름 끊겨서 괜히 민폐가 된 것 같네.”
“이제 다시 시작하려면 집중하는 데 오래 걸리겠지…”


실제로 다시 녹음 버튼을 누르기까지 괜히 망설여졌고,
원래도 짧게 하던 낭독이 더 길게 느껴졌다.
목소리는 괜히 어색했고, 괜히 더 잘해야 할 것 같았다.

그때 나를 힘들게 한 건 ‘단순하게 하루를 빠진 일’이 아니라
‘빈틈을 메우려면 완벽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는 걸.


그래서 이렇게 상상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매일 공연을 보여주는 배우가 아니라,
하루에 한 장씩 벽돌을 쌓는 사람이라고.


벽돌 하나는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조금 삐뚤어질 수도 있고,
색이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어떤 날은 목소리가 갈라지고,
어떤 날은 감정이 잘 안 실리고,
어떤 날은 그냥 빨리 끝내고 싶기도 하다.

그래도 그게 그날의 벽돌이다.

나는 하루 빠졌다고 벽이 무너진 줄 알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미 쌓아둔 벽돌들은 그대로였다.

그 시간, 그 목소리, 그 기록은 도망가지 않았다.

하루 빠졌다고 벽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냥 그 자리에 벽돌 하나가 비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다시 올리면 된다.

완벽한 벽돌을 기다리다가는 아무것도 쌓이지 않는다는 걸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오늘은 마음에 안들어…”
이 생각이 들면 예전에는 멈췄다.
이제는 이렇게 말해보려고 한다.

“그래도 올리자.” 완벽하지 않아도 완성은 할 수 있으니까.


신기하게도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집중이 오래 걸릴 것 같았던 날도 막상 읽기 시작하면 다시 흐름이 돌아왔다.


요즘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잘했는가’보다 ‘했는가’를 더 묻는다.

녹음을 마치고 나면 아주 대단한 성취감은 아니어도 작은 체크 표시 하나가 생긴다.

오늘도 한 장. 그게 쌓이면 어느새 벽이 된다.




낭독을 오래 즐기기 위해
나는 완벽한 낭독자가 되기보다
성실한 벽돌공이 되기로 했다.

가끔 빠져도 괜찮고, 다시 올리면 되고, 조금 삐뚤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오늘도 한 장을 올렸다는 사실.

그렇게 생각하니 낭독이 다시 조금 재미있어졌다.

아마 오래 가는 힘은 완벽이 아니라 이 작은 완성에서 나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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