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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Feb 07. 2024

내 취미는 가성비

팔팔했던 청년기 다들 음주가무를 즐기거나 여행을 탐닉하는 그 시절 하고 싶다는 열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겨우 모태신앙을 따라 주일학교에서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옮겨간 삶은 집 학교 성당으로 자동차 할부처럼 60개월을 꽉 채우고 나가떨어졌다. 


소개팅에서 취미가 뭐냐 물어보면 대답하기 껄끄러워 영화 보기로 답을 정해뒀다. 때론 춤을 잘 추고 싶은 욕망은 있었으나 뻣뻣하기 그지없어 갈 때마다 심호흡하고 들어간 재즈댄스 수업은 꿀렁꿀렁 그루브 대신 목각인형 꺾기를 마주하며 3개월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다. 그 시절 드라마에서 유행했던 투명상자 속에 들어가 팡팡 큰소리기 퍼지며 멋진 폼을 자랑한 스쿼시 역시 공을 따라가지 못하는 스피드로 백일을 겨우 채우고 안녕을 고했다. 


취미가 없으면 어떠하니 밥만 잘 먹으면 된다로 살다 겨울이 오면 스키장 시원한 공기가 좋아 보드 타러 홍천으로 향했다. 근 10년을 타던 보드도 결혼과 동시에 굿바이를 외친다. 육아와 일만 하던 아줌마의 삶은 마흔이 넘어가자 턱에 살이 한 움큼 팔뚝에 두 줌 등짝에도 곰들이 달라붙어서 구부정한 등이 되어버렸다. 



엄마라는 존재는 취미와 돈도 내어줄 수 없다. 오롯이 아끼고 저녁은 아이와 남편에게 헌신하는 모습이 정답 같아 보였다.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은 아이의 연령에 맞게 고르기 바빴고 짧은 시간조차 아이들의 징징거릴세라 눈치껏 달래 겨우 담았다. 책 한 권 사는 게 사치라 생각해 서점에서 만지작 온라인 몰에서도 아이 것만 사줬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 전집이나 ORT정품 중고는 55만 원도 한 번에 쿨하게 거래하는 나란 사람이 서글펐던 시절도 있다. 



도서관을 3년쯤 들락거리다 다른 층 성인도서에 발걸음이 옮겨졌다. 매번 희망도서는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다 내 것을 위해 신청하고 새책을 받아서 읽는 재미에 빠졌다. 남들보다 먼저 신간을 신청하고 읽는 소박한 일들이 기쁨으로 다가왔다. 문장에 빠져 곱씹어 보고 주인공이 되어 가슴이 절절하다 설레는 감정들이 오랜만이라 심장소리가 마구 뛰는 것이 살아 숨 쉬는 느낌이 좋았다. 



단돈 15,000원을 소비하는 걸 사치라 스스로 가둬 놓고 돈뿐만 아니라 시간을 선물하는 방법조차 잊었다. 돈과 시간을 쓰면 안 된다는 마음에서 벗어나 운동에도 눈을 뜨게 되었다. 일과 육아만 병행하는 시간에 운동은 존재하지 않았다. 개인 1:1 수업은 가능 하지만 금액이 만만치 않아 엄두도 못 내다 우연히 시작한 새벽 운동은 가격이 너무 저렴했다. 이게 말이 되나? 놀라운 금액이 부담 없을 가성비였다. 



금액을 따지며 시작한 운동은 처음엔 힘들었다. 헛구역질까지 나오는 시절이 지나 5시 20분에 기상해 운동을 끝내면 스스로 해냈다 성취를 안겨줬다. 비싸서 못 한다는 마음에 짐에서 벗어나 할 수 있는 운동과 무한으로 빌려볼 수 있는 책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가성비 좋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정도면 가성비가 아니라 내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라 소개해야겠다. 불혹에 찾은 내 취미 가성비야 이번엔 끝까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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