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년 차 방송작가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
작년부터 취미 삼아 시작한 그림은 진심이 되어버렸다. 미술을 전공하거나 학원에 다녀보진 않았지만, 그저 혼자 그리고 있다. 오일파스텔의 거친 질감을 좋아하고 내 그림을 사랑한다.
9년여 시간 동안 일주일에 한 번, 한 달 혹은 반년에 한 번씩 제 분량의 코너를 말아내며 성실히 쓰고 또 써왔다. 하지만 수십 장의 촬영 구성안을 쓰는 것보다 더 고민하게 되는 건 SNS 자기소개 칸의 한 줄.
나는 내가 어렵다.
꾸덕한 오일파스텔의 질감은 묘한 위안을 준다
지금 적어 놓은 [어떤 그림]
'어떤'
(관련되는 대상이 특별히 제한되지 아니할 때 쓰는 말)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일까?' 오롯이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문장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갖은 생각들이 엉켜버린 채 풀리지가 않았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그 '어떤'을 대신할 수 있는 나를 생각하고, 그리고, 쓰며 한 줄을 찾고 싶다. 내가 그리는 그림들의 이야기도 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