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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 Aug 22. 2023

쓰게 만드는 최애 :: 배우 박정민


8월 17일 특별한 상영회에 다녀왔다.

박정민 배우와 함께하는 [밀수] 화면해설 영화 초청회! 자막으로 듣고 소리로 보는 화면해설 영화는 비장애인용 영화가 개봉한 후 보통 한 달은 기다려야 관람이 가능하다고 한다. (찾아보니 화면해설 영화 상영 극장이나 TV 상영도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밀수]는 시각, 청각 장애인 분들도 기다림 없이 함께할 수 있도록 비장애인용 영화와 동시 개봉된 올해 첫 번째 영화라고 한다. 의미 있는 상영회에 기부도 하고, 배우님까지 볼 수 있다니! 행사에 선뜻 신청해 놓고는 사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이번 계기로 처음 알게 된 것들이 많아서 나밖에 관심 없던 나에게 낯 뜨거워지기도 하고, 그래도 배우님 덕분에 인지할 수 있는 것들에 감사하기도 하고. 오묘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상영회는 잘 다녀왔다 :)


그 손하트 한번 참 야무지다


내가 꼽는 박정민 배우의 매력은

무한 덕력과 깊은 필력.

(아, 잘생김과 연기력은 매력 디폴트값이니 이 글에서 따로 언급하진 않겠다.) 끊임없이 두루두루 누군가를 향한 애정을 표현하는 그의 모습은 참 매력적이다. 덕질을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나, 당신, 우리를 보는 것 같달까.


쫄하


말 잘하는 사람은 귀하다. 인터뷰에서나 수상 소감에서도 사려 깊은 말들을 느긋하게 풀어주는 모습이 좋다. 글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 마찬가지. 이건 그가 알면 정말 몸서리칠 정도로 싫어할 것 같은데 배우님이 2013~ 2017년 잡지사 <topclass>에서 연재한 언희(言喜)와 책 [쓸 만한 인간]을 비교하면서 다시 읽어보고 있다. (미안해요 이런 팬이라...) 달라진 시대 감정에 불편함을 느낀 이들이 있다며 오래전 글을 교정하고, 사과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이거 직업병일지도..? 문장별로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는데 재미있다, 어쩜 좋아! 읽으며 느끼는 건 첨삭된 부분이 새삼 많다는 것. 왜인지 묘사적으로 바뀐 문장도 있어서 '이건 기존 문장이 더 좋은데-' 하며 혼자 신나게 읽고 있다. 덜어낸 문장도 문단도 많아 내가 다 아까운데, 필모그래피는 늘어나고 또 늘어난 게 포인트!


와, 얼마 전 개봉한 <전설의 주먹>이라니 생경해!


글을 함부로 쓰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는 배우님, 그저 쓰고 또 써주셨으면 좋겠다.

수십 개의 글쓰기 싫은 이유를 대며 본인이 게으르다고 하지만 찐게으름뱅이는 여기 있는걸... 그런 나를 쓰고 싶게, 읽고 싶게 만드는 최애다! 올해는 책 추천 촌평을 쓰셨다기에 창비 계간지를 샀다. 에휴.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배우님이 예전부터 거듭 추천하던 작가님과 책이라서 어떻게 쓰셨나 하고 궁금해서. 사실 한 단락짜리 추천사만 들어있어도 넙죽 감사하며 읽는다. 그저 언젠가 봉인해 둔 자신만의 글들을 (충동적으로) 풀어주기를 기다리며!


나는 한 달에 기획안, 촬영구성안, 더빙 원고, 보도자료 이렇게 네 번 쓰는데 본업이 배우인 그는 일주일에 (최소) 네 번은 자기 전에 글을 쓴단다. 이 대목에서 탄식 또 반성.


서점이나 유튜브, 각종 인터뷰를 통해 박정민 배우가 평생 가져갈 책이라고 추천해 준 책들과 구쭈들을 책장 한 편에 모아놓았다. 야금야금 아껴 읽는 중 :)


사람은 자기 닮은 사람을 최애로 하고 산다는데

음, 그는 닮고 싶은 사람인 건 확실하다!


반성문 같은 팬레터를 쓰게 만드는 사람.
취향이 아니던 소설도 읽고 싶게 만드는 사람.
알수록 덩달아 깊어질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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